역사 속으로 사라졌던 싸이월드가 부활했다. 싸이월드만이 아니다. 1990년대 인기 스타를 소환한 TV 프로그램이 화제가 되고, 추억의 만화 캐릭터 스티커를 모으기 위해 오픈 런까지 감행한다. 이미 지나간 것에 우리는 왜 이토록 열광하는 것일까? 추억을 좇는 사람들, 그들의 속마음에 대하여.
싸이월드 재오픈의 주역은 싸이월드의 추억을 간직한 어른이다.
싸이월드Cyworld 재오픈의 주역은 다름 아닌 어른이다. 싸이월드와 함께 유년 시절을 보내고 이제 중년이거나 중년을 앞둔 밀레니얼 세대다. 이들의 줄기찬 요구가 싸이월드를 다시 현재로 소환했다. ‘포켓몬 빵 스티커 모으기’ 열풍의 중심에도 밀레니얼 세대가 있다. 스티커가 뭐길래 출근길과 등굣길에 마트나 편의점을 순회하며 오픈 런까지 하게 만드는 걸까?
과거를 추억하며 그 시절을 그리워하거나 돌아가려고 하는 흐름을 우리는 ‘복고주의’라 하며, 지금은 ‘레트로Retro’라는 멋들어진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최근에는 그 의미가 확장되어 복고Retro를 새롭게New 즐기는 경향의 뉴트로Newtro, 힙Hip과 레트로를 조합한 힙트로Hiptro, 빈티지 열풍을 담은 빈트로Vintro 등 새로운 개념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
레트로 유행의 시작은 2006년이다. 1980~1990년대 가요가 흐르는 레트로 콘셉트의 술집 ‘밤과 음악 사이’가 한남동에 처음 문을 연 게 이즈음이다. 오픈하자마자 큰 인기를 끌며 몇 년이 채 되지 않아 전국에 20여 개 매장을 거느린, 연매출 200억 원 규모의 사업체로 성장했다. 하지만 이때만 해도 레트로의 열풍까지는 가늠할 수 없었다. 일부 연령층에만 국한된 그들만의 리그로 보였기 때문이다. 잠시 유행했다 금세 사라질 ‘추억 놀이’와 같은. 실제로도 비슷한 세대의 사람들이 모여 추억을 공유하는 정도의 ‘친목형’으로 레트로가 소비되고 있었다.
레트로가 본격적으로 유행하며 ‘열풍’에 이른 건 2012년에 방송된 드라마 <응답하라 1997>과 같은 해에 개봉한 영화 <건축학개론>이 세상에 나오고부터다. 유년시절 즐겨 듣던 노래와 눈에 익은 추억의 소품이 미디어를 타고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감성을 자극한 것. 흥행에 성공하자 작품의 주역들은 일약 스타덤에 오르고, 미디어를 통해 꾸준히 노출되며 후속 편도 제작됐다. 입소문을 타고 연이은 흥행작이 탄생하자 문화 전반에 파생되는 콘텐츠도 많아졌다.
KBS는 ‘Again 가요톱 10: KBS KPOP Classic’이라는 공식 유튜브를 개설했는데, 현재 가입자 수가 무려 46만 명에 육박한다. 비록 그 시대를 추억할 거리는 없지만 미디어에 익숙한 ‘요즘 세대’는 유튜브, SNS 등 플랫폼을 통해 레트로와 가까워졌다. 세대를 관통하는 새로운 소통도 가능해졌다. 레트로 열풍이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자리매김하자 이를 소비하는 주체 간에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특히 레트로 자체를 ‘새로운 문화’로 받아들이는 요즘 세대는 공감을 넘어 폭넓게 확산시킨다. 그 당시 문화와 생활상을 들여다보는 것에서 낯선 즐거움을 느끼고, 남들보다 희소한 레트로 아이템을 발굴하면서 희열을 만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