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전 세계 해외 쇼핑업체가 주목하는 단어는 BNPL이다. 신용카드를 발급받지 않고도 일정 기간이 지나 후불로 결제할 수 있는 이른바 ‘온라인 외상’ 서비스다. 고가의 상품을 사려는 욕구는 높지만 금융거래 이력이 부족해 신용카드를 발급하기 어려운 MZ세대에게 주목받으며 크게 성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 같은 서비스 열풍은 왜 갑자기 불기 시작한 것일까?
BNPL은 ‘Buy Now, Pay Later’의 약자로 ‘선구매 후 결제 서비스’를 의미한다. 최근 아마존,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사의 BNPL 사업 진출로 해당 용어가 많이 회자된다. BNPL은 결제 업체가 소비자 대신 가맹점에 결제 대금 전액을 지불한 후, 소비자가 결제 업체에 분할 납부하는 ‘후불 결제’ 서비스다. 신용카드와 달리만 18세 이상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소비자 대신 가맹점이 이용 수수료를 지급하므로 BNPL 이용에 따른 연회비가 없고, 할부 결제 시 수수료도 발생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학생·주부 등 금융거래 이력이 부족한 신파일러Thin Filer를 대상으로 하고, 신용카드 결제망인 VAN을 이용하지 않기에 결제 관련 추가 수수료도 부담하지 않는다.
2005년 창업 초기부터 BNPL 서비스를 제공한 핀테크 기업 클라르나.
세계 최초의 BNPL 서비스 제공 업체로는 스웨덴의 클라르나Klarna가 손꼽힌다. 클라르나는 이미 미국에 진출해 2,000만 명 이상의 고객을 확보했다. 최근 아마존Amazon은 어펌Affirm사와 제휴해 본격적으로 BNPL 서비스 제공에 나서고 있다.
애플도 최근 간편 결제 서비스 애플페이에 BNPL 기능을 추가하는 등 BNPL 서비스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특히 애플은 온·오프라인에서 애플페이 가맹점을 통해 소비자 스스로 2주간 결제 대금을 네 번에 나눠서 낼 수 있는 ‘애플페이 레이터Applepay Later’를 선보일 예정이다.
별도 수수료 없이 구매 비용을 2주 동안 4번에 걸쳐 지불하는 애플페이 레이터.
국내에서도 빅테크사가 이미 BNPL 사업에 진출한 상황이다. 네이버와 카카오페이, 토스가 후불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 다만 해외 BNPL 서비스 대비 네이버 등 국내 서비스는 분할 납부에 제한적이고, 온라인 결제에 한정된다. 국내 서비스의 월 이용 한도 역시 해외 서비스 대비 60~7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최근 e-커머스 시장에는 슈퍼앱이 인기다. 슈퍼앱은 금융과 비금융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다양한 서비스를 지원한다. 쇼핑과 금융, 투자가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에서 모두 가능한 것이다. 2021년 클라르나가 슈퍼앱 전략을 발표하는 등 애플리케이션 후불 결제 서비스 활성화는 진행형이다. BNPL 서비스를 기반으로 소비자 이용에 편의성을 더한 다양한 신상품이 슈퍼앱에 속속 등장할 전망이다. 이로써 슈퍼앱에 접속해 쇼핑을 즐기고, 전시와 공연을 예매하며, 차량과 숙박을 예약하는 경험의 확장이 이뤄질 것이다.
향후 BNPL은 전통적 개념의 할부 금융 서비스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들 한다. 짧게는 몇 주부터 최장 수년간 할부 기간에 맞춰 분할 납부가 가능한 모습을 보일 것이다. 경쟁이 치열해질 금융시장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결제 부담을 줄이는 무이자 할부 거래 형태로 전환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과정이다.
어펌과 파트너십을 맺고 BNPL 사업 진출을 고려하는 아마존.
BNPL이 할부 거래로 본격 전환된다면 소비자는 구입비가 큰 상거래에서 할부 거래 이용을 더욱 늘릴 개연성이 있다. 더욱이 e-커머스업체는 유행에 민감한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할부 거래가 가능한 BNPL을 고가상품의 판매 촉진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럴 경우 할부 금융 시장에서 차지하는 BNPL의 점유율 증가는 가속화될 수 있다. 이는 최근 아마존 등의 BNPL 사업진출을 고려할 때 충분히 예상해볼 수 있는 시나리오다. 우리는 그저 지금을 누리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