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AZINE / LIFESTYLE
2023. 02. 28
황량한 사막에서 만난
형형색색의 인도
인도 라자스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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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 가장 큰 주인 라자스탄에는 색으로 각인된 도시들이 있다. 분홍 물결이 넘실대는 자이푸르, 푸른빛의 조드푸르, 순백의 우다이푸르, 금빛 자이살메르 등이 그곳이다. 화려한 제국과 왕조의 역사를 고스란히 품은 라자스탄에서 색의 미로에 빠진다.
자이푸르, 장밋빛으로 물든 도시
라자스탄Rajasthan에서 색으로 가장 강렬한 인상을 주는 도시는 주도 ‘자이푸르Jaipur다. 선홍빛 사암으로 지은 옛 건축물에 1876년 웨일스 왕자의 방문을 환영하기 위해 도시 전체를 분홍색으로 칠한 역사가 더해져 지금의 장밋빛 도시가 되었다. 거대한 타르 사막에 위치한 자이푸르는 크샤트리아의 고장으로, 마하라자 자이 싱 2세가 자신의 이름을 붙여 세운 성벽 도시다. 왕의 도시답게 거대한 성과 웅장한 궁전, 고풍스러운 사원과 정원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자이푸르의 랜드마크는 ‘하와 마할Hawa Mahal이라는 이름의 궁이다. ‘바람의 궁전’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이 궁은 시내 어디에서나 눈에 띄는 아름다운 외관으로 시선을 빼앗는다. 1799년 사와이 프라탑 싱Sawai Pratap Singh이 건축하고 라찬드 우스타Lachand Usta가 설계한 하와 마할은 365개의 창문과 테라스가 벌집 같은 파사드를 만든다. 이 수많은 창을 뚫은 이유를 알고 싶다면 직접 성 위에 올라가보자. 창 앞을 지날 때마다 자이푸르 시내가 시원하게 한눈에 펼쳐진다. 이곳은 바깥출입이 자유롭지 않던 왕가의 여성과 궁녀들을 세상과 연결해준 통로였다. 어느 쪽에서나 바람이 잘 통해 잠시 더위를 식히기도 좋다.

하와 마할과 함께 ‘장밋빛 건축’의 쌍두마차를 이루는 ‘주나가르 요새Junagarh Fort는 타르 사막의 세 도시 중 한 곳인 비카네르에서 만날 수 있다. 붉은 사암과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이 요새는 1571년부터 1611년까지 도시를 통치한 라자 라이 싱의 총리 카란 찬드의 감독 아래 세워졌으며, 면적 5만m2에 달하는 거대한 요새 안에는 궁전과 신전 그리고 다양한 양식의 파빌리온이 들어서 있다. 박물관, 기념관 등으로 꾸민 안쪽 공간에 들어서면 예술 작품처럼 찬란한 군사 건축물의 독특한 아름다움과 조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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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 마할 궁극의 붉은빛이 온 건물을 휘어 감은 하와 마할은 어느 곳에서나 바람이 잘 통해 바람의 궁전이라 불린다.
우다이푸르, 호수의 도시
순수를 상징하는 하얀색의 도시, 우다이푸르Udaipur는 그 명성답게 도시 전체가 새하얀 빛으로 둘러싸여 있다. ‘호수의 도시’, ‘인도의 베니스’라는 수식어가 종종 따르는 이곳에서는 가장 먼저 피촐라 호수Pichola Lake로 향해야 한다. 여의도 면적의 1.5배에 달하는 이 호수는 8세기에 조성한 인공 호수다. 강을 건너기 위해 둑을 쌓다가 만들어졌다는 역사가 있다. 여행자들은 주로 배 위에 올라 호수 유람을 즐기지만, 우다이푸르 사람들에게는 삶의 터전과 다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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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다이푸르의 피촐라 호수 위에 자리한 흰빛의 신비로운 ‘레이크 팰리스’
피촐라 호수의 유명세는 물 한가운데에 떠 있는 신비로운 건축물 덕이다. ‘레이크 팰리스’로 불리는 이 궁은 1754년 인도 메와르 왕조의 왕실 사람들이 여름의 무더위를 피해 계절을 나던 여름 궁전으로 건축됐다. 동명의 호텔로 운영되는 지금은 모든 사람에게 활짝 열린 공간으로, 가이드북에서는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 재클린 오나시스 등의 유명인들이 머물렀던 곳”, “‘제임스 본드’ 시리즈 <007 옥토퍼시>의 로케이션”과 같은 문구로 이곳의 매력을 소개한다. 꼭 이 호텔에 머물지 않더라도 잠시 들러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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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다이푸르 시티 팰리스 옆 힌두교 사원에서 화려한 색감의 옷을 두르고 전통 민속 공연을 펼치고 있다.
호수 한가운데서 바라보는 우다이푸르 ‘뭍’의 풍경이 장관이다. 레이크 팰리스가 자리한 ‘자그 니와스Jag Niwas 옆, 피촐라 호수에 떠 있는 두 섬 중 하나인 자그 만디르Jag Mandir에서도 이 풍경을 볼 수 있다. 무굴 황제 샤 자한이 아버지를 피해 도망쳐 온 섬으로 알려진 이곳엔 샤 자한이 머물던 궁이 있다. 일곱 마리의 코끼리가 지키는 고풍스러운 정원을 둘러본 후 레스토랑에 앉아 호수와 어우러진 도심 풍경을 감상해보자.

우다이푸르에서 두 번째로 큰 파테 사가르 호수Fateh Sagar Lake는 피촐라 호수보다 역사가 깊다. 1680년 마하라나 파테 싱이 건설한 이곳에서는 아라발리 산맥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무동력 보트 혹은 모터보트를 타고 호수 위에 떠 있는 3개의 섬을 둘러보는 여정을 추천한다. 3개의 섬 중 가장 작은 섬에 자리한 우다이푸르 태양 관측소Udaipur Solar Observatory‘아시아에서 가장 정교한 천문대’다. 밤에 방문하면 궁과 쏟아지는 별이 어우러진 낭만적 풍광과 마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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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촐라 호수 ‘호수의 도시’로 불리는 우다이푸르에는 풍경을 담당하는 피촐라 호수가 있다. 우다이푸르 사람들에게 삶의 터전과 같은 곳이다.
조드푸르, 건축이 예술이 된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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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드푸르의 도시 전망과 메랑가르 요새
푸른빛으로 채색한 집들이 바다처럼 넘실대는 조드푸르는 라자스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다. 1495년 마르와르 왕조 출신의 라오 조다Rao Jodha가 독립 왕국을 세우면서 유서 깊은 역사가 시작됐다. 인도에서 조드푸르Jodhpur는 ‘제1의 군사도시’로 알려져 있다. 메랑가르 요새Mehrangarh Fort 앞에 서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텅 빈 타르 사막 위에 우뚝 선 이 요새는 1459년 이 도시에 왕국을 세운 라오 조다가 지은 방어 기지다. 대해처럼 망망한 타르 사막 위, 해발고도 122m의 사암 둔덕 지대에 우뚝 선 이 요새는 규모부터 압도적이다. 성벽 높이 36m, 너비 20m, 7개의 성문과 101개의 능보로 이루어진 이 성은 외부의 침입으로부터 조드푸르의 역사를 오랫동안 지켜왔다.

메랑가르 요새의 매력은 성벽 안쪽에서 더 반짝인다. 입구에 늘어선 카페와 기념품 가게를 지나면 정교한 석조상, 사암을 조각해 빚은 창 등이 차례로 시선을 빼앗는다. 조드푸르 왕조의 후손들이 이어받은 유산, 무굴제국의 예술 작품과 가구, 의복, 악기 등을 전시하는 갤러리들을 둘러본 후엔 성루로 향하자. 푸른 지붕과 사막의 금빛 모래, 시시각각 다른 빛을 뿜어내는 태양 빛이 어우러져 신기루 같은 장면은 조드푸르가 숨긴 진짜 ‘보물’이다.

‘자스완트 타다Jaswant Thada는 메랑가르 요새와 함께 조드푸르의 이름을 떨치는 건축물이다. 1899년 마하라자 사르다르 싱Maharaja Sardar Singh 왕이 자신의 아버지 마하라자 자스완트 싱을 기리기 위해 세운 왕실의 영묘로, ‘마르와르의 타지마할’로 불릴 만큼 환상적인 건축미를 자랑한다. 정교한 문양이 새겨진 돔을 얹은 인도의 전통 건축양식인 ‘차트리Chhatri’ 양식으로 지어진 외관을 충분히 감상했다면 기념관 안으로 들어가보자. 역대 마하라자의 초상과 왕의 무덤, 이를 수호하는 예술품과 조각상이 어우러진 왕묘의 위용은 관람객의 마음을 순식간에 빼앗는다. 건축만큼 세심하게 만든 자스완트 타다의 정원은 한숨 쉬어 가기 좋은 휴식처다. 테라스에 서면 멀리 메랑가르 요새와 푸른 지붕이 어우러진 조드푸르의 또 다른 얼굴과 마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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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랑가르 요새 푸른빛의 조드푸르를 지키는 거대한 방어 기지. 성벽 높이 36m, 너비 20m, 7개의 성문과 101개의 능보로 이루어져 압도적 규모를 자랑한다.
매클라우드간지, 맑은 영성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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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속 티베트와 만나는 곳, 매클라우드간지
다람살라Dharamsala는 한국에서도 꽤 익숙한 티베트의 정신적 지주이자 시대의 성자, 달라이 라마가 중국의 탄압을 피해 둥지를 튼 곳이다. 매클라우드간지Mcleod Ganj는 다람살라를 품은 인도 북서부의 고산 도시로 해발고도 1,200m를 기준으로 아래는 다람살라, 1,700m까지는 매클라우드간지라고 부른다. 실제로 다람살라에는 주로 인도 사람들이, 매클라우드간지에는 티베트 사람들이 주로 거주한다. 달라이 라마의 자취와 인도 속 티베트를 좇고 싶다면 매클라우드간지로 향해야 한다는 뜻이다.

델리에서 버스로 약 12시간, 굽이치는 산길을 달려 도착하는 이곳의 첫인상은 평화와 친근함으로 대변된다. 인도 특유의 부산하고 활기 넘치는 분위기와 정반대의 장면이 마을 입구부터 펼쳐진다. 느릿한 걸음으로 시장을 헤집는 티베트인들과 그 사이사이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승려들, 티베트식 불교 사원과 각종 티베트 음식을 파는 노점상, 여행자를 위한 카페와 게스트하우스가 다정하게 어우러져 있다. 매클라우드간지에 서린 ‘티베트의 정신’을 경험하고 싶다면 도시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마니차 앞에 서보자. 불교 경전을 넣은 경통을 뜻하는 마니차는 티베트 사람들의 ‘기도’ 그 자체다.

달라이 라마의 자취를 훑고 싶다면 남기알 사원으로 향하면 된다. 매클라우드간지에서 달라이 라마가 집회를 인도하는 성스러운 장소다. 사원이라기보다는 공원에 가까운 분위기라 부담 없이 발 들이기 좋다. 사원 곳곳에 마련된 벤치에 앉아 산속 풍경, 승려들이 기도하는 뒷모습, 성지순례, 독립의 염원을 담아 오체투지로 사원을 도는 티베트 사람들을 가만히 응시하다 보면 산 아래 속세가 어느새 까맣게 잊히는 순간에 들어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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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클라우드간지 인도 북서부 다람살라에 위치한 고산지대 마을로, 티베트보다 더 티베트 같은 곳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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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류진(여행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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