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연금으로 국민연금 공백 메우고
평생 월급 만든다
은퇴자에게 국민연금은 주요한 노후생활비 재원이다. 하지만 대다수는 국민연금 수령액만 가지고 노후생활비를 전부 충당하기는 어렵다. 최근 국민연금연구원이 중고령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데 따르면, 부부가 노후생활을 하려면 최소 한 달에 199만 원은 있어야 하고, 적정 생활비로는 월 277만 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국민연금 가입자가 노후에 수령하는 노령연금은 여기에 훨씬 못 미친다. 2022년 11월 기준으로 노령연금 수급자는 월평균 58만 원을 수령하고 있다. 가입기간이 20년 넘는 사람이 받는 노령연금도 월평균 98만 원밖에 안 된다. 물론 노령연금을 한 달에 200만 원 넘게 받는 은퇴자도 있지만, 그 수가 전체 노령연금 수령자(527만 명)의 0.1%(5,103명)에 불과하다.
결국 매달 필요한 생활비와 노령연금 수령액 사이의 소득공백을 채우는 것은 은퇴자의 몫이다. 소득공백은 발생 시기에 따라 크게 셋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퇴직 이후 노령연금을 개시할 때까지 소득공백이 있을 수 있다. 둘째, 노령연금이 개시된 다음에도 노후생활비와 연금수령액 사이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셋째, 노령연금 수급자가 먼저 사망하고 나서 남은 배우자의 생활비가 부족할 수 있다.
이처럼 소득공백이 발생하는 시기와 형태가 다르기 때문에 은퇴자의 대응 방법도 달라야 한다. 지금부터 노령연금의 빈틈을 메우는 셀프연금 활용 방안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자.
퇴직하고 월급은 사라졌는데 노령연금 개시까지는 몇 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 이 기간 소득공백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 유능한 장수는 자신에게 맞는 무기를 사용한다. 은퇴자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무기가 어떤 것이 있고, 각각의 장단점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그런 다음 자신에게 맞는 무기를 사용해야 한다. 그렇다면 퇴직 이후 노령연금 개시까지 은퇴자가 활용할 수 있는 무기는 어떤 것이 있을까.
먼저 노령연금을 앞당겨 수령하는 방법이 있다. ‘소득이 있는 활동’에 종사하지 않는 국민연금 가입자는 노령연금을 최장 5년 앞당겨 수령할 수 있는데, 이를 조기노령연금이라고 한다. 1964년생은 정상적으로는 63세부터 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지만, 조기노령연금을 신청하면 58세에 연금을 개시할 수 있다.
조기노령연금을 청구하면 연금을 빨리 받는 대신 적게 받아야 한다. 연금개시 시기를 1년씩 앞당길 때마다 연금액이 6%포인트씩 감액된다. 최장 5년을 앞당겨 수령하면 연금액이 30% 줄어든다. 따라서 은퇴 초반 소득공백을 메우겠다고 조기노령연금을 청구하면 나중에 소득공백이 커진다.
주택연금을 활용할 수도 있다. 주택연금은 살고 있는 집을 담보로 맡기고 연금을 수령하는 제도다. 보유주택 공시가격이 9억 원 이하이고, 부부 중 한 사람이 55세 이상이면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다. 따라서 은퇴 직후 발생하는 소득공백을 메우는 데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주택연금을 신청하기 전에 몇 가지 고려해야 할 게 있다. 주택연금은 연금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지만 실질은 대출이다. 일찍 연금을 개시하면 이자를 더 부담해야 한다. 연금수령기간이 늘어나는 만큼 연금액이 줄어든다.
연금저축과 IRP 같은 연금계좌 적립금을 활용해 소득공백을 메우는 방법도 있다. 퇴직하면서 받은 퇴직급여를 연금계좌에 이체하고 연금으로 수령하면 퇴직소득세를 30~40%가량 절감할 수 있다. 연금은 55세 이후에 언제든지 개시할 수 있다.
연말정산이나 종합소득세를 신고할 때 세액공제 혜택을 받으려고 연금저축과 IRP에 가입하는 직장인이나 자영업자도 많다. 이렇게 연금계좌에 적립한 금액도 가입기간이 5년 이상이면 55세 이후에 연금으로 수령할 수 있다.
연금저축과 IRP에서 연금을 수령하는 방법은 크게 4가지가 있다.
우선 가입자가 연금수령기간을 지정할 수 있다. 퇴직 이후 노령연금 개시까지 남은 기간을 계산해 수령기간을 정하면 된다. 연금수령기간을 지정하면 운용성과에 따라 연금수령액이 달라진다. 또한 가입자가 연금수령액을 지정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운용성과에 따라 수령기간이 달라진다. 이 밖에 법에서 정한 연금수령 한도에 맞춰 연금을 수령할 수도 있고, 가입자가 필요한 만큼 자유롭게 인출 금액을 정할 수도 있다.
노령연금을 수령하는 동안에도 필요 생활비와 연금액 사이에 갭이 발생할 수 있다. 노후생활비 지출은 필수지출과 재량지출로 나눌 수 있다. 식비·주거비·통신비·세금·건강보험료 처럼 은퇴자가 마음대로 조정하기 어려운 것은 필수지출로 구분할 수 있다. 반면 여행·취미·여가비처럼 은퇴자가 지출하는 시기와 금액을 조절하기 쉬운 것은 재량지출로 구분한다.
필수지출은 종신토록 수령 가능한 연금으로 준비하는 것이 좋다. 살아있는 동안 계속해서 필요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노령연금이 가장 대표적인 종신형 연금이다. 노령연금은 국민연금 가입자가 살아있으면 계속 수령할 수 있다. 물가변동에 맞춰 연금액이 조정된다. 따라서 본인과 배우자가 받는 노령연금으로 필수지출을 감당할 수 있는지 살펴야 한다.
노령연금만으로 부족하다면 별도의 종신소득을 마련해야 한다. 이때 거주하는 집을 담보로 주택연금을 받을 수 있다. 주택연금 가입자가 종신지급방식을 선택하면 주택 소유자와 배우자가 모두 사망할 때까지 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 물가변동에 맞춰 연금액이 조정되는 노령연금과 달리 주택연금은 가입 당시에 연금액이 정해지면 물가변동이나 집값 등락과 무관하게 같은 금액을 수령한다.
생명보험회사 연금보험에 가입하는 방법도 있다. 연금보험 가입자는 연금수령 방법으로 종신형·확정형·상속형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데, 종신형을 선택하면 피보험자가 사망할 때까지 연금을 수령하게 된다. 연금액은 금리와 수익률에 따라 변동된다. 부부형을 선택하면 부부가 모두 사망할 때까지 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
노령연금·주택연금·종신형 연금보험을 활용해 필수지출에 필요한 현금 흐름을 마련했다면, 다음 순서는 재량지출을 준비할 차례다. 필수지출과 달리 재량지출은 은퇴자가 인출 시기를 조정할 수 있다. 따라서 노후자금을 금융상품에 적립하고 수시로 인출하면 된다. 연금저축과 IRP 계좌에서도 임의식이나 비정기연금처럼 가입자가 필요할 때마다 자유롭게 연금을 수령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투자를 하면서 종신토록 연금을 수령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정률형 인출 방법을 활용하면 된다.
정률형은 계좌 잔고에서 일정한 비율만 인출하고 나머지는 재투자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은퇴자금이 3억 원이고 인출률을 10%로 정했다고 하자. 그러면 첫해에는 3,000만 원을 찾아서 생활비로 사용하고 나머지 2억7,000만 원은 재투자한다. 1년 동안 5% 수익을 내면 계좌 잔고는 2억8,350만 원이 된다. 이렇게 되면 2년 차에는 2835만 원을 인출할 수 있다.
이렇게 매년 남은 잔액의 일정비율만큼만 연금으로 수령하면 노후자금 고갈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수익률에 따라 인출금액이 달라지기 때문에 필수지출보다는 재량지출에 대응하는 방법으로 좀 더 적합하다.
부부가 한날한시에 사망하는 일은 드물다. 그래서 연금수급자의 사망이 남은 배우자의 소득에 미치는 영향도 점검해 봐야 한다. 자신이 먼저 사망했을 때 배우자가 수령할 수 있는 연금은 얼마나 될까. 국민연금의 유족연금·주택연금·연금보험을 합쳐서 계산해 보자. 반대로 배우자가 먼저 사망했을 때 내가 받을 수 있는 연금액도 계산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