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준비 못하면 불행해지는 4가지
돈, 건강, 관계, 일
미국 코넬대학교 칼 필레머 교수의 인간생태학 연구는 고령화 시대를 사는 현대인에게 많은 시사점을 안긴다. 필레머 교수는 코넬대의 ‘인류 유산 프로젝트(Cornell Legacy Project)’를 통해 5년에 걸쳐 각계각층의 70대 이상 시니어 1000명 이상을 만났다. 인생의 쓴맛과 단맛을 모두 경험한 그들의 생생한 목소리야말로 우리 세대가 물려받아야 할, 빛나는 정신적 유산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필레머 교수는 자신의 삶을 통해 깨달음을 얻은 ‘인생의 현자(賢者)’들과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된다면>이라는 책을 출간했고, 이 책은 고령화 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안겼다.
현재 100세경영연구원의 대표인 나 역시도 오랜 기간 같은 주제를 고민해 왔고, 은퇴 설계 강의를 통해 적지 않은 은퇴자를 만나왔다. 그 과정에서 은퇴자들의 경험만큼 실제적인 조언이 되는 것도 드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All Ready? 행복한 은퇴를 위한 모든 것>, <인생을 바꾼 100세 달력> 등의 책을 통해 은퇴자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세상에 소개하기도 했다. 물론 후회 없는 인생이 어디 있겠냐마는, 수많은 은퇴자를 만나보고 얻은 결론은 행복한 노후를 위해서는 일, 돈, 건강, 가족·인간관계가 고루 잘 준비돼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시간에는 그동안 만났던 은퇴자들 가운데 깊은 후회를 품고 있는, 혹 깊은 후회를 겪은 후 극복해낸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Case 3
“재취업에 그렇게 좋은 조건만 따지는 게 아니었는데”
유통업체에서 홍보담당 임원을 지냈고, 인터넷신문사에서 부사장을 지낸 C씨는 요즘 별다른 경제활동을 하지 못한 채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다. “눈높이를 낮춰서 오래 일할 수 있는, 내 상황에 맞는 일자리를 구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하고 인터넷신문사로 재취업한 게 후회돼요. 홍보 업무를 하면서 워낙 시달렸기 때문에 을(乙)의 생활에서 탈피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월급도 나쁘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하는 일은 결국 대부분 광고나 협찬 유치였어요.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에 몸이 망가지는 것도 모른 채 일에만 매달렸어요. 홍보 업무 35년에 광고 영업까지 5년을 하다 보니 몸이 망가진 거죠. 결국 결혼생활도 평탄치 못해 이혼을 했고, 자식들과도 왕래 없이 살고 있어요. 인생을 헛살았다는 후회뿐입니다.”
C씨는 비교적 업무 환경이 괜찮겠다고 판단했던 벤처기업 홍보담당자로 재취업을 고려했었다. 그러나 월급이 생각보다 적었고, 신문사에서 일하면 ‘갑(甲) 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오판했다. 그는 대접받는 위치가 아니고 월급이 이전보다 낮아도, 노년에 보다 오랜 기간 다닐 수 있는 직장을 고려했어야 했다고 후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