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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09. 05
용감한 브랜드가
소비자의 사랑을 얻는다
브레이브 브랜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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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지로 가는 길은 수만 갈래다. 내가 택한 길이 순탄하기만 하다면 굳이 다른 길을 모색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방향을 바꾸는 순간 다른 풍경을 마주하고, 새로운 목적지에서 뜻밖의 즐거움과 만난다. 이렇듯 익숙하고 편한 길에서 잠시 멈추고 자신만의 새로운 길을 모색할 때 경쟁력도 갖출 수 있는 법. 전환의 타이밍에 과감한 선택으로 새로운 길을 내는 이들이 있다.
용기 있는 브랜드의 출현
경험이 쌓일수록 취향은 다양해지고, 선택지가 많을수록 고심은 깊어지기 마련이다. 정교해진 개개인의 취향에 어떻게 응답하느냐가 브랜드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 고객의 취향 이외에도 기업의 경영 환경은 시장 환경, 기술혁신, 경쟁 구도 등 매 순간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최근에는 우리의 일상 곳곳에서 목소리를 내는 브랜드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에 사회의 정치적 문제에 대한 입장을 취하는 ‘브랜드 액티비즘Brand Activism, 우리의 사회적 신념과 브랜딩 방향이 일치하는 ‘브랜드 미닝아웃Brand Meaning-out이 부각되었다. 나아가 단순히 시장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을 넘어 기존 시장의 규범에 도전하고, 때로는 시장의 성공 공식을 완전히 뒤집어버리는 용기 있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바로 ‘브레이브 브랜딩Brave Branding이다.

브랜드 친밀도는 우리의 삶과 얼마나 밀접한지에 따라 달라진다. 가치에 공감할 수 있어야만 신뢰로 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브레이브 브랜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다. 기업은 이 진정성을 통해 매출 신장 외에 보다 더 고차원적인 가치에 관심을 갖고 있음을 보여줄 수 있고, 향후 잠재 고객과 더 강력하고 오래 지속되는 건강한 연결 고리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기업의 진정성은 다양한 활동과 제품 등을 통해 구축된다. 또한 과감하고 대담한 세부 전략은 얼마나 진정성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지속 가능한 브랜드의 경쟁력은 결국 소비자와 공감하는 브랜드 고유의 정체성 구축이 핵심이다. 단순히 시각적 로고나 눈길을 끄는 슬로건이 아니라 ‘기업이 고객과 맺는 정서적‧심리적 관계’를 의미한다. 하지만 오늘날 매우 역동적이며 경쟁적인 시장 속에서 보다 끈끈하고 특별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 새로운 관계 구축이 필요한 위기의 순간이 바로 전환의 타이밍이다.
새로운 길 위에서 세상과 소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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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VS 헬스는 금연을 위한 ‘더 라스트 팩’을 기획해 금연의 다양한 장점을 알리는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진행했다.
남들과 다른 자신만의 새로운 길을 찾아 세상과 소통한 브랜드들이 있다. 미국의 대표적 편의점 브랜드 CVS 파머시CVS Pharmacy는 2014년 매출을 높이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친 담배 판매를 완전히 중단할 것을 결정했다. 이는 긍정적 나비효과를 일으켜 월마트나 타깃 같은 주요 소매업체도 이 방침을 따르도록 동기부여가 되었다. 더 나아가 CVS 헬스CVS Health는 2019년 담배 및 전자 담배 회사와 협력하는 광고 또는 홍보 대행사와의 계약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선포하기까지 했다. 이러한 CVS 헬스의 금연 캠페인은 소비자의 참여를 이끌었고,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리테일 기업이라는 이미지도 구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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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타고니아는 <뉴욕타임스>에 브랜드 철학을 담은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 광고를 게재했다.
또 다른 사례로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Patagonia가 있다.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 캠페인으로 잘 알려진 이 회사는 자사가 제품을 판매하는 것은 바로 환경 때문이라고 역설해왔다. 파타고니아는 강력한 환경 옹호와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철학을 통해 경쟁 업체와 완전히 차별화하는 데 성공했고, 이른바 소비자 팬덤을 만들었다. 파타고니아의 설립자 이본 쉬나드Yvon Chouinard는 2022년 30억 달러(약 4조1,800억 원) 규모의 기업 소유권 전액을 환경 단체에 기부하면서 브랜드 철학의 진정성을 세상에 알렸다. 국내에서도 2022년 9월 환경 단체의 낙동강 녹조 독성 물질 조사를 지원하고, 강의 보를 살리는 캠페인을 전개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환경보호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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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하비 니컬스 백화점은 윤리적 약속에 기반한 동물 소싱 정책의 일환으로 동물 사용 제품의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최근 영국 백화점 하비 니컬스Harvey Nichols는 올해 모피를 사용한 제품을 판매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모피 판매 수익이 상당한 백화점 업계로서는 매우 대담한 경영 선택이다. 하비 니컬스는 지난 2004년 이미 퍼프리Furfree 정책을 세운 바 있지만, 매출 압박으로 2013년 모피 제품을 다시 판매하기 시작했다. 동물 복지 및 환경 지속가능성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 증가에 발맞춰 다시금 용기있는 선택을 한 하비 니컬스에 대한 소비자 호의도가 극적으로 높아졌음은 물론이다.

위 사례에서 우리는 다음의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전환의 시기에 어떤 브랜드가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해 소비자와 건강하게 연결되고자 어떤 노력과 실천을 하고 있는지를 세밀히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성숙한 시장에서 브랜드의 용기 있는 행보는 시장점유율 획득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다. 즉 오랫동안 소비자의 뇌리 속에 자리할 존경과 사랑을 얻게 된다.

브랜드 경영은 우여곡절이 많고, 매우 긴 여정이다. 브랜드는 어떻게 단기 매출을 상승시킬 것인가 뿐 아니라 어떻게 기존 관행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보여줄 것인가도 고민해야 한다. CVS 헬스, 파타고니아, 하비 니컬스 같은 브랜드는 결정적 순간에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한 과감한 선택을 했다. 이러한 용감한 선택이 경쟁사가 넘볼 수 없는 ‘러브마크Lovemark’를 만든 셈이다. 세계 시장을 선도할 국내 브랜드의 용감한 선택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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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취미/취향 #글로벌
글. 유승철(이화여자대학교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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