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AZINE / TREND
2023. 04. 11
가상인간이 그리는
무궁무진한 미래
버추얼 휴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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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TV를 보면 버추얼 휴먼이 종종 보인다. 버추얼 휴먼은 인공지능과 첨단 그래픽 기술을 기반으로 만든 3D 가상 인간을 말한다.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고, 말을 하는 움직임 하나하나에 디테일이 살아 있어 무심코 보면 진짜 ‘사람’ 같다. 우리는 가상 인간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손에 닿지 않는 가상의 존재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그들을 알아야 하는 이유는 분명 있다.
시대를 규정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새롭게 부상하는 공간적 규정 중 가장 우세종을 꼽으라면 아마도 메타버스일 것이다. 대면 접촉이 어려웠던 시기를 거치면서 실제로 만나지 않고도 실제 이상의 경험을 제공해주는 메타버스는 크게 각광받았고, 그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력에 대한 기대는 날로 커지고 있다. 가상의 공간인 만큼 메타버스에는 인간을 대신할 주체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 주체를 통칭해 버추얼 휴먼Virtual Human이라고 한다.

최근에는 광고 모델뿐 아니라 MC, 가수, 애널리스트 등 다양한 영역에서 등장하고 있다. 버추얼 휴먼은 유명세에 따른 높은 개런티 부담이 없고, 스캔들 등의 휴먼 리스크도 없다. 게다가 다치거나 늙지도 않으니 기업 입장에서는 소비자의 취향과 요구를 마음껏 반영할 수 있어 좋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버추얼 휴먼에 대한 관심이 미처 모르던 브랜드나 트렌드로 이어져 새로운 지혜를 얻기도 한다.
진짜 사람 같은 버추얼 휴먼의 시작
버추얼 휴먼이 주목받은 시기는 크게 봤을 때 초고속 인터넷이 보편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20세기 전후와 메타버스 서비스가 시작한 2020년 전후로 구분할 수 있다.
20세기 전후는 인터넷이 상용화되기 시작한 때로 가상의 정체성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높아지던 시기다. 일본에서는 ‘다테 교코’라는 사이버 아이돌이 1996년 등장했으며, 국내에서는 1998년 사이버 가수 ‘아담’이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기대만큼 많은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기술적 한계로 실제 인간의 모습과 괴리가 크다는 점이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2020년 전후로 버추얼 휴먼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진 것은 메타버스의 등장 때문이다. 메타버스라는 공간에 몰입하기 위해서는 나와 유사한 존재가 필요했고, 그 존재가 바로 버추얼 휴먼이었다. 이후 버추얼 휴먼의 형태는 가상 인플루언서로 발전한다. 말 그대로 인간이 아닌 가상의 존재가 디지털상에서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는 것이다. ‘릴 미켈라’나 ‘이마’와 같은 가상 인플루언서는 20세기를 전후로 등장한 버추얼 휴먼과 달리 큰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오로지’가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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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딥러닝 기술을 적용해 만들어낸 오로지는 광고에 이어 앨범을 내며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기술로 살려낸 디테일에 반하다
버추얼 휴먼은 가상 공간에 대한 관심을 재환기하는 효과를 가져왔고, 나의 정체성이 사이버 공간상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또한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이 가상 공간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혹은 가상의 존재가 얼마나 인간과 유사한 수준으로 재현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도 동시에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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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의 가상 슈퍼모델 슈두는 실제 사람으로 착각할 정도로 정교하게 만들어졌다.
이러한 관심을 받은 데에는 높은 기술력이 한몫했다. 요즘 버추얼 휴먼의 얼굴을 들여다보자. 동공의 움직임, 미세한 얼굴 근육 및 주름까지 섬세하게 표현해내는 페이스 리깅Face Rigging 기술을 도입한다. 또 신체 전체에도 리깅을 적용해 자연스러운 관절 움직임을 보여준다. 목소리는 또 어떠한가. 성우가 더빙한 것처럼 생생한 음성은 사실 고도화된 음성 합성 등의 딥러닝 기술을 적용한 것이다. 그래서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말하고 노래하는 고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탄생한 버추얼 휴먼은 전 세계의 관심과 인기를 얻고 있으며,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활동 중이다. 그리고 특이한 점은 실재하는 사람처럼 버추얼 휴먼 또한 개인적인 프로필이나 이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보면 버추얼 휴먼은 현실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존재라고도 볼 수 있다.
유튜버, 인플루언서, 아티스트의 영역을 넘보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의 강신규가 발표한 ‘디지털 휴먼의 앞면과 뒷면’에 따르면 버추얼 휴먼을 브이튜버VTuber, 버추얼 인플루언서Virtual Influencer, 버추얼 아티스트Virtual Artist로 나누고 있다.
브이튜버유튜브에서 활동하는 가상의 존재 혹은 캐릭터를 의미한다. 현재까지는 브이튜버가 수익성이 가장 좋은 버추얼 휴먼의 유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수익 모델이 구축된 유튜버라는 플랫폼이 지닌 특성 때문이다. 브이튜버 ‘루시아’는 지난해 유튜브 콘텐츠 구매 플랫폼인 슈퍼챗 랭킹 1위를 차지하고, 슈퍼챗 수익만 25억 원을 벌어들였다.

SNS에서 수만 명에서 수십만 명의 팔로워를 통해 대중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버추얼 인플루언서의 활동 영역과 영향력 또한 점점 확장하고 있다. 버추얼 인플루언서 ‘릴 미켈라’의 인스타그램 게시물 광고는 한 개당 1,000만 원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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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다른 패션 센스와 쿨한 애티튜드를 지닌 버추얼 인플루언서 릴 미켈라.
버추얼 아티스트도 향후 각광받을 수 있는 유형으로 꼽을 만하다. 버추얼 아티스트 ‘한유아’는 세상에 없던 매력적인 목소리의 음원을 선보이며 활동을 시작했고, 광동 옥수수수염차의 광고 자리까지 꿰찼다. 또한 LG가 만든 인공지능AI 아티스트 ‘틸다’는 2022 뉴욕 페스티벌의 ‘The Future Now’에서 금상과 은상을 수상하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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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이자 모델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버추얼 아티스트 한유아.
버추얼 휴먼의 유형은 더욱 증가하고 관련 산업도 지속적으로 발전할 전망이다. 마켓스앤마켓스는 2025년 버추얼 인플루언서 시장을 14조 원 규모로 전망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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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사람 같은 고퀄리티의 버추얼 휴먼은 인간을 대신해 브라운관을 채우며 활약하고 있다.
다양한 개성을 표현할 수 있고, 위기 대응 관리가 쉬우며, 마케팅 등의
활동 범위를 자유롭게 확장할 수 있어 그 활용도가 커지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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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무진해지는 버추얼 휴먼의 미래
버추얼 휴먼은 기술과 마케팅 그리고 콘텐츠를 결합한 종합적인 창작물이다. 20세기를 전후로 등장한 버추얼 휴먼에 비해, 최근에 등장하는 버추얼 휴먼은 국내외에서 성공 사례가 축적되어가고 있어 향후 어떻게 진화해나갈지 더 궁금해진다.

이미 가수를 대신하는 버추얼 휴먼 로지, 한유아, 리아, 애나 등은 자신의 이름으로 디지털 앨범을 내며 뮤직비디오까지 제작했다. 연습 기간만 몇 년이 걸리는 아이돌 대신, 버추얼 아이돌은 전 세계에 빠르게 퍼지며 보다 빠르고 광범위하게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중이다. 최근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서도 신개념 버추얼 아이돌 서바이벌 예능을 기획·제작한다고 밝힌 바 있다. 가상의 세계에서 펼쳐지는 화려한 무대와 섬세한 매너, 다양한 앵글이 화면에 담겨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 시키기에 충분하다.

버추얼 휴먼은 인간의 정체성에 대한 새로운 도전이 될 수도 있다. 이 쟁점은 사이버 공간이 처음 등장할 때부터 제기된 것이지만, 사람과 같은 존재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아직 숙제가 많이 남아 있다. 얼마나 미래가 실감나는 콘텐츠를 선보일지, 대중의 공감을 얼만큼 이끌어낼 수 있을지, 다양한 콘텐츠를 어느 정도 제작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것들이다.

버추얼 휴먼이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와 관련한 IT 기술의 발전과 메타버스 시장의 확장 그리고 메타버스를 포함한 신산업에 대한 정부의 규제 프레임워크 등이 종합적으로 맞물려 새로운 생태계를 창출해나가게 될 것이다. 이 새로운 생태계의 미래에 대한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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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IT기술 #AI
글. 노창희(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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