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변화가 두렵지 않은 디지털 기술 시대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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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09. 19

빠른 변화가 두렵지 않은
디지털 기술 시대를 위하여

디지털 시대의 포용법

기술의 발달은 우리 삶의 전반에 편리함을 가져왔다. 특히 디지털 기술은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 문이다. 디지털 기기로 쇼핑, 뱅킹, 학습 등 원하는 활동을 할 수 있는 생활의 혁신이 일어났다. 하지만 기기를 다루거나, 다루지 못하는 틈새가 벌어졌다. 디지털 시대, 누구나 편리함을 누리기 위해서는 포용하는 법을 모색해보아야 한다.

무인 자동화 시대, 사라져가는 ATM

은행을 중심으로 현금자동입출금기^ATM가 사라지고 있다. 올 들어 4개월 동안 200여 대가 자취를 감췄다. 반면 일반 점포에 설치된 무인 주문기 ‘키오스크’는 2019년 약 19만 대에서 2022년 약 46만 대로 3년 사이 2.4배나 증가했다. 여기서 생기는 의문 하나. 넓은 의미로 ATM은 ‘고객이 조작하는 기계’라는 의미로 키오스크와 같다. 그런데 왜 은행의 ATM은 감소하고, 일반 점포의 키오스크는 증가할까?

금융업에 디지털 전환이 확산되고 현금 없는 생활이 많아지면서 현금자동입출금기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무인 자동화 기계의 운명은 모두 같지 않다. 즉 설치 목적과 효율에 따라 존재 이유가 달라진다. ATM은 현금을 다룬다. 하지만 현금 사용량이 현저히 줄어들면서 이용자도 함께 감소해 ATM 수수료 수익이 하락했다. 연간 운영비가 1대당 1,200만 원 이상 들어 부담으로 작용하는 데다 때때로 범죄의 대상이 되기에 정리하기에 이른 것이다.

하지만 키오스크는 다르다. 빠른 주문과 정산이 장점인 키오스크는 젊은 층과 자영업자에게 환호를 받고 있으며, 특히 인건비 감소 같은 실질적 이익을 본 자영업자는 키오스크와 같은 비슷한 시스템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테이블 오더 시스템, 모바일 QR 주문이나 앱주문 등의 증가세도 동일 선상에서 그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

디지털 전환과 새로운 기술의 등장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급속도로 디지털화하는 시대다. 일상의 금융거래도 인터넷뱅킹을 거쳐 손바닥 위 스마트뱅킹으로 전환하는 중이다. 비대면이 일상이던 팬데믹은 디지털 전환을 더욱 가속화했고, 창구 업무를 대신 할 AI의 등장과 무인점포의 확산을 가져왔다.

이는 기존 창구 업무가 정해진 영업시간이 있던 것과 달리 시간 제약 없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한 이점이 있다. 하지만 한편으론 공과금을 내거나 행원과의 상담을 통해 연금, 보험 등 금융 상품을 소개받는 것이 익숙하던 이들에게는 결코 녹록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디지털 전환이 급변하는 만큼 이로부터 소외되는 이들에 대한 대책 마련도 강조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의 특성상 디지털 기기를 조작할 수 있어야 하고, 기기를 통해 디지털 세계에서 정보 탐색 및 정보 활용을 할 수 있어야 하기에 일상화하는 데까지는 일정 시간의 워밍업도 필요하다.

따라서 정부와 기업, 시민사회에서의 다양한 노력이 절실하다. 급격한 점포 축소보다는 장기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무인점포로 확대할 필요가 있고, 정부는 법제화로 이를 강제하기보다 금융기관에서 비용의 부담을 덜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을 고민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서비스를 알리기 위한 홍보나 가이드에 대한 인력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해외에서도 키오스크를 도입해 운영하는 기업이 증가하는 추세다. 맥도날드는 글로벌 전체 매장의 약 70%가 키오스크를 도입했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포용적 금융이 전 세계적 어젠다로 제시된 2010년부터 금융계는 취약 계층의 금융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해 고민해왔다. 금융감독원은 2015년 1사1교 프로그램을 론칭했다. 은행과 증권사 등 금융기관이 전국 초‧중‧고등학교와 결연해 실용 금융을 교육하는 프로그램이다. 현재 1사1교 결연을 맺은 전국 초‧중‧고등학교는 전체의 70%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이와 관련해 금융 취약 계층의 리터러시 교육을 돕기 위해 금융 투자업계 최초로 회사 임원으로 구성된 금융 교육 전문위원을 꾸리기도 했다. WM부문, 리서치센터, 금융소비자보호본부 등 각 부문별 담당 전문 임원으로 구성된 금융 교육 전문위원은 고령자, 은퇴자 등 취약 계층과 사회 초년생, 보호종료청소년, 대학생, 군인 등 금융 교육을 받기 어려운 계층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금융 교육 서비스’를 제공했다.

기업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어르신 등 디지털 접근이 쉽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다양한 디지털 체험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스마트폰 사용법 강의 및 키오스크 체험 존 등을 열고 강의 참여자들의 디지털 역량 강화와 정보화 교육에 힘쓰고 있다. 지난해 한국은행이 발표한 ‘모바일 이용 형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모바일 금융 서비스 이용 경험 비율이 20~40대는 80%를 훌쩍 넘었지만, 50대는 66%, 60대는 40%, 70대 이상은 15%로 뚝 떨어졌다.

디지털 시대의 핵심 기술은 스마트폰에 집결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전히 스마트폰에 익숙하지 않은 디지털 소외 계층이 많은 만큼 이들을 위한 전 사회적 지원은 이 시대 구성원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볼 수 있다.

포용의 방법론이 필요한 이유

기술의 발전은 인류사를 움직여온 근원이다. 인류의 삶을 윤택하게 했고, 보다 나은 미래를 꿈꾸는 희망으로 작용한다. 일면 기술이 인간의 일자리를 없애기도 하지만, 장기적으로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도 한다. 전화 교환원과 키펀치, 카메라 필름 공장과 화장품 방문 판매원이 사라진 자리를 프로그래머와 사회복지사, 전기차 배터리 공장이 채웠다.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가 어떤 직업을 대체할 수 있겠지만, 어떤 직업을 보완하거나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산업혁명 이후 인류는 지속해서 수명을 늘리고 삶의 질을 개선해왔다.

기술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는 사회 구성원의 노력과 합의로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 기술 시대에 배려와 포용의 방법론이 필요한 이유다. 잠시 멈추거나 조금 느려도 기다려주는 사회야말로 진정한 혁신이 가능한 사회일 것이다. 그런 사회는 오히려 빠른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