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중국의 젊은 층을 이해하려면 12가지 유행어에 주목하면 좋을 것이다. 우선 현재 40세 이하 중국인은 대부분 외동이다. 자녀 1명이 부모 2사람과 조부모 4사람 손에 금지옥엽으로 사랑 받는 ‘421가정’(四二一家庭)에서 자랐다. 그래서 사치스럽거나 이기적인 면모를 가진 젊은이들을 남자는 ‘소황제’, 여자는 ‘소공주’라 부른다.
더구나 한 자녀 정책의 폐해로 현재 결혼 적령기의 젊은이는 남성이 여성보다 3천만 명가량 많다. 성비 불균형으로 일부 여성은 이기적이고 계산적인 모습을 보이는데, 이런 젊은 여성을 지칭해 ‘백련화’(白蓮花)라고 부른다. 원래 중국 사극에서 순진무구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 여성 캐릭터를 부르던 말인데,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며 계산적인 모습을 보이는 젊은 여성을 뜻하는 유행어가 되었다.
젊은 남녀가 배려하는 마음이 부족하다 보니 결혼을 두려워하는 ‘공혼족’(恐婚族)도 생겨났다. 중국에서는 10년에 한 번 전국적으로 인구조사를 하는데 2020년 최신 조사에서 두 가지 주목할 만한 통계가 나왔다. 첫째, ‘평균 초혼 연령’이 2010년 24세에서 2020년 28세로 4세 가까이 올랐다. 둘째, 초혼자의 수가 2,200만 9천 명에서 1,288만 6천 명으로 10년 만에 40%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최근 중국 젊은 층에선 결혼뿐 아니라 사회 자체를 두려워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런 현상을 사회공포증, 줄여서 ‘사공’(社恐)이라고 부른다. 이들 중 일부는 적극적이었던 부모 세대와 달리 얌전한 성격의 소유자가 많다. 대부분 외동으로, 집과 차를 소유한 여유로운 가정에서 자라나 별다른 불만이 없다. 그런 이들에게 붙은 호칭이 ‘불계’(佛系)다. 마치 부처님처럼 온유한 사람이란 뜻이다.
불계 젊은이는 일을 하지 않고 하루종일 집 소파에서 뒹굴며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린다. 그런 모습을 두고 ‘당평족’(躺平族)이란 말이 나왔다. 이른바 ‘뒹굴족’이란 뜻이다. 당평을 위한 굿즈가 있는데 소파, 담요, 과자, 마지막은 귀이개다. 이들은 부모의 등골에 빨대를 꽂고 산다. 연로한 부모의 재산과 에너지를 빨아먹는다고 해서 ‘습로족’(啃老族)이라고도 부른다.
중국 사회학자들은 습로족을 다섯 종류로 구분한다. 순수한 습로족, 일시적 습로족, 부모와 불화를 겪고 있는 습로족, 어떤 목표·목적을 위해 기회를 기다리고 있는 습로족, 가사에 전념하는 습로족이다. 뚜렷한 통계는 없지만 수천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젊은이만 탓할 수는 없다. 졸업 시즌인 2022년 7월, 중국에서는 1,076만 명의 대학생이 졸업했다. 그러나 같은 달 청년층(16세~24세) 실업률은 19.9%로, 현재까지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래서 ‘필업즉실업’(畢業即失業)이라는 말이 유행어가 됐다. 졸업은 곧 실업이라는 뜻이다.
‘필업즉실업’이라는 말이 유행어가 됐다.
졸업은 곧 실업이라는 뜻이다.
현재 중국의 취업 전선은 극심한 빙하기에 놓여 있다. 그동안 채용에 적극적이었던 IT 대기업도 상당수가 인력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2022년 10월 현재, 7월 대학 졸업자의 취업률은 15%라는 비공식 통계를 인용한 기사가 인터넷에 나왔다가 바로 삭제되는 일도 있었다.
청년 구직자 증가 문제와 함께 ‘블랙 기업’ 문제도 속출하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6년 전 사례지만 대형 IT기업에서 매일 오전 9시부터 밤 9시까지 일주일에 6일 출근하는 회사 규정이 사회문제가 됐다. 이를 보여주는 말이 ‘구구육’(996)이다.
심지어 ‘007’이란 말도 생겨났다. 흔히 아는 제임스 본드 영화 제목을 패러디한 유행어인데, 매일 자정부터 다음날 0시까지, 일주일에 7일을 출근한다는 뜻이다. ‘회사=자택’인 셈이다. 이런 열악한 노동 환경 때문에 ‘타공인’(打工人)이라는 유행어도 생겨났다. 타공은 중국어로 ‘아르바이트’라는 뜻인데, 정규직임에도 아르바이트생 취급을 받는 현상을 개탄하는 말이다.
최근에는 ‘공구인’(工具人)이라는 슬픈 유행어도 생겨났다. 공구는 바로 도구를 의미한다. 즉 인간적인 대우를 받지 못하고 도구 취급을 받는 사원이라는 뜻이다. 중국 취업 시장은 앞서 말한 것처럼 ‘매수자 우위 시장’이기 때문에 회사로서는 젊은이를 회사에 입사‘시켜 준’ 느낌이고, 취업자 입장에서는 회사에게 선택받은 느낌이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업무상의 실수가 있거나 상사의 뜻을 거스르면 ‘내일부터 나오지 마세요’라는 말을 듣게 된다. 때문에 젊은이들은 입사 후에도 항상 마음을 졸이면서 일해야 한다. 그런 젊은이들의 불안정한 상태를 나타내는 유행어가 ‘45도 인생’(45度人生)이다. 90도로 수직 상승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0도의 방바닥을 굴러다니며 당평족으로 지낼 수도 없는, 45도 방향을 향해 떠다니는 것 같다는 의미의 자조적인 단어다.
그런 답답한 상황에서 벗어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중국을 탈출하는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젊은이들이 해외로 나가는 방법은 유학밖에 없다. 그래서 ‘윤학’(潤学)이란 말이 생겼다. ‘윤’(潤)은 원래 ‘매끄럽다, 윤이 나다’의 의미이지만 중국어 병음이 ‘run’이라 영어의 run과 같아서 ‘유학을 핑계로 해외로 튄다’라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해외 유학이 각박한 현실을 벗어나는 탈출구가 되고 있는 것이다.
해외에서 보면 중국 젊은이들은 세계 2위 경제대국을 이끌어나가는 일꾼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하루하루를 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