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보호하는 다양한 방법 중 재활용은 굉장히 유용하다. 지구에 버리지 않고 계속해서 자원을 활용하는 것으로, 세계 각지에서 재활용 기술을 연구하고 더 나아가 경제적 부분까지 고려한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점점 일상으로 확대되고 있는, 지구를 살리는 재활용의 현재를 짚어본다.
환경보호의 중요성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후대에 깨끗한 지구를 물려주기 위한 각계각층의 노력이 이제는 실효성 높은 방법 찾기로 진화하고 있다. 초기의 재활용 기술이 기술 장벽을 뛰어넘는 것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다양한 기술적 노하우의 축적과 사회적 합의에 의한 경제적 부분이 더해져 녹색경제Green Economy의 한 축으로 자리하게 되었다.
삼성전자는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3에서 폐어망과 폐페트병을 재활용한 플라스틱 등 재활용 소재를 적용해 의미 있는 연결에 대해 고찰했다.
지난 8월 31일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한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3’에서는 ‘연결’과 ‘지속 가능성’을 중심으로 의미 있는 친환경 기술이 대거 등장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출시한 모바일 제품에 폐어망과 폐페트병을 재활용한 플라스틱과 파유리를 재활용한 글라스 등 재활용 소재를 적용해 ‘환경, 사람, 미래와의 의미 있는 연결’을 지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LG전자 또한 ‘LG 지속 가능한 마을’을 선보이며 ‘모두를 위한 즐거움과 지속 가능한 삶’을 강조했다. 전시 부스를 재활용 소재로 사용했을 뿐 아니라 홈 에너지 솔루션과 탄소 중립에 대한 비전도 함께 제시했다.
플라스틱 재활용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코카콜라
코카콜라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경쟁사와의 연대도 추진하고 있다. 일본에서 산토리와 손잡고 ‘보틀 투 보틀Bottle-to-Bottle’에 대한 소비자 인식 제고 캠페인을 전개했다. 보틀 투 보틀은 투명 플라스틱 병을 투명 플라스틱 병으로 반복해 재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삿포로 맥주가 주력 상품인 블랙라벨 맥주의 부산물을 이용해 만든 청바지
기업의 재활용 범위는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일본의 삿포로 맥주는 주력 상품인 ‘블랙라벨’ 맥주의 부산물로 청바지와 재킷을 만들었다. 맥즙을 짜고 남은 맥아 사료나 맥주 만드는 데 사용하지 않은 홉의 줄기와 잎을 건조시켜 가루나 용지 형태로 먼저 만든 후 그 용지에서 실을 뽑아 직조해 데님 원단을 만들었다.
수건 공장을 운영하는 니시센코가 수건 제조 공정에서 나오는 먼지로 개발한 캠핑용 착화제
미세먼지도 재활용 대상이 된다. 70년 전통의 수건 제조업체 니시센코는 그간 염색한 수건을 건조할 때 나오는 먼지 처리 문제로 고민이 많았다. 건조기 필터에 붙는 먼지는 매일 120L 쓰레기봉투 2개 분량을 채울 정도로 대량 발생한다. 이 먼지는 순식간에 불이 붙어 화재의 원인이 되기도 하므로 제때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니시센코는 오히려 발상을 전환해 이 먼지를 모아 캠핑용 착화제를 만들었고, ‘이마바리 먼지’라는 상품으로 개발했다.
이러한 기업의 재활용 확대 노력은 고객의 의식 변화와도 깊은 관계가 있다. 소비 과정에서 자신의 신념과 가치를 표현하는 ‘미닝 아웃Meaning Out’ 소비가 확고한 트렌드로 자리 잡은 가운데 2030 세대는 환경을 고려해 소비하는 그린슈머Greensumer를 지향한다. 과거에도 제품을 선택할 때 환경이나 윤리적 부분을 고려하며 생산과 유통에서 아동 복지나 동물 복지 등을 살피는 소비 형태는 있었으나, 미닝 아웃은 이보다 좀 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며 일종의 놀이 문화에 가깝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그린슈머로 변화한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플로깅 활동
이들은 마음 맞는 사람들과 모여서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 활동을 펼치고, 지자체에서 마련한 자원 순환 및 쓰레기 줄이는 방법이나 노하우를 배워 SNS에 공유한다. 또한 폐기물이 될 뻔한 소재에서 다른 가치를 찾아내는 업사이클링 예술가의 작품을 구매하거나 장터를 열어 자신이 필요한 물건 또는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물물교환하거나 판매하는 활동도 꾸준히 해나가고 있다.
기업도 친환경 기술 및 상품 개발을 넘어 재활용 단계에서 놓치고 있는 부분을 챙기는 역할을 한다. 분리하기 까다로운 빨대의 반납함을 설치해 보상하거나 일회용품 줄이기 캠페인을 적극 추진하기도 하고, 자사 제품을 재활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등 일상으로 재활용 습관이 확대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론을 제안하고 있는 것이다.
재활용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는 아이템은 플라스틱이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2040년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폐플라스틱 양은 약 1억 톤에 이를 전망이다. 이에 플라스틱 재활용에 대한 해결의 목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석유화학 분야는 플라스틱에서 연료를 만들어내는 기술을 개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재활용이 불가능한 비닐·라면 봉지 등을 녹인 기름으로, 품질이 낮은 경유나 보일러 연료로만 활용했던 것이 이제는 석유화학제품 원료로도 재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기술적으로 무수히 다양한 플라스틱을 재활용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분리수거와 불순물 제거를 통해 고순도의 재활용 플라스틱을 얻는 게 급선무다. 대표적으로 플라스틱병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라벨은 PP, 뚜껑은 HDPE, 병은 PET 등 복합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성분을 따로 떼어서 분리배출하지 않으면 재활용 업체에서 고순도의 플라스틱으로 재활용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국내의 재활용 플라스틱 시스템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물질이 거의 없는 분리배출 단계의 사회적 노력과 함께 지속적인 일상의 변화가 요구된다. 기술 향상을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도 당연히 필요하다.
<나는 쓰레기 없이 산다>의 저자 비 존슨이 서초구청에서 강연하는 모습
결국 재활용하는 삶은 버리지 않고 살리는 삶이다. <나는 쓰레기 없이 산다>의 저자 비 존슨은 자신이 만든 생활 습관으로 쓰레기 없는 삶을 만들어갔다.
필요하지 않은 것은 거절하고, 필요하며 거절할 수 없는 것은 줄였다. 그리고 재사용할 수 없는 것은 재활용하는 삶을 습관화했다. 비 존슨은 스스로 쓰레기 제로 운동을 실천하며 현재 상황에서 쓰레기를 완전히 제로로 만드는 것은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만 노력하다 보면 일상은 바뀌고, 그 변화는 지구를 살리는 방향으로 나아가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