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AZINE / TREND
2022. 11. 22
월급 빼고 다 오르는
고물가 시대 살아가기
런치플레이션 대처법
img
1만 원 한 장으로 점심 후 커피까지 마실 수 있었던 때가 언제였나 싶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가장 대중적인 음식의 평균 가격은 냉면 1만269원, 짜장면 6,223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 전후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렇다 보니 점심값이 부담된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고물가에 고금리·고부채·고환율이 더해지는 소위 4고 현상이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늘 그랬듯이 우리는 이를 지혜롭게 극복해나갈 것이다.
런치플레이션Lunchflation이란 점심Lunch과 가격 급등Inflation을 결합한 용어로, 올해 미국에서 생겨난 신조어다. 미국은 올해 들어 가파른 고물가를 경험하고 있다.

전년 동월 대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1월 7.5% 이후 6월에는 9.1%까지 치솟았고, 7월에도 8.5%의 높은 상승률을 유지하고 있다. 연초부터 엔데믹 정책으로 재택근무를 하던 직장인들이 회사로 속속 복귀하면서 그간 침체했던 외식 경기에 다소 활력이 생겼으나, 지난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곡물 가격 급등을 촉발했고, 이는 기존의 인플레이션과 글로벌 수급 불안을 가속화시켜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고물가 현상을 가져오게 된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밥값은 왜 계속 오를까?
img
외식 물가의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진 요인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곡물가 급등을 꼽을 수 있다.
런치플레이션을 촉발한 요인으로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곡물 가격 상승 외에도 두 가지가 더 있다. 육류 소비가 증가함에 따라 곡물을 사료로 사용하는 축산물 가격이 상승한 것과 식물성 단백질, 바이오 디젤, 반려동물 사료 등의 새로운 곡물 수요 상승이 지속적으로 진행돼오던 구조적 수급의 불균형 현상을 심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점심값이 부담인 직장인들은 도시락을 싸 오기 시작했고, 식당에서 먹기보다 가성비 좋은 밀키트를 이용하는 모습도 늘고 있다.

여기에 전월세가 급등과 고환율 추세가 더해지면서 월급 빼고 다 오르는 IMF 못지않은 고난의 시기가 도래하는 중이다. 한동안 젊은 층의 트렌드로 각광받던 YOLOYou Only Live Once, 한 번뿐인 인생이니 맘껏 즐기자나 FLEX돈을 쓰며 지르고 과시하다 현상은 이제 보기 힘들게 되었다. 절약이 생존의 길이고, 어떻게 절약하느냐 하는 방법론과 아이디어가 절실한 시대가 된 것이다.

최근 미래에셋증권은 ‘미국 식품 회사들에서 본 글로벌 투자’라는 보고서를 통해 “미국 식품 밸류 체인Value Chain, 가치사슬 내 여러 기업의 최근 실적 발표를 보면 미국 식품 인플레이션은 앞으로도 쉽게 진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는데, 우리나라의 경우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런치플레이션에 맞서는 뉴 트렌드
MZ세대의 장점 중 하나는 자유분방한 아이디어와 뛰어난 정보력 그리고 소통 능력이다. 이러한 장점을 십분 발휘해 이들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다양한 시도를 통해 가능한 방법을 찾아내곤 한다. 그렇다면 런치플레이션 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뉴 트렌드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가장 먼저 꼽히는 것이 ‘무지출 챌린지’다. 이제 단순한 절약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래서 아예 지출을 극도로 제한하는 무지출을 시도하며 SNS상에서 무지출 챌린지를 공유하는 브이로그가 성행하고 있다. ‘짠테크’도 중요한 키워드로 등장하고 있다. 젊은 주부들까지도 이에 동참해 냉장고 안에 숨어 있던 식품이나 식재료를 탈탈 털어 활용하는 이른바 ‘냉털’의 유행은 어찌 보면 당연한 시도다.

한편 통근 비용을 절약하면서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도보 출근이 가을철이 되면서 상당히 매력있는 방법으로 거론되고 있다. 걸을 때마다 포인트가 올라가는 ‘캐시워크’와 같은 앱을 활용하는 챌린지는 재미와 실리를 동시에 추구하는 방식이다.
img
걸을 때마다 포인트가 올라가는 캐시워크는 절약의 한 방법으로 거론되고 있다.
물건 팔고, 발품 팔고
img
중고 거래 플랫폼을 운영하는 당근마켓은 오프라인 장소 ‘당근존’을 오픈했다.
‘중고 거래의 활성화’도 런치플레이션을 극복하는 방법 중 하나다. 중고 거래에 눈을 뜬 기성세대가 집 안에 오래 간직하던 물건들을 골라 중고 시장에 내놓는 활동을 ‘헌테크’라고 한다면, MZ세대는 한발 더 나아가 부가가치가 높은 명품이나 희소 상품에 프리미엄을 얹어 파는 ‘리셀’을 통해 이익을 크게 높이는 새로운 활동을 벌이고 있다.

서울대학교 김난도 교수팀은 이러한 활동을 ‘N차 신상’이라고 명명하고 있으며, 이는새로운 재테크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따라 ‘당근마켓’을 필두로 한 중고 거래 플랫폼은 지속적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가성비 높은 식당 찾기’도 있다. 값싸고 맛있는 점심을 먹기 위한 직장인들의 ‘발품팔이’ 노력은 대단하다. 최근 들어 가성비가 높은 편의점 매출이 많이 늘어난 원인은 런치플레이션의 영향이다.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음식 맛도 좋은 구내식당 정보가 맛집 평가 앱이나 언론사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되는 등 조금만 발품을 팔면 가성비 높은 점심을 사 먹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img
점심값 부담이 커지자 편의점 도시락과 밀키트 등 상대적으로 저렴한 먹거리가 뜨고 있다.
정기 구독 서비스와 초저가 상품 찾기
장기간 거래를 미리 약정해 할인 서비스까지 받는 이른바 ‘정기 구독 서비스’도 확산되고 있다. 마트의 반찬 정기 배송 서비스, 카페의 커피 할인 구독 서비스 등 식품·외식 분야에서도 정기 구독 서비스는 가성비 극대화 방법의 하나로 정착되어가고 있다.

‘초저가 상품 찾기’를 선택하는 MZ세대도 있다. 편의점에서는 초저가 상품이 인기를 얻자 아예 초저가 브랜드를 론칭해 판매 증대에 집중하고 있다. 반면 프리미엄 햄버거와 같은 신상품 개발에도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품질은 고급화하되 가격은 패스트푸드 전문점보다 낮게 책정한다는 전략이다.
주목 받는 신개념 VIP 마케팅
요즘엔 외식하고 싶은 식당을 고르는 기준 중 첫 번째로 ‘사진을 찍을 만한 장소인가’를 꼽는다. 가족 모임에서도 정보력이 뛰어난 MZ세대의 발언권이 강해지면서 이러한 경향은 대세가 되고 있다. 그렇다 보니 매장 내 인테리어에 변화가 적고 비슷한 메뉴만 고수하다 보면 트렌드에 민감한 MZ세대의 관심을 끌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2000년대만 하더라도 주말이면 연인이나 가족 단위 방문객으로 북적였던 패밀리 레스토랑이 점점 사라지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물론 여기에는 코로나19라는 예기치 못한 변수와 1인 가구의 증가에 따른 혼밥과 혼술의 유행도 영향을 미쳤다.

가성비보다 가심비를 더 따지는 요즘 세대는 기왕 비싼 돈 들여 먹을 거라면 SNS상에서 유명한 곳, TV 프로그램에 나왔던 곳,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을 원한다. 그리고 이동의 불편함, 기다리는 수고로움이 따를지라도 선택의 이유와 명분이 있다면 기꺼이 지갑을 연다. 잘나가던 국내 패밀리 레스토랑이 종래의 오리지널 매장을 대폭 축소하고 특정 메뉴만 업그레이드 하거나 프리미엄 매장으로 재오픈해 인기를 얻은 것도 이런 트렌드의 변화를 잘 반영하고 있다.

런치플레이션이 지속되면서 주력 고객층으로 부상하고 있는 MZ세대를 타깃으로 한 신개념의 VIP 마케팅도 떠오르고 있다. 본래 VIP란 ‘Very Important Person’의 약어이지만, 신개념 마케팅에서의 VIP는 ‘Visual인증샷을 부르는, Individual개인 맞춤형, Premier고품격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평소에는 런치플레이션에 맞서 치열하게 극한의 가성비를 추구하지만, 때로는 매력적인 레스토랑에서 나만의 개성을 찾고 억눌린 감성을 맘껏 폭발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통해 우리의 자존감을 지키는 것 또한 꼭 필요한 생활의 지혜가 아닐까?
클릭하시면 같은 키워드의 콘텐츠를 모아볼 수 있습니다.
#트렌드 #취미/취향 #라이프
글. 손세근(식품안전상생재단 명예총장)
COPYRIGHT 2021(C) MIRAE ASSET SECURITIES CO,.LTD.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