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일강 서쪽 모래사막이 끝없이 펼쳐진 이집트 고원 기자^Giza에는 스핑크스가 태양이 떠오르는 동쪽을 응시하며 앉아 있다. 피라미드와 함께 이집트의 상징이 된 이 동물은 태양신을 수호하는 존재였다. 고대 이집트 신화와 지혜는 모래바람 속에 시간의 더께를 쓰고 많은 부분 소실되었지만, 그 흔적은 그리스 신화 속에 모습을 달리해 다시 등장한다.

펠로폰네소스전쟁이 한창이던 기원전 425년 아테네의 비극작가 소포클레스는 <오이디푸스왕>을 극장에 올렸다.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이렇다. 주인공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죽이게 될 것이라는 신탁 때문에 어릴 때부터 버림받았다. 아버지를 죽일 운명이라는 불운을 피하고자 자란 곳을 떠났지만, 얄궂은 운명은 그를 다시 고향으로 이끌었다. 길에서 우연히 만난 노인과 시비가 붙어 그를 죽이고 마는데, 그 노인이 바로 친아버지였던 것이다.

방랑하던 오이디푸스는 자신의 진짜 고향인 테바이 근처에서 스핑크스와 대면한다. 스핑크스는 수수께끼를 내어 그 답을 풀지 못하는 사람을 잡아먹곤 했는데, 아무도 그 질문에 답하지 못하고 죽임을 당했다고 한다.
“아침에는 네발로 걷고, 점심에는 두 발로 걸으며, 저녁에는 세 발로 걷는다. 목소리는 하나다. 무엇인가?”
오이디푸스는 거침없이 대답했다.
“인간이다!”

이 말에 스핑크스는 자취를 감추어버렸다. 그는 테바이 사람들을 괴롭히던 스핑크스를 물리치고 영웅으로 추앙받았다. 그리고 비어 있던 왕좌를 차지했다. 새로운 왕은 전임 왕의 모든 것을 계승하는 것이 국법이었으므로 죽은 왕의 아내와 결혼하는 것이 당연했다. 죽은 왕은 잘 알고 있듯이 바로 오이디푸스의 친아버지였다. 아들이 아버지를 죽일 것이라는 오래된 예언은 이렇게 실현되었다.

주인공 오이디푸스는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한 패륜아다. 그러나 소포클레스는 그를 단순히 패륜아로 묘사하지 않는다. 그가 저지른 불경스러운 일은 그 자신도 모르고 저지른 일이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