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AZINE / LIFESTYLE
2024. 12. 30
AI 시대에 요구되는 필살기,
소프트 스킬
공존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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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등 자동화 기술로 다양한 업무가 대체될수록 협업, 설득, 공감 같은 사회적 능력에 대한 요구가 갈수록 커질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AI와 공존하며 나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소프트 스킬Soft Skill이 주목받는 이유다. 소프트 스킬은 무엇이고, 일상에서는 과연 어떻게 접목할 수 있을까?
오픈AI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생성형 AI는 챗GPT를 중심으로 우리 일상에 빠르게 스며들었다. 특히, 머신 러닝 및 자연어 처리의 발전으로 생성형 AI가 점점 더 정교해지면서 AI 기술은 더욱 친숙해졌다. 국내외 글로벌 기업들도 급변하는 AI 시대를 맞이해 로봇과 인간의 직무 수행과 관련한 고민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대두된 것이 소프트 스킬Soft Skill이다.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전문 지식과 기술이
하드 스킬Hard Skill이라면 소프트 스킬은 지식을 활용하고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아니쉬 라만 링크드인 부사장은 마이크로소프트 팟캐스트 ‘워크랩Worklab’에서 “대학 학위보다 소프트 스킬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인터넷 시대엔 컴퓨터 과학 학위나 코딩 능력이 중요했지만 AI 시대엔 적응력이 더욱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유수의 기업과 교육 전문가들이 이 시대 꼭 필요한 경쟁력이라고 손꼽는 소프트 스킬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살펴보자.
점점 중요해지는 학습 민첩성과 디지털 리터러시
급변하는 기술혁신 시대에는 현재 무엇을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가보다 수시로 요구되는 기술과 지식을 적시에 습득할 수 있는 능력인
학습 민첩성’이 중요하다. 개별 역량의 유통기한이 짧아짐에 따라 해당 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기간, 이른바 역량의 유통기한도 단축되고 있다. 그 때문에 역량의 보유량보다는 새로운 역량을 빠르게 습득하도록 도와주는 학습 민첩성을 키워나가야 한다. 학습 민첩성은 발레리나의 유연성과도 같다. 발레리나는 꾸준한 스트레칭을 통해 근력과 유연함을 유지한다. 만약 연습을 게을리할 경우 움직임에 제한이 생기고 관절이 마모되기도 한다. 학습 민첩성 또한 배움을 게을리하면 후퇴할 수밖에 없다. 외국어 능력, 직무, 취미생활 등 본인이 필요한 어느 영역에서든 배움의 과정을 꾸준히 지속하면서 학습 민첩성을 키워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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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0월에 개최되는 ‘유네스코 세계미디어 및 정보 리터러시 주간’은 미디어 리터러시의 중요성을 알리고 디지털 리터러시를 강화하는 전략을 논의한다. ©유네스코
학습 민첩성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다. 국제화·세계화 시대 글로벌 무대에서의 협업을 위해 외국어 학습이 강조되었다면, 인공지능이나 로봇과의 협업이 필요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에서 필요한 역량 중의 하나는 바로 디지털 리터러시다. 유치원에서부터 조기 코딩 교육을 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자신의 영역에서 필요한 기술을 접목해서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의
디지털 리터러시를 익혀야 한다는 의미다. 디지털 리터러시의 역량 수준별 필요 역량군을 구축해 개개인의 눈높이에 맞는 디지털 리터러시 학습을 지속적으로 수행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리터러시의 역량 수준 격차가 커지면, 아무리 좋은 인프라를 구축해서 패스트푸드점에 키오스크를 마련해도 원하는 메뉴를 주문 조차 하기 힘든 경우가 생겨나게 될 것이다.

인공지능이나 로봇과의 협업이 증가한다고 해도 사람들 간의 대면 ‘소통’은 여전히 필수적이다. 중요한 사안일수록 문자나 이메일, 전화보다는 대면으로 소통하는 것이 음성이나 표정, 제스처 등의 비언어적 소통까지 포함하기 때문에 보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분야별 전문성이 깊어지고 단편적인 지식의 활용이 범람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어휘력과 문해력을 바탕으로 한 ‘문맥 이해력’은 미래의 핵심 인재를 판별하는 매우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활자보다는 영상 매체에 친숙한 세대들은 문장을 쓰거나 읽는 호흡이 짧아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문맥 이해력이 우수한 인재에 대한 희소가치가 올라갈 것으로 예상한다. 엄청난 학습량에도 불구하고 한국 청소년들의 문맥 이해력의 편차가 심화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입시 위주의 교육으로 글자를 접하는 방식 자체가 문학작품이 아닌 문제 풀이 지문에 한정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로 학창 시절의 문제 풀이 학습지에서 예문으로 접한 글밥들에 대한 반감이 성인이 된 이후에 독서로부터 멀어지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소프트 스킬을 경쟁력으로 강화하기 위해선 각자의 생활 패턴에 걸맞은 독서 습관을 만드는 등 문맥 이해력 향상을 위한 각자의 노력이 절실하다.
인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윤리의식과 대인 감수성
기술의 진화가 생활 속으로 깊이 파고들수록, 인간의 ‘윤리의식’이 갖고 있는 함의는 더욱 깊어진다. 딥러닝DeepLearning 초창기에만 하더라도 딥페이크Deepfake의 문제가 요즘처럼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리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기술의 발전은 양날의 칼과 같다. 윤리의식이 전제되지 않고 진화하는 기술은 인류에 선한 영향력으로 기여할 것이란 기대와 달리 갖가지 사회문제를 야기하는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AI기본법’ 제정을 통해 범람하는 딥페이크나 가짜 뉴스 등을 방지하고, 건전한 AI 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윤리의식이 AI 시대 핵심 역량으로 차지하는 비중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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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23년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체포설이 대두되었을 때 관련된 딥페이크 사진이 유포돼 논란이 되었다.
2 딥페이크 등이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건전한 AI 환경 조성을 위한 다양한 방안이 나오고 있다. 유럽연합의 AI 규제법을 담은 문서 표지 ©유럽연합
인생을 살아가다 번개를 맞은 듯한 강한 충격으로 전환 학습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사람의 타고난 기질은 잘 바뀌지 않는다. 다만 개개인의 타고난 기질을 떠나 본인이 몸담고 있는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싶다면 ‘대인 감수성’을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매너를 구현할 필요가 있다.
대인 감수성은 상대방의 생각이나 입장을 파악하는 능력을 일컫는다. 플랫폼 경제가 가속화될수록 협업의 전제 조건으로 대인 감수성이 대두되고 있다. 대인 감수성이 부족한 사람들은 본인이 한 말과 행동이 상대방에게 어떤 감정을 줄지 예측하지 못하며, 동시에 상대방의 말과 행동의 이유에 대해서 가늠할 길이 없다. 그래서 가정이나 직장에서 독불장군처럼 인식되기 쉽고, 주변에서 함께 하기를 꺼리는 영순위 인물로 손꼽히게 된다. ‘사회 경제적 지위Social Economic Status, SES’가 높을수록, 주변에서 본인의 성향에 맞추어주려는 경향이 높아지므로 정작 당사자의 대인 감수성은 낮아질 수 있기 때문에 끊임없는 자기 성찰과 배려가 필요하다.
다른 역량과 만나 시너지 효과를 내는 창의성
AI 시대 필요한 소프트 스킬로 ‘창의성’을 빠트릴 수 없다. 앞서 언급한 역량이 모여 시너지 효과가 나는 순간 창의성이 발현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창의성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보다 기존에 있던 사물과 생각을 새롭게 조합함으로써 또 다른 차원의 새로움을 만들어내는 것을 말한다. AI나 로봇이 발달할 수록 결국 인간들이 상대적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핵심 역량이 바로 창의성이다. 무엇보다 생성형 AI의 대중화로 ‘올바른 질문을 던지는 능력’이 중요해졌다. 특히, AI가 다양한 선택지를 제시했을 때 선택은 여전히 사람의 몫임을 기억하자. 적절한 프롬프트를 작성해 원하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창의성과 그것을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은
AI 시대를 견인할 가장 큰 경쟁력이 될 것이다.

앞서 소개한 대부분의 소프트 스킬은 단기간에 육성하기 어려운 역량들이다. 그러나 일단 습득한 소프트 스킬은 하루아침에 손실될 염려가 없다. 소프트 스킬은 기술의 수명이 길어, 오래가는 기술Durable Skills이라고 불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AI가 일하는 방식과 업무 성격 등에 미치는 영향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지금, 개인의 노력은 물론 국가 사회적인 시스템이나 교육 인프라 구축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소프트 스킬을 익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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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찬(서울대학교 첨단융합학부 산업인력개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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