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고 숨을 쉰다. 우리가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이 행위가 때론 생존 이상의 기능을 한다. 눈을 감고 호흡하며 내면에 집중하는 순간을 ‘명상’이라 부른다. 세계 각 분야의 명사들은 명상을 예찬하고, 구글 등 글로벌 기업에서는 자체 명상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기술 발달과 스트레스로 긴장된 일상을 보내는 현대인에게 명상은 마음의 근육을 키울 수 있는 ‘진정한 쉼’으로 인식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일상이 사라지면서 ‘내면의 쉼’에 대한 갈증도 높아졌다. 사람들과 기업들은 왜 지금 명상에 열광할까? 외부의 소음보다는 내면의 평안에 집중할 수 있는 명상 세계로 안내한다.
신비롭고 종교적 수행법의 하나로 인지하던 명상이 최근 대중화되고 있다. 명상을 비과학적 영역으로 인식하던 예전과 달리 40년 전부터 명상의 과학적·의학적 효과가 입증되면서 나타난 변화다. 뇌신경과학계·정신건강의학계·심리학계에서도 명상의 효과를 연구했고, 지난 5년간 미국에서는 연평균 1,200건의 명상 관련 과학 논문이 쏟아져 나왔다. 명상을 과학적으로 보고자 하는 노력은 40년 전부터 시작됐다. 매사추세츠대 메디컬센터 스트레스 감소 클리닉MBSR 소장에 취임한 존 카밧진 의과대학 명예교수는 종교 수행법으로만 여기던 명상을 표준화하고 과학적 효과를 증명해 ‘마음 챙김Mindfullness’이라는 용어로 대중화한 인물이다. 이후 명상에 따른 뇌파 변화와 호르몬 변화에 관련한 연구들이 세상에 나왔다. 명상이 스트레스, 기억력 향상, 수면의 질, 통증 완화에 도움을 준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자 미국에서 먼저 명상 열풍이 불었다.
실리콘밸리의 유수 기업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 최고경영자도 명상에 참여하고 있다.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 등 IT업계 최고경영자들도 명상으로 삶이 변했다고 말한 바 있다. 신화적 인물들의 명상 예찬론 때문일까. IT업계를 중심으로 확산한 명상은 이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글로벌 IT 기업이 밀집한 실리콘밸리에서는 매년 명상 콘퍼런스가 열린다. ‘위즈덤 2.0’이라고 하는 이 포럼에는 매년 3,000명가량이 참여해 명상과 내면에 집중하는 법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다. 실리콘밸리의 유명 기업가들은 물론, 마음 챙김 명상 지도자, 심리학자, 뇌과학자, 사회운동가, 교사, 정치인, 법률가 등 다양한 분야의 세계적 연사가 참여한다. 2007년 구글을 시작으로 명상을 직원 교육 프로그램으로 도입하는 기업도 늘었다. 구글은 2007년 사내에 ‘내면 검색Search Inside Yourself’이라는 명상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명상이 단순히 심신 안정과 휴식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조직원의 생산성 향상, 창의력 증진 등 인적자원 관리법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해냈다. 이후 애플, 나이키, 페이스북, 인텔, 골드먼 삭스 등 많은 기업이 사내 명상 센터를 개소하거나 명상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구글의 엔지니어 차드 멩 탄(Chade-Meng Tan)이 만든 명상 프로그램 '너의 내면을 검색하라(Search Inside Yourself)'는 책으로도 볼 수 있다.
명상을 처음하는 사람도 쉽게 시작할 수 있는 헤드스페이스.
글로벌 명상 시장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명상 앱 ‘마보’가 국내 최초로 발간한 ‘글로벌 명상 시장과 명상 앱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명상 시장은 2020년부터 2027년까지 연평균 10%의 성장률을 보인다. 명상 앱 시장 역시 덩달아 들썩이고 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정신 건강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늘면서 글로벌 명상 앱 시장은 2027년까지 연평균 성장률 41%를 기록할 것으로 추측한다. 최근 3년간 출시된 명상 애플리케이션도 2,000개 이상이다. 대표적 명상 앱 ‘헤드스페이스Headspace’는 이용자가 이미 3,000만 명을 넘어섰다. 디지털과 명상의 조합이 언뜻 모순돼 보이지만, 미국 의학계도 디지털 명상에 손을 내밀었다. 헤드스페이스는 지난해 5월 미국의학협회AMA와 독점 계약하고, 미국 내의사와 의대생에게 다양한 명상 콘텐츠를 제공하기로 했다. 또 다른 명상 앱 ‘캄Calm’은 2월 기업 가치 1조원을 달성하며 유니콘 기업에 올랐다. 미국에서 분 명상 열풍은 영국으로 이어졌다. 영국 의회에서 마음 챙김 프로그램이 운영하고 있으며, 최근 명상을 공립 교육과 정에 도입하는 법안이 통과되기도 했다.
룰루레몬은 마음 챙김을 나누며, 명상과 관련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캐나다에서 시작한 요가복 브랜드 ‘룰루레몬lululemon’의 브랜드 철학은 땀 흘리는 즐거움과 마음 챙김을 나누는 것이다. 매장에서는 요가 클래스뿐 아니라 명상과 호흡, 건강한 식단 짜는 법 등 다양한 체험을 무료로 제공한다. 서울에서 ‘마음 챙김 버스’ 이벤트를 통해 버스에서 명상 클래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2017년 문을 연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도 한 층을 통째로 명상 체험 프로그램을 위한 스튜디오로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마음챙김과 요가 등을 통해 자기 관리를 하는 삶은 하나의 세련된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았다.
소마돔은 1인용 소파 크기의 캡슐 내에서 음성 안내를 통해 명상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반면 모듈 캡슐로 된 1인용 명상 포드pod의 인기도 높아지는 추세다. ‘소마돔SomaDom’은 마음의 안정을 돕는 빛과 향기, 소리 및 특정 파장을 이용해 최적의 명상 상태를 체험하게 한다. 물에서 진행하는 명상 포드도 있다. 물이 들어 있는 캡슐 안에 들어가 불을 끄고 명상을 취하는 ‘인라이튼 플로트Enlighten Float’는 부력에 의해 무중력 환경에 놓이게 한다. 이로써 근육의 긴장을 풀어주어 피로와 만성 통증을 완화하며, 외부와의 환경을 차단해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없애준다. 또 어디에 놓아도 평온한 시간을 제공해주는 ‘오픈시드Openseed’도 눈여겨볼 만하다. 외부와 차단되는 동시에 명상 콘텐츠와 사운드가 명상을 돕고, 에센셜 오일과 조명 기술을 통해 마음의 안정을 가져다준다.
인라이튼 플로트는 캡슐에 들어가 물에 뜬 상태로 완전한 이완 상태를 만들어준다.
명상은 업무에 어떤 도움이 될까? 명상을 하는 것은 직원들의 사기를 독려하고, 일체감을 촉진할 수 있는 방법이다. 게다가 명상을 통해 건강한 관계를 형성하고, 긍정적 자세로 업무에 임하도록 도움을 준다.
스트레스와 긴장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직원들의 의사 결정 능력을 높이기도 한다.
특히 ‘참된 리더십’ 효과도 볼 수 있다. 리더십은 팀, 또는 전체 조직을 이끌거나 가이드 능력을 발휘해야 하므로 의식적으로 자신의 심리나 행동 특성에 관해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정기적인 명상은 자기 지각력self-awareness,
감정적 지능emotional intelligence의 특성을
주의 깊게 기를 수 있도록 한다.
‘허프포스트huffpost’에 올라온 글 중 미국 스트레스 연구소에 따르면 80%의 근로자가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느낀다고 했으며, 거의 절반의 사람은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했다. 스트레스를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만성적인 스트레스나 번아웃증후군burnout syndrome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루 단 10분간의 명상을 통해 직원들이 마음을 가다듬고 좀 더 편안함을 느낄 수 있으므로, 이는 현대의 직장인에게 꼭 필요한 프로그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