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은 20~30년간 장기운용되는 상품인 만큼, 가입보다 중요한 것이 ‘운용’이다. 과거 운용에 대한 고민을 크게 안 해도 되던 때가 있었다. 예금 등 원리금보장상품 수익률이 4~5% 이상 나오던 시절 말이다. 그러나 지금같은 초저금리 시대에 연금자산을 원리금보장상품에 묵혀두면 물가상승을 감안한 내 자산의 실질적인 가치는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
그럼에도 연금 이해력 조사 결과 상당수의 직장인은 운용 관련 지식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퇴직연금 부분에서 그런 경향이 두드러졌다. DC형 퇴직연금이나 IRP에서 어떤 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지 물었을 때 정답을 맞힌 비율은 각각 DC형 퇴직연금 28.1%, IRP 16.5% 수준에 그쳤다. 주식형 펀드 등 위험자산에 얼마의 자산을 할애할 수 있는지, 즉 위험자산의 투자한도에 대해 물었을 때도 마찬가지로 정답률은 DC형 퇴직연금 17.3%, IRP 22.3%로 매우 낮았다. 직장인들 중 70~80%가 퇴직연금 운용에 대한 관심이나 실질적 지식이 부족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퇴직연금 중 개인이 직접 어디에 투자할지 정하는 것은 DC형 퇴직연금과 IRP다. DB형 퇴직연금은 근로자가 아닌 회사가 운용한다. 그렇다면 DC형 퇴직연금과 IRP에서 투자 할 수 있는 금융상품은 어떤 것이 있을까. 첫째, 원리금보장 상품이다. 구체적으로는 예금, 적금, 이율보증형 보험(GIC), 원리금보장형 주가연계채권(ELB) 등이 있다. 다만 현재 수익률은 낮은 편이다. 1년 만기 일반 은행 예금의 경우 이자율이 연 1%가 안 된다. 저축은행 예금의 경우는 그보다 높은 편이지만 그래봐야 1%대에 불과하다. 둘째, 펀드다. 주식이나 채권, 기타 자산 등에 투자하는 대부분의 펀드에 투자할 수 있다. 단 선물, 옵션 같은 파생상품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는 위험도가 높기 때문에 투자가 금지되어 있다.
셋째, ETF다. ETF는 주식처럼 상장돼 거래되는 펀드이며, 최근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ETF도 펀드의 한 종류이기 때문에 펀드에 대한 투자 제한을 동일하게 적용받는다. 따라서 파생상품에 주로 투자하는 파생상품형 ETF에는 투자할 수 없다. 또한 레버리지나 인버스 ETF에도 투자할 수 없다. 넷째, 상장리츠와 상장인프라펀드 등에도 투자가 가능하다. 단 ETF와 상장리츠, 상장인프라펀드는 매매 시스템이 갖추어진 일부 증권사 등에서만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에 미리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DC형 퇴직연금·IRP에서 투자할 때 꼭 알아둬야 할 것이 있는데, 바로 ‘위험자산 투자한도’다. 앞서 소개했던 투자상품 중 위험도가 높은 상품, 즉 위험자산은 모두 합쳐 총자산의 70%까지만 투자할 수 있다. 이를 위험자산 투자한도라고 하는데, 퇴직연금은 은퇴 후 쓸 노후자금인 만큼 운용의 안전성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도입된 규제다.
일단 펀드의 경우 70%까지만 투자할 수 있는 것은 주식 비중이 40%를 초과하는 펀드, 하이일드채권펀드, 부동산펀드, 특별자산펀드, 혼합자산펀드 등이다. 채권형이나 채권 혼합형 펀드 등 주식 비중이 40% 이하인 펀드는 전체 자산의 100%를 다 투자하는 것이 가능하다. 주목해야 할 점은 TDF(Target Date Fund)다.
TDF는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자산 배분 비중을 알아서 조정해주는 펀드다. 예를 들어 TDF 2040은 2040년을 기준으로 시간이 흐름에 따라 주식 등 위험자산의 비중을 줄이고 채권 등 안전자산 비중을 높인다. 지금은 2021년이니까 TDF 2040의 경우 주식투자 비중이 상당히 높게 유지되고 있다. 회사마다 다르지만 적어도 40%보다는 높을 것이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장이 정한 기준을 충족한 TDF는 현재의 주식투자 비중과는 상관없이 퇴직연금에 100% 편입이 가능하다.
ETF의 위험자산 투자한도는 펀드와 비슷하다. 주식형 ETF들은 다 자산의 70%까지만 투자할 수 있으며, 주식 비중이 40% 이하인 ETF에는 100% 투자가 가능하다. 상장리츠, 상장인프라펀드는 전부 다 위험자산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자산의 70%까지만 투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