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NSION
2024. 04. 24
빈집 주차장 대여 서비스에서
고령자 해법 찾는다
Global Senior Story ④ 일본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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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보다 앞서 고령화 문제를 고민해온 선진국들의 시니어들은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정책적, 문화적, 관계적 뒷받침을 통해 시니어들의 행복을 추구하고, 더 나은 삶을 고민하는 선진국들의 모습들을 살펴봤다.

Story 1. 호주: 세계 5위로 평가받는 호주의 연금제도, 시니어들은 어떻게 노후 준비를 할까?
Story 2. 독일: 독일 요양소에선 반려동물이 노인 치료하고 돌본다.
Story 3. 미국: 황혼기 사랑의 여정 그린 ‘리얼리티 쇼’ 전 세대 시청자가 열광하다.
Story 4. 일본: 빈집 주차장 대여 서비스서 고령자 해법 찾는다.


- 본 콘텐츠는 시리즈로 연재됩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용돈이 생기는 것도 좋지만, 응원하러 온 한신阪神 타이거스의 팬들과 만나 얘기하는 일이 더 즐겁습니다.”

일본 효고현兵庫県 니시노미야시西宮市에 살고 있는 올해 87세의 구로이와黒岩 優(가명) 씨. 구로이와씨의 집은 일본 고교야구의 꿈의 구장이자 일본 유명 프로야구단 한신 타이거즈의 홈구장인 ‘고시엔甲子園 야구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6년 전 뇌경색으로 죽을 고비를 넘겼던 구로이와씨는 발병 직후 운전면허를 자진 반납했다. 일본 고령자 운전면허 자진 반납 건수는 1998년 60만 명으로 최다였다가 이후 점차 감소해 2022년 현재 연간 44만8476명가량이다. 당시 신문에는 고령의 운전자들이 일으킨 교통사고 소식이 끊이지 않았고, 가족들의 강한 권유도 있어 면허 반납이라는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린 것이다. 오랫동안 정들었던 애차愛車와도 결별했다. 이후 차 없는 구로이와씨의 이동 수단은 전동자전거로 대체되었고, 비록 쇼핑 이동 시간이 예전보다 늘었지만 사고 위험만큼은 크게 줄어 본인도 가족도 큰 불만은 없었다.

하지만 단독주택에 살던 그는 집 현관 앞 빈 주차 공간에 항상 마음이 쓰였다. 애차가 자리 잡고 있던 주차장이 텅 비어 있는 게 눈에 걸렸다. 그러던 중 우연히 주차장 공유 서비스를 알게 됐다. ‘아킷파akippa’라는 주차장 공유 서비스는 앱을 통해 주차장 검색과 예약, 결제까지 할 수 있는 서비스다.

아킷파 서비스의 특징은 주차장 물건을 자체 보유한 것이 아니라, 사용되지 않고 있는 개인들의 빈 주차장을 등록받아 필요로 하는 고객에게 연결해 준다는 점이다. 구로이와 씨도 아킷파에 주차장 대여 등록을 하고, 이후 고객들은 아킷파를 통해 구로이와 씨 주차장을 이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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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빈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는 주차장 플랫폼 아킷파, 개인도 주차장을 등록할 수 있다.©아킷파
빈 주차장 통해 얻는 금전적·관계적 즐거움
구로이와 씨의 집은 고시엔구장과 가까운 곳에 있다 보니, 프로야구 경기가 있는 날은 하루 1100엔(약 1만원) 정도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고시엔 대회가 있는 시기 등 수입이 많을 때는 월 4만 엔까지 소득을 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구로이와 씨의 즐거움은 용돈보다는 주차장을 이용하는 사람들과의 만남이다. 그의 주차장을 이용하는 고객은 한신 타이거즈 팬이 많다. 구로이와 씨도 한신 타이거즈 팬인데, 이용자들과 야구 응원 이야기로 꽃을 피운다고 한다.

창업 10년째인 아킷파의 이용 회원은 현재 340만 명, 확보한 개인들의 주차장 수도 4만 거점을 돌파했다. 이용 편의를 위해 365일 24시간 전화로 고객 응대 체제를 갖추고 있다. 수익 중 사용료의 50% 정도를 주차장 주인에게 배분한다. 빈 주차장 대여자 중에는 운전면허를 반납한 고령자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고 아킷파 측은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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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킷파 전용 주차장 스티커(왼쪽)와 아킷파 서비스 앱 화면.
지자체 범죄율 감소에도 기여
빈 주차장의 공유 활용은 부수입을 얻는 고령자뿐만 아니라 빈집 관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에도 매력적인 서비스다.

일본 총무성의 주택토지통계에 따르면 일본의 빈집은 848만8600호(2018년 기준)로 전체 주택의 13.6%에 달한다. 장기 방치된 주택 등 ‘악성 빈집’도 전국에 350만 호나 된다. 지자체는 빈집이 단순히 유휴 부동산 문제로만 그치지 않는다. 빈집이 범죄 현장 등으로 이용되는 등 방범문제가 더 골치 아픈 문제다. 지자체가 빈 주차장 비즈니스를 빈집 대책의 하나로 적극 활용하고 나선 이유다. 빈 집 전체가 아니라도 일부 주차장 공간만이라도 외부 주차장으로 활용돼 사람들이 수시로 드나들면 방범 효과가 있다는 것이 지자체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오사카시 이쿠노(生野)구에는 6000호나 되는 빈집이 있는데, 치안 대책의 하나로 이쿠노 구청 주도로 빈 주차장 공유 서비스 등록을 독려하고 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지역의 빈집 주인들을 모아 주차장 공유 서비스 현장 투어를 실시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출처.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글. 김웅철 경제채널 EBC 대표·전 매일경제 도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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