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ISORY / Weekly 세무 ISSUE
2023. 09. 19
세금을 흥정으로 깎아준다고?
드라마 <카지노>로 보는 ‘세무조사’ 이야기
Weekly 세무 ISS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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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무식: 좀 깎아달라는 겁니다, 저 정말 그 돈 낼 능력이 없어요. 만일 계속 내라고 하시면 저 한국 못 돌아와요.
국세청: 좋아요, 그럼, 40억.
차무식: 저 이것도 못 냅니다, 솔직히.
국세청: 16억.
차무식: (고개를 저으며, 종이를 반납한다.)
국세청: 80% 깎아드린 거예요. 최소한 이정도는 내셔야 돼요. 이정도는 내실 수 있잖아요. 네?
차무식: 이러지 마시고, 90% 깎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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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카지노> 포스터
마치 시장통 흥정 같은 이 모습은 드라마 ‘카지노’ 속 차무식(최민식 분)과 국세청 공무원(류현경 분)의 대화입니다.
세금을 흥정으로 깎아주다니, 정말 그럴까요? 세금은 내라는 대로 내면 바보고, 국세청에서 부과된 세금은 차무식처럼 협상을 통해서 깎을 수 있는 것일까요?
국세를 부과하는 4가지 원칙
대한민국 세법에서는 국세를 부과하는 4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바로, ‘실질과세’, ‘신의성실’, ‘근거과세’, ‘조세감면의 사후관리’입니다. 각각 국세기본법 제14조 내지 제17조에 해당하는 내용이에요.

하나씩 자세히 살펴보면, ‘실질과세’란 행위 또는 거래의 명칭이나 형식과 관계없이, 그 실질에 따라 과세된다는 것이며, ‘신의성실’은 납세자나 세무 공무원은 각 의무를 이행할 때 신의에 따라 성실하게 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근거과세’는 과세는 장부 및 이와 관계되는 증거자료에 의하여 진행돼야 하며, 장부 기록과 다른 내용을 조사해 결정하였을 때에는 정부가 조사한 사실과 결정의 근거를 결정서에 적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마지막으로 ‘조세감면의 사후관리’는 정부가 국세를 감면한 경우 세법에 따라 감면한 세액에 상당하는 자금 또는 자산의 운용 범위를 정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드라마 ‘카지노’ 속 국세청 후임 조사관은 선임 조사관에게 ‘왜 세금을 깎아줬냐’고 묻고, 선임 조사관은 “이와 관련해 정확한 근거가 없으므로 이 정도 과세되는 것도 다행이다”라는 식으로 답하죠. 이게 무슨 뜻일까요?

드라마의 극적 장치를 위해 많은 부분이 생략됐기 때문에 일일이 사실 관계를 따져서 세법을 해석하기는 쉽지 않아요. 다만 차무식이 나간 후 나눈 국세공무원들의 대화에 나름의 추론을 섞어 보자면, 국세청은 차무식에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명확한 근거를 확보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이는 앞서 언급한 국세 부과 4가지 원칙 중, ‘근거과세’에 위배되는 과세이고, 따라서 해당 조사관은 근거를 더 확보한 뒤 과세를 하는 게 맞죠. 극 중 내용상 시간이 충분함에도 해당 조사관은 과세 근거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 경우 결론적으로 과세근거가 불충분한 것으로 보아 과세가 되지 않았어야 할 수도 있겠습니다.

해당 조사관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협상을 해준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근거를 확보하지 못해 전혀 과세하지 못했을 수 있던 상황인 거죠. 즉, 차무식은 협상을 통해 90%를 깎고 10%만 낸 거라고 뿌듯해할 수 있지만, 실제로 소송까지 갔더라면 납부해야 될 세금이 하나도 없었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자, 이 사실을 알고 보면, 승자는 차무식일까요, 국세청일까요? 전혀 과세를 할 수 없었던 데서 차무식이 10%라도 세금을 내게 된 상황이니 국세청 입장에서는 차무식이 훌륭한 납세자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정말 세금을 흥정할 수 있을까?
현실에서는 어떨까요? 많은 분들이 이런 드라마를 보고 세금을 깎을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 그럴 여지는 충분하지 않아요. 국세청에서는 국세기본법 제16조에 따라 가능한 근거를 확보한 후 과세하기 때문에 극 중 차무식처럼 세금을 흥정하게 두지 않습니다. 납세자와 소송까지 가더라도 근거 있는 과세는 국세청이 패소할 일이 없기 때문에, 국세청에서 납세자의 흥정을 받아줄 이유가 없는 것이죠.

만일 근거 없이 과세되었다는 사실을 차무식이 나중에 알게 됐다면, 그는 어떻게 해야 될까요?
국세기본법 제55조에서는 세법에 따른 처분으로서 위법 또는 부당한 처분을 받거나 필요한 처분을 받지 못함으로 인해 권리나 이익을 침해 받은 경우, 해당 처분의 취소 또는 변경을 청구하거나 필요한 처분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납세자는 감사원이나 국세청에 심사청구를 하거나,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하는 것으로 조세불복을 진행할 수 있어요. 이 역시 기각된다면 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결국 최종적으로는 대법원까지 해당 소송을 진행할 수 있고요.

만일 차무식이 세금을 납부한 뒤 조세전문가에게 상담을 받았더라면 어땠을까요? 아마 전문가는 과세된 내용에 근거가 없음을 알아차리고 이에 불복 절차를 진행할 것을 안내했을 겁니다. 그래서 결국 불복절차를 진행하였다면? 차무식은 억울하게 납부한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었을 겁니다.

이때, 기한이 중요합니다. 조세 불복은 국세기본법 제60조에 따라 과세 처분을 통지받은 때로부터 90일 이내 제기해야 하거든요. 이에 항상 세무와 관련된 이슈가 있을 때에는 조세전문가와 상담 받는 습관을 들이는 편이 이득입니다.

현실은 어떨까요. 국세청을 상대해야 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비용을 아끼고자 조세전문가와의 상담 없이 직접 대응하는 납세자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대부분의 납세자는 그렇게 흥정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정보가 국세청에 노출돼 추가 과세만 이어지기 십상입니다.

이처럼 세금 관련된 이슈가 발생했을 때는 조세전문가와 상담하고 꼼꼼하게 챙기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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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미래에셋증권 VIP솔루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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