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ESTMENT / The Sage Investor
2023. 01. 19
시진핑 3기 시대의 중국경제,
투자의 기회는 어디에?
The Sage Inves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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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의 3기 연임이 시작되었다. 불안과 의구심이 가득한 가운데서도 투자는 계속된다.
20대 당대회는 시자쥔(习家军) 단합대회
9,617만 명의 당원과 230만 명의 인민해방군을 거느린 공산당의 당대회가 10월에 끝났다. 19대 당대회 이후 5년 만의 이벤트다. 2022년 10월 16일에 열린 중국의 20차 당대회는 전당대회라기보다는 시진핑군단, 시자쥔(习家军, 습가군, 시진핑을 따르는 계파) 단합대회였다.

그간 중국은 상하이방, 공청단파, 태자당파 등 3개의 계파가 상호견제하면서 국가를 통치해 왔다. 하지만 20차 당대회를 계기로 지난 30년간 유지되어 온 집단지도체제와 그 속에서의 상하이방, 공청단파, 태자당파의 상호견제와 균형은 완전히 사라졌다. 시자쥔이 상무위원 7명을 싹쓸이했는데, 이들은 시진핑이 복건성과 저장성, 상하이에서 일할 때 맺어진 직연(職緣)으로 연결된 이들이다. 20차 당대회에서 중국은 향후 5년을 통치할 지도부를 새 부대에 새 술이 아니라 오래된 술로 채웠다.

시자쥔 권력 독점의 배경에는 미국이 무역전쟁, 기술전쟁으로 전쟁터를 확대시켜 가는 과정에서 ‘전쟁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논리가 있다. 특히 미중 기술전쟁의 와중에서 행해진 핵심 지도부 정치국원 24인 인사의 특징을 보면 24명의 정치국원 중 1/4인 6명을 우주항공, 핵, 환경, 의료분야 전문가로 채워, 마치 미국과의 기술전쟁에 대비한 전시내각을 방불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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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식 현대화’와 ‘공동부유론’
그간 중국은 미국과 경제전쟁을 하면서 겁 없이 미국을 추월한다고 떠들다가 코가 깨졌다. 예를 들면 2025년까지 중국의 기술력을 업그레이드시키겠다는 ‘중국제조 2025’를 떠들다가 미중의 무역전쟁에서 미국에 좋은 시빗거리를 제공했다. 그래서 중국은 2018년 미중 경제전쟁 이후 모든 경제정책에서 구체적인 수치나 목표는 언급하지 않는다. 대신 모호하고 추상적인 중국식 표현으로 속내와 야망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번 당대회에서 시진핑이 1시간 40분간 읽은 72페이지 분량의 보고서에는 ‘중국식 현대화’란 용어가 새롭게 등장했다. ‘중국식 현대화’는 시진핑 3기 정부의 핵심 어젠다다. 일반적으로 현대화는 서방의 근대화, 공업화를 가리키는 말이지만 이번에 중국은 미국을 추월하는 야망을 ‘중국식 현대화’라는 모호한 단어로 포장해 서방세계를 호도하고 있다.
보고서에 나오는 ‘중국식 현대화’란 세계 2대 경제권으로 부상한 중국이 세계 1위를 차지하겠다는 야망의 표현이다. 미국을 베껴서 2위까지는 왔지만 1위를 뛰어넘으려면 1위의 제도와 시스템 기술을 베껴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이젠 1위와는 다른 제도, 시스템, 기술로 미국을 뛰어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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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에 나오는 ‘중국식 현대화’란
세계 2대 경제권으로 부상한 중국이
세계 1위를 하겠다는 야망의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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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미국과의 충돌, 무역전쟁, 기술전쟁, 금융전쟁 같은 경제전쟁은 불가피하고 여차하면 무력 충돌도 피할 수 없다는 두려움과 경각심이 중국에 있다. 중국은 이런 속내의 표현으로 ‘국가안전’을 이번 당대회 문건에서 가장 많이 반복했다. 미국과의 전쟁에서 국가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무엇인지도 실토했다.
당대회 문건에서는 안전에 반드시 필요한 분야를 식량, 에너지, 주요 산업의 공급망 안전이라고 명확하게 적시했다. 배고픈 군대는 싸울 의지가 없고, 에너지는 현대 산업의 생명수이다. 중국은 콩 소비의 90%, 석유 소비의 72%를 수입에 의존한다. 산업의 쌀로 불리는 첨단 반도체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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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2020년에 절대빈곤을 없앤 소강사회를 달성하고 나서 2035년까지 다 같이 잘 살자는 ‘공동부유론’을 새로운 국정 어젠다로 부각시켰다. 4,200만 명을 아사시킨 사회주의 대약진운동을 교훈으로 1978년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도입한 이래 44년 만에 미국 GDP의 81%에 달하는 거대 경제대국으로 부상했지만 상위 1%의 소득이 하위 50%의 소득보다 큰, 심각한 소득 불평등도 함께 따라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류역사상 14억이 모두 같이 잘산 적도 없었을 뿐 아니라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다. 그런데도 중국이 이런 목표를 내세운 것은 그저 정치적 어젠다일 뿐이다. 중국의 공동부유는 알리바바, 텐센트의 오너 같은 부자들의 돈을 14억의 인민에게 나누어 준다는 것이 아니다. 중국의 1위 부자는 세계 글로벌 500대 부자 순위 16위에 들어갈 정도이지만 상위 10대 부자의 재산을 모두 털어 14억 인민에게 나누어 주면 1인당 29만 5천 원씩 돌아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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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주식 투자의 관점에서 중국의 공동부유론을 본다. 그래서 알리바바, 텐센트 같은 플랫폼기업이 반독점법과 데이터보안법에 걸려 주가가 50~90% 하락하는 바람에 중국이 황금알을 낳는 닭의 배를 가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들 플랫폼기업의 매출액은 중국 GDP의 5%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리고 반독점법으로 알리바바, 텐센트를 제재하면 1위 기업의 점유율이 2위, 3위 기업으로 옮겨갈 뿐, 인터넷 시장이 개방되지 않은 중국에서는 국부의 유출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중국 당국이 마음대로 제재하는 것이다.

중국의 공동부유론의 목표는 과도한 부의 불균형을 조정하기는 하지만 부자를 털어 가난한 사람에게 나누어 주는 것이 아니다. 1인당 소득 1만 2천 달러인 나라에서 나누면 더 가난해질 뿐이다. 중국의 공동부유론의 목표는 2035년까지 1인당 소득을 현재의 2배로 올리는 것이다. 이는 향후 15년간 연평균 4.8%의 성장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데이터 독점과 시장 독점을 통해 과도한 부를 축적하는 산업, 예를 들면 인터넷, 부동산, 사교육기업을 제재하는 대신 고임금을 창출하는 첨단기술산업, 부의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한 농촌진흥산업, 국가안전과 관련되는 산업, 신에너지와 환경산업은 적극 육성한다는 것이 공동부유론의 진짜 내용이다. 그러나 한국은 미국과 홍콩에 상장된 플랫폼기업에 주로 투자하다 보니까 정부 제재로 큰 투자손실을 입어 중국의 공동부유론이 기업을 죽이고 시장을 국유체제로 돌리는 것으로 오인한다.
8대 분야 강국 건설이 5년 후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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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1인당 소득 10만 위안 이상을 중산층으로 보는데 이 소득계층 바로 아래에 있는 7만 위안대 소득계층 3.6억 명을 향후 15년간 10만 위안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중국식 중산층 만들기가 중국 공동부유론의 진짜 목표다.
서방언론에서는 시진핑의 권력 강화를 두고 1인집권체제로 인해 피해가 컸던 마오쩌둥 시대로의 회귀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이번 중국식 현대화를 두고 40여 년간 지속해 온 개방경제를 폐쇄경제로 돌리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20차 당대회 보고 문건을 보면 향후 5년의 경제정책에서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그대로 유지하고 산업현대화와 농촌진흥, 지역발전과 대외개방에 경제정책의 중점을 둘 것을 천명하고 있고 어디에도 폐쇄경제로 돌아간다는 얘기는 없다. 오히려 교통, 제조, 인터넷, 디지털, 품질, 우주, 농업, 무역 8대 분야에서 강국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은 마오쩌둥이 나라를 세웠고 덩샤오핑이 돈을 벌게 했고 시진핑이 강하게 만들었다고 평한다. 마오쩌둥은 사회주의 실험으로 4,200만 명을 굶겨 죽였지만 시진핑은 2003년 집권 이래 9,800만 명에 달하는 절대빈곤인구를 가난에서 탈출시킨 것을 치적으로 삼고 있고 이것이 시진핑이 마오쩌둥과 차별화된 점이라고 강조한다.

지금 세계 최대 무역대국, 제조대국인 세계의 공장, 중국이 폐쇄경제로 전환한다는 것은 현실적이지도 않을 뿐 아니라 스스로 무덤을 파는 일이다. 중국은 먼저 경제강국이 되지 않으면 군사강국 문화강국이 될 수 없다. 시진핑 3기에도 중국은 여전히 개방경제를 지속하고 경제 강국 건설이 최우선 순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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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계 최대 무역대국인 중국이
폐쇄경제로 전환한다는 것은 현실적이지도 않을 뿐 아니라
스스로 무덤을 파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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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위기론보다는 경기회복에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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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사회의 심화되는 소득 격차를 해결하는 것이 시진핑과 중국 집권층의 선결 과제다.
이제 중국의 미래 30년은 이전 30년 동안 우리가 보아왔던 중국이 아니다. 서방언론에서는 중국이 자본주의를 포기하고 다시 폐쇄경제로 돌아선다는 주장이 많지만 중국의 당대회 보고문을 읽어보면 중국은 여전히 자본주의 경제의 플랫폼 위에서 사회주의 개발독재를 통해 미국을 넘어서려는 것이다.

돈을 앞에 두고는 냉정해지라는 말이 있다. 서방의 예측처럼 중국이 일인집권의 부정적 효과로 폭망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 플랫폼을 유지하면서 개발독재를 하는 경우 중단기적으로는 오히려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을 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견제와 균형이 사라진 절대권력은 반드시 부패한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하지만 그 시기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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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는 새로운 관리가 부임하면 세 개의 횃불을 흔든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기세등등하게, 혹은 열심히 일한다는 의미다.
시진핑 일인집권시대가 열리긴 했지만 오히려 집권 초기에는 신임 관리들의 잘해보겠다는 의욕이 넘친다. 신정부가 들어서면 신임관리 간의 정책 경쟁으로 성장률이 높아지는 경우가 많다. 2023년에는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세계적인 경기불황에서 코로나를 먼저 안정화시킨 중국이 서방세계의 비관론과 다르게 경기회복이 가장 빠를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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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에 중국은 코로나 방역 철폐, 부동산 규제 완화, 통화 증가의 3종 세트를 쓸 가능성이 높고 이를 감안하면 2023년의 중국 경제는 2020년과 같은 패턴의 V자 반등을 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의 2023년 경기 회복의 첫째 수혜업종은 음식료, 유통, 운송, 여행관광업이다. 그리고 향후 5년간 중국이 추진할 ‘국가안전’ 관련산업과 ‘공동부유’ 관련업종도 주목할 만하다. 방산, 종자산업, 신에너지산업, 비철금속산업, 반도체업종이 국가안전과 공동부유 관련업종이다.
출처.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글. 전병서(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사진.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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