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소비시장은 장기적으로 상승할 수 있는 ‘열려 있는 성장판’이라고 할 수 있다. 미중 무역갈등에 따라 공급망 재편의 수혜를 보고 있는 인도는 AMD, 테슬라 등 여러 글로벌 기업이 앞다투어 투자를 진행, 혹은 발표 중이다. 대한무역협회에 따르면 이런 글로벌 업체들이
인도 투자를 확대하는 가장 큰(81.5%) 이유로 내수시장을 꼽을 만큼 인도의 내수시장은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시장이라 할 수 있다.
인도의 소비시장에 주목해야 할 이유를 크게 인구, 정책, 금융 인프라 세 가지 관점에서 보고자 한다.
① 제 1의 인구 대국 인도
인도는 2023년 중국을 제치고 제 1의 인구 대국으로 등극했다. 단순히 인구만 많은 것이 아니라, 인구의 구성 자체가 굉장히 젊기 때문에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국가다. UN에 따르면 인도의 2050년 예상 인구수는 약 17억 명으로 예상되며, 2050년 인도의 예상 중위연령은 38.1세(현재 중위연령은 29.0세)에 불과할 정도로 인구구조가 젊다. 매년 태어나는 신생아수 또한 계속 증가하고 있는데, 한 해 2,500만 명의 신생아가 태어나며 이는 전 세계 1년 총 신생아 수의 1/5에 해당하는 수치다. 2년 신생아 합산 수는 대한민국의 전체 인구수와 맞먹는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2030년 인도의 0~49세 인구 비중이 약 77%이기 때문에 생산가능인구 비중이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즉 인구에 기반한 탄탄한 소비시장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과거 1980~2000년대의 한국과 1990~2010년대의 중국 등 경제가 급성장했던 케이스에 빗대보면, 이들 국가는 인구배당효과(전체 인구에서 생산가능 인구 비율이 늘어나면서 경제성장률이 높아지는 현상)에 기반해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루어냈다. 이제는 인도 차례라고 볼 수 있다.
특히 2030년 인도의 Z세대(2005년 이후 출생자) 인구수가 약 3.7억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미국의 전체 인구수와 맞먹는 수치이다. 스마트폰을 비롯하여 다양한 디지털 미디어 및 소비 플랫폼과 함께 성장한 Z세대 소비층이 본격적으로 소득활동을 시작하게 되면, 기술 기반 제품/서비스 및 디지털 소비시장의 가파른 성장은 당연한 수순일 수 있다.
② 정책적 뒷받침 - 인프라/도시화/제조업 육성 등
2014년 모디 총리 집권 이후 인도는 10년 동안 다양한 정책을 통해 제조업을 육성하고 인프라 투자를 통해 도시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제조업 육성을 위한 다양한 정책적 시도를 통해 새로운 양질의 일자리를 지속해서 창출해 나가고 있기에, 중장기적으로 높아진
국민 소득을 바탕으로 한 가처분 소득 증가 및 소비 여력 증가가 예상된다.
대표적인 것이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정책이다. 일자리 창출 및 생산능력기술력 확보를 목표로, 해외 기업이 인도에 제조공장을 건설하도록 정부가 독려하고, 이를 통해 자국 제조업 역량을 확보하여 무역수지 적자 요인 중 하나인 수입 제품의 비중을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정책이다. 결과적으로 높아진 국민 소득을 바탕으로 소비력을 높이고,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전환하겠다는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정책 시행 후 인도에 진출한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애플과 GM미국, 소니와 파나소닉일본, 폭스콘중국, 위스트론대만등이 있다. 생산 연계 인센티브 역시 같은 맥락의 정책으로 60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기대된다.
인도의 농촌 진흥 및 인프라 투자를 통해 가속화되고 있는 도시화 또한 인도 소비에 중장기적으로 긍정적일 것으로 기대된다. 2022년 기준 인도의 도시화율은 약 35.9%에 그치며 미국, 중국, 일본 등 GDP 상위국의 도시화율(64~83%)을 크게 하회하고 있다.
1990년대 매 5년간 평균 1.1%p 성장하는 데 그쳤던 인도의 도시화율은 모디 총리 집권 이후 매 5년간 평균 2%p 이상의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2022년 기준 인도 도시 인구 1인당 월평균 소비액은 6,459루피(10.7만 원)로, 농촌 인구 1인당 월평균 소비액인 3,773루피(6.3만 원) 대비 1.7배 많기 때문에 빠르게 도시화가 진행될수록 소비시장에는 긍정적일 것으로 보인다.
7월 23일 발표된 모디 정부 3기의 첫 확정 예산안을 통해 모디 정부는 2047년까지 선진국 반열에 오르겠다는 목표와 함께
‘빅싯 바라트!’Viksit Bharat, 선진 인도라는 비전을 선포했다. 구체적으로 인프라 투자에 최대 예산(11조 루피)를 할당하며 제조업 및 인프라에 기반한 경제 성장을 중시함을 밝혔다. 또한 빅싯 바라트 달성을 위한 첫 번째 과제로 농촌 경제개발을 선정, 농촌 개발 및 지원에 3조 루피 이상을 할당, 농촌 경제발전을 가속화할 것을 밝혔다.
또한 현재의 높은 실업률(15~29세 청년 실업률 17%, 대졸이상 청년 실업률 28.7%)을 타개하기 위한 대규모 일자리 창출 계획도 발표했다. 숙련도 교육, 고용 연계 인센티브 등의 구체적 제도가 해결방안으로 제시됐다. 이러한 정책에 기반한 농가 소득 증가 및 청년 실업률 감소는 궁극적으로 민간소비 모멘텀 확대에 크게 이바지하게 될 것이다.
③ 금융 인프라 관점 - 금융 레버리지 확대 통한 소비 여력 증대 예상
인도의 금융 서비스 침투율은 여전히 낮은 편이다. 그렇기에 향후 금융 레버리지 확대를 통해 소비 여력이 크게 증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인도의 금융 서비스는 인구 대비 낮은 접근성을 보이고 있으며, 특히 농촌 및 저소득층에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진다. 2021년 기준으로 인도의 성인 인구 중 약 80% 이상이 은행 계좌를 보유하고 있지만 금융 서비스 이용률은 여전히 낮은 편이다. 인도 금융기관의 대출 서비스 침투율은 40% 수준에 불과하고, 가계 대출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FY23년 기준 37% 수준으로, 주요 국가(한국 102%, 중국 62%, 미국73%) 대비 매우 낮은 편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디지털 금융 플랫폼의 확산과 정부의 금융 포용 정책은 이러한 격차를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인도 정부는 2014년 ‘프라단 만트리 잔 단요지나’Pradhan Mantri Jan Dhan Yojana라는 대대적인 금융 포용 프로그램을 통해 수억 명의 새로운 은행 계좌를 개설했고, UPIUnited Payments Interface와 같은 디지털 결제 시스템의 도입으로 금융 접근성이 크게 향상되었다. 2023년 기준으로 UPI를 통한 거래 건수는 매달 70억 건을 초과하며, 이는 금융 서비스의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미국 신용평가기관인 트랜스유니언에 따르면, 신용 거래를 한 경험이 있는 인도의 Z세대는 불과 6%에 불과하여, 미국, 캐나다의 60% 초중반 대비 매우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들의 디지털 친숙도를 감안할 때 금융 서비스 이용률은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인도의 금융포용성 확대는 더 많은 인도 국민으로 하여금 신용을 통한 자금조달을 가능하게 할 것이고 궁극적으로 소비시장 확대를 강하게 촉진할 것이다.
다만, GDP 생산에서 농업 비중이 20%에 가깝고, 인도 인구의 60% 이상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음은 지속적으로 주목해야 할 요인이다.
한 예로 지난 총선 당시 농업 지역에서 모디정부에 대한 지지도가 낮았던 것도 높은 식료품 가격에 따른 농촌 인구의 소비력 약화 때문이었다. 즉,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농업 성장을 추구하지 못할 경우 민간 소비의 모멘텀이 다소 약화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 본 원고는 필자 의견으로 당사의 투자 의견과는 무관합니다.
※ 본 원고는 정보 제공 목적으로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신호나 추천·투자 권유를 의미하지 않으며, 투자의 최종 판단과 책임은 이용하는 고객에게 있습니다. 따라서 본 자료는 어떠한 경우에도 고객의 증권투자 결과에 대한 법적 책임소재 증빙자료로 사용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