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NSION
2025. 01. 22
의료 서비스부터 자아실현까지
커뮤니티서 노후의 삶 풍요롭다
Global Senior Story ① 미국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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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보다 앞서 고령화 문제를 고민해온 선진국 시니어들은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정책적·문화적·관계적 뒷받침을 통해 시니어들의 행복을 추구하고, 더 나은 삶을 고민하는 선진국들의 모습을 살펴봤다.

Story 1. 미국: 의료 서비스부터 자아실현까지 커뮤니티서 노후의 삶 풍요롭다
Story 2. 일본: 전용 플랫폼, 대출상품 만들어 빈집 문제 해결한다
Story 3. 독일: 시니어와 젊은이가 어울려 미술관·박물관에 간다

- 본 콘텐츠는 시리즈로 연재됩니다.
미국에서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계속 증가함에 따라 은퇴자들이 공동체를 느낄 수 있는 커뮤니티를 찾는 욕구가 높아지고 있다.
은퇴 커뮤니티는 노인들이 은퇴 후에도 활발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노후에 보다 안전하고 편리한 생활환경을 갖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더 나아가 커뮤니티 안에서 노인들 개개인의 요구에 맞춘 다양한 서비스뿐만 아니라 운동, 의료 등 편의시설을 제공하기 때문에 보다 높은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예컨대 2019년 개봉한 ‘치어리딩 클럽원제: Poms’이라는 영화에서 미국 내 은퇴 커뮤니티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이 영화는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은 여자 주인공 마샤Martha가 생의 마지막을 보내기 위해 은퇴 커뮤니티에 들어간 후의 이야기를 다룬다. 마샤는 그곳에 거주하며 자연스럽게 이웃 친구들을 사귀게 되고 그중 적극적이고 활발한 한 친구의 격려와 설득으로 다른 주민들과 함께 시니어 치어리더 팀을 결성하고 오디션을 보며 꿈을 좇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생의 마지막을 혼자 쓸쓸히 보낼 수밖에 없을 거라는 마샤의 예상과 달리 사회적 네트워크를 넓혀가고, 오히려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며 보다 밝고 긍정적으로 삶이 변화되는 모습을 통해 은퇴 커뮤니티의 필요성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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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개봉한 치어리딩 클럽(Poms) 포스터. ©iMDB
한국과 달리 보편화된 은퇴 커뮤니티
한국에서도 전통적인 가족 구조가 변화하고 가족 내 기대 혹은 역할이 변화됨에 따라 노인들이 노후의 대체 생활 방식을 탐색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해 실버타운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다만, 한국 내 대다수 실버타운은 크게 도심형 실버타운과
휴양형 실버타운으로 분류되는데 두 형태 모두 부담스러운 관리 비용과 고액의 보증금으로 인해 일부 상류층에서만 인기를 끌고 있다.
그나마 근래 들어 레지던스 식으로 실버타운을 보편화하기 위한 노력이 가해지는 중이다.

반면 미국의 은퇴 커뮤니티는 보편화되어 있으며, 다른 커뮤니티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커뮤니티를 한국의 아파트 단지로 보면 이해하기 쉽다). 그 커뮤니티 안에 일반적으로 55세 이상 사람들이 개인 아파트 혹은 주택에 월세로 혹은 자택 구입 후 거주하면서 자립적인 삶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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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주 콜럼버스시에 있는 주택식 은퇴 커뮤니티. ©Garydunncolumbusgausa
은퇴 커뮤니티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안전 및 보안이다. 대부분의 커뮤니티가 주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보안 출입구, 긴급 대응 시스템, 24시간 직원 대기 등의 기능을 갖추고 있어 언제든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다른 장점은 바로 사회화 기회다. 많은 노인들은 외로움과 고립을 경험하며, 이는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은퇴 커뮤니티 안에서는 주민들이 사회활동에 참여할 기회가 많아지고, 친구를 사귀며, 동아리나 행사에 참여하도록 장려한다.

특히 은퇴 커뮤니티에 거주하는 노인들은 일반적으로 집 관리나 정원 가꾸기에 신경 쓸 필요가 없기 때문에, 취미나 관심사에 집중할 수 있게 돼 더욱 만족스럽고 즐거운 삶을 살 수 있다. 위에 소개된 영화 내용처럼 커뮤니티 안에 55세 이상 주민들이 밀집되어 살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들에게 맞는 다양한 사교 모임들이 생겨나게 된다.
활동적인 삶 영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시설 및 서비스 제공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외곽의 한 은퇴 커뮤니티에 거주하고 있는 미쉘은 은퇴 커뮤니티로 이사 온 지 2년 정도 되는데, 굉장히 만족스러운 선택이었다고 이야기한다.
“30년 넘게 살던 집을 정리하고 이곳에 이사 온 지 2년 정도 되었어요. 아직 완전히 은퇴는 하지 않고,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지만, 여기에 온 이후로 사람들도 많이 알게 되어 심심할 겨를이 없는 것 같아요. 커뮤니티 안에 아이들이 없어 그들이 뛰어노는 소리를 들을 수는 없지만,
이 안에 많은 모임들이 있기 때문에 적적하다는 느낌을 받지 않는 것 같아요. 일을 완전히 그만두고 나서는 더 다양한 모임에 참여하고 싶어요.”

은퇴 커뮤니티의 또 다른 장점은 노인들을 위한 외부의 다양한 서비스가 경쟁적으로 들어온다는 것이다. 어떤 은퇴 커뮤니티의 경우 피트니스센터, 수영장, 도서관 및 레크리에이션 시설을 포함한 다양한 편의시설이 포함돼 있다. 다양한 시설 등이 없다고 해도 건강검진, 물리치료, 약물 관리와 같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이나 기업이 커뮤니티 안에서 편하게 많은 사람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 커뮤니티 안에서 일부러 자신이 먼저 시설을 찾고 방문하지 않더라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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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댈러스 외곽에 위치한 아파트 형태의 은퇴 커뮤니티.
2 미쉘이 살고 있는 댈러스 외곽에 위치한 주택식 은퇴 커뮤니티.
가족과 떨어져도 보안·안전·건강·사회화 등 장점 많아
은퇴 커뮤니티가 갖고 있는 여러 장점들이 있지만, 이곳으로 이사하는 것이 즐겁고 기쁜 일만은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 한평생을 살았던 익숙한 환경을 떠나 가족 관계와 멀어지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은퇴 커뮤니티는 노인들에게 소속감을 제공하고 사회성에 관한 혜택뿐만 아니라 안전·의료 접근성을 함께 제공하는 환경을 조성하기 때문에 단점보다 장점들이 부각된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많은 노인들은 건강과 안전 조치를 중시하며 다양한 연령대가 함께 살고 있는 주거 형태보다는, 이러한 공동체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베이비붐 세대의 노령화와 같은 인구학적 변화로 인해 은퇴 공동체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기대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많은 노인들이 은퇴 커뮤니티를 찾고 있다. 이에따라 은퇴 커뮤니티는 사람들이 점차 노년기로 접어들면서 일상적인 활동을 하는 데 도움이 필요한 시기가 와도 그곳에서 계속 거주할 수 있도록 생활 서비스를 확장하는 추세다. 예컨대 목욕이나 24시간 의료 서비스가 필요한 사람들도 은퇴 커뮤니티에 계속 거주할 수 있도록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독립생활을 위해 필요한 지원, 더 나아가 요양 간호로 자연스럽게 전환해 사람들이 평생 같은 공동체 안에서 머물 수 있게 그 목표와 서비스가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서 부부 중 한 사람의 건강이 다른 한 사람보다 현저히 안 좋을 경우 큰 도움을 받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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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평생을 살았던 익숙한 환경을 떠나
가족 관계와 멀어지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은퇴 커뮤니티는 노인들에게
소속감을 제공하고 사회성에 관한 혜택뿐만 아니라
안전·의료 접근성을 함께 제공하는 환경을
조성하기 때문에 단점보다 장점들이 부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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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은퇴 커뮤니티는 활발한 생활환경을 찾는 노인들을 위해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한다. 공동체의 유형, 장점, 문화적 고려 사항을 이해하는 것은 가족들이 노인을 위한 최선의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된다. 철저한 조사와 여러 커뮤니티 방문을 통해 가족들은 노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최적의 공동체를 찾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러한 공동체는 노년기를 풍부하고 의미 있게 만들어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글. 이경원(텍사스주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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