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Senior Story ③ 독일 편
대도시의 노인 소외는 꽤 심각한 문제로 여겨진다. 노인 소외 문제는 노인 개개인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사회적인 소통의 장을 마련하는 문제와 깊이 관련되어 있다. 어떻게 보면 노인 복지 차원에서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방식을 통해 간단히 해결할 수 있을 듯이 보이기도 하지만, 사회적인 연결망을 구축하는 문제로까지 확장해 살펴본다면 해법을 찾는 게 그리 쉬운 것만은 아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동사무소와 같은 행정 부처의 핫라인 전화 연결 서비스가 독거노인에 대한 소통과 관리를 위해 마련돼 있다. 독일은 이 문제를 세대간의 문화 교류라는 새로운 방식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
KH2 프로젝트는 젊은 세대와 나이 든 세대가 한 공간에 모여 문화를 공유한다는
신선한 발상을 통해 주변 도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특히 노인 소외와 노인 빈곤 문제라는 두마리 토끼를 겨냥한다는 점에서 그 실효성이 주목받고 있다.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노인 가정일수록 문화생활에 대한 지출을 줄이거나
아예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KH2 프로젝트는 젊은 세대와 나이 든 세대가 한 공간에 모여 문화를 공유한다는 신선한 발상을 통해 주변 도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특히 노인 소외와 노인 빈곤 문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겨냥한다는 점에서 그 실효성이 주목받고 있다.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노인 가정일수록 문화생활에 대한 지출을 줄이거나 아예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북독일을 중심으로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도시들은 노인들의 문화생활과 예술, 취미활동을 지원하고자 특별한 모금을 시작하고 있다. 노인 복지에 관련된 재단뿐만 아니라 문화예술 재단에서도 후원을 아끼지 않고 있으며, 후원자 측에서는 젊은 세대와 노인 세대의 교류라는 새로운 시도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KH2는 16세 이상의 젊은이, 65세 이상이며 소득이 일정 수준 이하인 노인이 신청할 수 있다. ©Kulturistenhoch2
2016년 함부르크에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2020년경부터 북독일 키엘을 중심으로 한 파트너 프로젝트를 통해 보다 확장되었다.
호베 휘들러 재단Howe-Fiedler-Stiftung의 지원을 받고 있는 키엘 프로젝트는 북독일의 다양한 지역을 대상으로 세대 간 교류를 위한 콘텐츠의 확장과 사회문화적 참여를 보다 활성화시키는 방향으로 활동을 넓혀가고 있다.
독일 남부 뮌헨에서도 이 프로젝트와 자매결연을 맺을 계획을 갖고 있다. 뮌헨에서는 특히 ‘지속적인 세대간 연결 프로젝트ein bestehendes, generationen-verbindendes Projekt’를 모델 삼아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획을 모색하는 중이라고 한다.
KH2 프로젝트에서는 노인들이 자신들의 삶의 일부를 추억할 수 있는 새로운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바로 KH2 비오그라피쉬biografisch다. 비오그라피쉬는 ‘자서전의biographical’를 의미하는 형용사인데, 여기서는 노인들이 자신들의 문화체험에 대해 인터뷰를 진행하고 난 뒤 이를 책으로 발간하는 활동을 말한다. 흥미로운 점은 인터뷰어로 참여하는 젊은이들 역시 중학생 이상으로 이루어 진 지역 내 중·고등학생 또는 대학생들이라는 점이다.
자서전 기록과 발간 프로젝트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 새롭게 시작되었다. 현재까지 노인과 젊은 세대로 이루어진 30여 쌍이 팀을 이뤄 구술 기록 작업을 진행했다고 한다. 16세 이상이면 누구나 인터뷰어에 지원할 수 있으며 참여 노인 연령대는 62세에서 95세 사이로 조사됐다. 이들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어쩔 수 없이 격리되어 있는 시간 동안에는 전화나 이메일을 통해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영화 무료 티켓, 전시회 무료 관람 등 다양한 문화체험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다. ©Kulturistenhoch2
노인들은 자신들이 경험한 문화 또는 예술에 대한 체험, 삶의 이력과 관련된 주제를 통해 학생들과 대화를 나눈다. 학생들은 어른들의 이야기를 통해 문화적 가치를 공유하는 동시에 상상력을 발휘해 자신들의 생각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전문가의 지도와 도움이 뒷받침된다고 한다. 실제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는 이들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중·고등학생에 불과한 학생들이 이전 시대의 문화나 사회상을 이해하도록 돕고 구술을 기록하는 방법을 지도하는 등 자전적 이야기책 발간에 도움을 주고 있다.
2021년 9월 KH2 프로젝트에 관한 다큐멘터리가 독일 내에서 상영되었는데 프로젝트에 대한 소개와 참여 및 후원자를 비롯해 18명의 시니어 삶을 조망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2022년 가을에는 젊은 세대와 시니어의 인터뷰 진행 내용과 자전적 삶이 함께 수록돼 있는
저서 <하지만 나는 이야기할 것들이 없다네Aber ich hab doch gar nichts zu erzahlen>가 발간됐다.
책에는 예술과 문화와 관련된 32개의 시니어 자전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으며 프로젝트에 참여한 중·고등학생들의 생생한 체험도 책을 읽는 묘미를 더해준다. 지난 2023년 2월 함부르크 곳곳에서 열린 도서전에서 이 책이 소개돼 많은 사람에게 홍보된 바 있으며 프로젝트를 돕고 지지하는 작가들도 생겨났다. 시니어의 자서전 기록 프로젝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며, 여러 도서전을 통한 낭독행사도 계획돼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