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is is Calling!
프랑스의 색다른 스프링 로드
100년 만에 개최하는 올림픽을 앞두고 프랑스는 그 어느 때보다 역동적이다. 개막식에 참가하는 인파가 센강 변을 가득 메우고 프랑스 전역 16개 도시 그리고 프랑스령 타히티까지 올림픽 선수단과 관광객으로 인구밀도를 높이기 전, 프랑스의 설레는 봄을 만끽할 수 있는 도시를 소개한다.
지금 파리에서 가장 핫한 장소는 샹젤리제 대로, 사마리텐 백화점, 에펠탑을 제친 ‘부르스 드 코메르스-피노 콜렉시옹Bourse de Commerce-Pinault Collection, 이하 BdC’이다. ‘옛 상업거래소’라고도 불리는 이 건축물은 1763년 곡물 저장소로 건립된 후 상품거래소를 거쳐 상공회의소와 기차 역사로 사용되기도 했다. 이 장소에 예술이라는 정체성을 씌운건 프랑스의 슈퍼 아트 컬렉터이자 구찌, 보테가 베네타, 발렌시아가 등 브랜드를 거느린 케링 그룹의 프랑수아 피노François Pinault 회장이다.
파리에서 가장 핫한 여행지 ‘피노 콜렉시옹’ 메인 전시장 ‘로툰다’
2017년부터 시작된 대대적인 공사 끝에 2021년 5월에 문을 연 이 공간의 매력은 피노가 50년 동안 수집한 1만여 점의 근현대 미술품에 국한하지 않는다. 2021년 세계적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자신의 건축 철학을 집약해 새롭게 바꾼 공간 자체의 아름다움도 방문객의 시선과 마음을 빼앗는다. 올봄 이곳을 찾을 계획이라면 전시장의 메인이자 상징적 공간인 로툰다Rotunda 전시장을 둘러보길 권한다. 한국 작가 김수자의 설치 작품 ‘호흡’이 BdC의 건축미와 완벽하게 어우러진 장관을 만날 수 있다.
‘예술’은 패션만큼이나 파리를 찾아야 할 이유이자 키워드라 할 수 있다. 인상주의 탄생 150주년을 맞이한 프랑스가 준비한 선물을 받고 싶다면 오르세 미술관으로 향하자. 인상주의가 태동한 1874년 모네와 드가, 르누아르 등 대가들의 초창기 작업을 만날 수 있는
<파리 1874년, 인상주의의 발명>전이 7월 14일까지 열린다. 최초의 인상파 전시회 개막식을 생생히 경험할 수 있는 몰입형 전시
<인상파 화가와의 저녁, 파리 1874>전까지 보면 하루가 쏜살같이 지나갈 것이다.
글램 록 스타 데이비드 보위의 팬이라면 파리 13구까지 진출해도 좋겠다. 올해 개통한 ‘뤼 다비드 보위Rue David Bowie’, 즉 ‘데이비드 보위의 거리’는 현지인도 잘 모르는 최신 뉴스다. 그의 ‘광팬’으로 알려진 제롬 쿠메Jérôme Coumet 파리 13구청장이 기획한 프로젝트로, 데이비드 보위의 첫 해외 공연인 1965년 파리 공연과 그가 전 세계 음악·패션·문화에 미친 영향을 기념하기 위해 조성한 길이다.
거리가 조성되기까지는 4년이 걸렸다. 쿠메 구청장은 “보위의 명곡 ‘스페이스 오디티Space Oddity’가 ‘빛의 도시’와 강한 연관성이 있어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밝혔다. 빛의 도시는 파리시의 별칭이다. 데이비드 보위는 영국 출신이지만, 영국에는 그를 기리는 거리가 없는 것도 흥미롭다.
프랑스와 독일 경계에 위치한 스트라스부르Strasbourg는 무려 2,000년 이상 음식, 언어, 문화 등에서 두 나라의 정체성이 혼재되어 있다. 그 묘한 매력을 직접 경험하고 싶다면 먼저 광장으로 향하자. 클레베르 광장Place Kléber은 나폴레옹과 함께 이집트 원정의 사단장이었던 장 바티스트 클레베르Jean-Baptiste Kléber의 이름에서 가져왔다. 극장과 카페, 갤러리 등이 몰려 있어 늘 인파로 붐비는 이 광장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그랑드 일Grande île’ 구역인 구시가지의 중심이다.
스트라스부르는 프랑스와 독일 문화를 모두 접할 수 있는 접경 지역이다. 클레베르 광장은 나폴레옹과 함께 이집트 원정의 사단장이었던 장 바티스트 클레베르의 이름에서 가져왔다. ©스트라스부르관광청
클레베르를 지나 그랑드 아르카드 거리를 따라가면 독일인의 이름이 눈에 띈다. 바로 구텐베르크 광장이다. 서양 최초의 금속활자 발명가를 기념하는 곳으로, 여기서 알자스 지역의 특산 빵 ‘쿠글로프’로 배를 채운 후 압도적 건축미를 자랑하는 스트라스부르 대성당, 아기자기한 집들이 도열한 프티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현대미술관 등을 둘러보면 이곳의 명소는 대부분 만난 셈이다.
국경 마을에 온 김에 독일까지 건너가볼 계획이라면 자전거를 이용하자. 자전거전용도로가 600km에 달하는 스트라스부르에서 놓치기 아쉬운 즐거움 중 하나다. 스트라스부르와 맞닿은 독일 도시 켈Kehl은 다리 하나만 건너면 닿을 정도로 지척에 있다.
‘프랑스인이 사랑하는 휴양지’라 불리는 도빌은 도빌 시청을 중심으로 쇼핑가와 바다 풍경이 어우러진 해변 도시로 알려져 있다. ©Bretagne.com
파리의 생라자르역에서 기차를 타고 북쪽으로 약 1시간 30분 달리면 나타나는 도빌Deauville 앞에는 늘 ‘파리지앵이 사랑하는 휴양지’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19세기 후반부터 파리의 부호들이 들락거렸던 이 작은 어촌 마을에 나폴레옹의 이복형제인 모니 공작이 경마장, 카지노, 테니스 코트와 호텔 등을 세우며 전성기를 맞았다. 도빌에 갓도착한 여행자들이 십중팔구 가장 먼저 향하는 곳은 레플랑슈Les Planches라는 산책로다. 바다와 해변 사이에 난 산책로는 이 도시의 랜드마크인 컬러풀한 파라솔과 지중해의 푸른 바다가 어우러진 풍광을 한눈에 담으며 걷기 좋다.
영화 팬이라면 해변가의 울타리에 적힌 이름을 눈여겨보자. 할리우드 영화배우와 감독의 이름이 새겨져 있는데, 이곳에서 매년 열리는
‘도빌 아메리칸 영화제’의 흔적이다. <007 카지노 로얄>, <남과 여> 로케이션 촬영지였던 해변과 ‘카지노 바리에르 드 도빌’ 등도 흥미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쇼핑을 사랑한다면 도빌 시청을 필두로 노르망디 양식의 역사 깊은 건축물이 늘어선 광장에서 긴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샤넬이 낸 첫 매장을 비롯해 에르메스와 루이 비통, 로컬 브랜드 부티크 숍이 빼곡히 들어서 있기 때문이다.
니스 해안가를 달리는 ‘프티 트레인’은 시티 투어 버스 역할을 한다.
프랑스 남부 지중해 연안을 따라 망통에서 툴롱까지 길게 이어진 휴양도시를 일컫는 ‘코트다쥐르Côte d’Azur’의 중심 도시이자 남프랑스 여행의 출발점이 바로 니스Nice다. 이곳의 매력은 ‘날씨’에 있다. 혹독한 추위가 도사리는 겨울에도 온난한 지중해성기후는 봄에 절정을 맞는다. 평균 20~25℃ 안팎으로 노천카페와 해변에 앉아 햇빛 ‘샤워(유럽인이 가장 사랑하는 휴양 형태)’를 즐기기에 더없이 좋다.
‘영국인 산책로’에 자리한 니스의 명물인 블루 체어는 놓쳐서는 안 될 포토 존 중 하나다.
니스를 상징하는 풍경 앞에 서고 싶다면 18세기 이곳을 즐겨 찾은 영국 귀족들이 닦아둔 길을 찾을 것. ‘영국인 산책로Promenade des Anglais’로 불리는 약 7km 거리의 해안 산책로에는 니스의 명물인 ‘블루 체어’가 늘어서 있다. 마음이 분주하더라도 지중해빛 철제 의자에 앉아 윤슬이 만들어내는 눈부신 바다와 백사장, 스트라이프 패턴의 파라솔이 즐비한 장관을 응시하는 시간을 놓치지 말자. 좀 더 높은 곳에서 도시를 눈에 담고 싶다면 니스 전망대가 제격이다. 효율적인 동선으로 움직여야 하는 당일치기 여행이라면 ‘프티 트레인’에 몸을 싣는 것도 좋다. 시티 투어 버스 역할을 하는 열차로 약 50분에 걸쳐 해변과 전망대를 둘러보는 여정이다.
니스의 살레야 광장에서 열리는 과일 시장과 꽃 시장은 화려한 컬러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해안 산책로, 전망대와 달리 구시가지는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이탈리아 사보이아 공국 영토였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이 지구에서 중심지 역할을 하는 살레야 광장에서는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장이 선다. 꽃, 과일, 로컬 특산품 등을 쇼핑한 후 광장의 노천카페 테라스에 앉아 마카롱과 에스프레소로 기력을 충전하면 니스에서 꼭 해야 할 일은 얼추 마친 셈이다.
브레스트의 명소 ‘샤토 드 브레스트’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성으로, 국립해양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브레스트 무기고와 프랑스 해군의 모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프랑스 북쪽에 도빌, 남쪽에 니스가 있다면 서쪽엔 브레스트Brest가 있다. 프랑스의 대표 군항지 툴롱의 뒤를 잇는 아름다운 항구도시로, 파리에서 테제베TGV를 타고 3시간 30분이면 닿아 주말 휴가지로 인기 있다. 이름도, 풍경도 낯선 브레스트의 매력을 ‘미리보기’ 하고 싶다면 상공을 가로지르는 케이블카에 오르자. 도심을 관통하는 팡펠 강 사이 2개의 항만을 연결하는 이 ‘탈것’은 시암 구역과 카푸생 구역을 오가는 현지인의 발이 되어준다. 여행자에게는 합리적인 비용으로 도시를 구석구석 돌아볼 수 있는 교통수단이기도 하다. ‘성Le Château’의 나라답게 랜드마크는 역시 브레스트성이다. 암벽 위에 우뚝 선 이 고성에는 바다를 기반으로 성장한 프랑스의 과거를 돌아볼 수 있는 국립해양박물관이 들어서 있다.
출구부터 연결되는 성벽 길은 브레스트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로 꼽히니 천천히 걸어 내려올 것을 추천한다. 해질 시간이 다가오면 항구로 향한다. 샤토 마리나 주변은 현지인의 소풍지이자 산책지로 유명하다. 좀 더 활동적인여정을 선호한다면 지금 현지인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레저 스포츠 ‘스탠드업 패들링’을 즐겨보자. 항구 주변에 자리한 레저 스포츠 숍에서 슈트와 보드, 패들, 강습을 원스톱으로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