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AZINE / LIFESTYLE
2021. 11. 30
영화를 통해
떠나는 여행
현실을 잊게 하는 영화 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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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고 싶어도 말처럼 쉽게 떠날 수 없는 것이 요즘의 현실이다.
그럴 때 여행지의 사진과 영상을 보며 대리만족을 한다. 하지만 그중 가장 긴 여운을 남기는 건 역시 영화다.

아름다운 도시를 배경으로 마음껏 사랑하고 꿈꾸는 주인공들의 이야기.
그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익숙한 도시도 새롭고, 낯선 공간도 설레는 장소가 된다. 영화를 보며 여행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고, 언젠가 다시 떠날 미래를 기약해보자. 음악과 영상, 인물의 감성이 오감을 자극하며 현재의 아쉬움을 즐거움으로 바꿔줄 것이다.
상상 이상의 상황,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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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는 직장인 월터 마티(벤스틸러)가 아이슬란드로 여행을 떠나는 과정을 그린다. 16년째 라이프 잡지사에서 포토 에디터로 일하는 월터의 일상은 쳇바퀴를 돌 듯 똑같다. 그 일상을 탈주하는 월터의 유일한 취미가 바로 상상이다. 상상 속에서 그는 로맨틱한 러브 스토리의 주인공이 되기도, 초현실적 힘을 지닌 히어로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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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터는 매번 상상으로만 그친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험을 하기 위해 떠난다. 그가 방문한 그린란드, 히말라야, 아프가니스탄 등의 촬영지는 실제로 아이슬란드에서 촬영했다.
그러던 그가 유명 사진가 숀 오코넬(숀 펜)의 25번째 필름을 찾기 위해 해외로 떠난다. 화산 폭발을 뒤로한 채 질주하거나, 헬기에서 바다 한가운데로 뛰어내리는 등 월터 앞에는 상상 이상의 상황이 펼쳐진다. 숀의 필름을 찾아 월터는 그린란드와 아프가니스탄을 거치는데, 그중 가장 인상적인 여행지는 역시 아이슬란드다. 특히 롱보드 하나로 93번 국도를 내려오는 장면은 영화의 백미다. 그가 국도를 타고 내려올 때 드넓은 초원과 산맥, 거침없이 쏟아지는 구푸포스 폭포가 월터의 양옆으로 스쳐 지나간다. 월터가 책상 앞에서 해온 상상들보다 더 다채로운 경관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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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가 고장나자 월터는 스케이트보드를 빌린 후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내려가게 되고, 그 양옆으로 구푸포스 폭포가 웅장한 모습으로 스쳐지나간다.
극 중 히말라야와 아프가니스탄은 실제로 전부 아이슬란드에서 촬영했다. 영화를 보다 보면 다양한 모습의 아이슬란드 자연경관을 직접 보고 경험하고 싶다는 마음이 절로 든다.
이탈리아의 다양한 도시를 담다,
<리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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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주인공이 되고 싶은 <리플리>의 톰 리플리(맷데이먼). 프린스턴 대학교 재킷을 빌려 입고 파티에서 피아노를 치던 톰에게 부호 그린리프가 한 가지 부탁을 한다. 동문이니 자신의 망나니 아들 딕키(주드 로)를 이탈리아에서 미국으로 데려와 달라는 것이었다. 그린리프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이탈리아에 도착한 톰은 딕키와 함께 지내며 상류사회의 삶에 완전히 매료된다.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딕키가 없는 틈을 타 톰은 자신이 딕키인 양 행동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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딕키는 이탈리아 남서부의 이스키아 섬에서 지내며 그곳의 풍경을 즐긴다. 푸르른 하늘과 어우러진 코발트 빛 바다,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딕키와 톰의 취향은 둘이 선택하는 장소부터 확연히 갈린다. 극 중 딕키가 머무르는 곳은 이탈리아 남서부의 이스키아섬. 고운 모래와 잔잔한 파도, 지중해 휴양지의 낭만이 더없이 잘 녹아 있는 곳이다. 가만히 살펴보면 딕키가 머무르는 대부분의 장소가 그렇다. 이탈리아 외곽의 작은 코첼라 마을, 노래가 끊이지 않는 재즈 클럽과 축제도 시간과 돈에 구애받지 않는 딕키의 여유로운 기질과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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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한 성격의 톰이 머무른 카사그레도 호텔은 고풍스러운 외관을 가지고 있으며, 내부는 미술품으로 꾸며져 있다.
딕키와 달리 톰은 훨씬 차분하게 이탈리아를 즐긴다. 미국을 떠날 때도 옷보다 셰익스피어의 책을 챙긴 그였다. 그는 오페라를 관람하고, 베네치아로 가서 숙소를 고를 때에도 우아한 미술품으로 가득한 카 사그레도 호텔을 택한다. 그 극명한 취향의 차이가 톰이 딕키 행세를 한다는 거짓말이 밝혀지는 원인이 된다.

두 인물의 상반된 취향으로 <리플리>는 이탈리아의 다양한 도시를 스크린에 비춘다. 영화 초반부에는 딕키의 행보를 따라 이탈리아 남서부와 북동부의 휴양지를 보여주고, 영화 중후반에는 톰의 이동을 따라 이탈리아 수도 로마와 베네치아 등 주요 관광지가 주요 무대가 된다.
편지 한통으로 시작된 오타루 여행,
<윤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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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에게>에서는 편지 한 통이 새봄(김소혜)과 윤희(김희애) 모녀가 일본으로 떠나는 계기가 된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새봄은 쥰(나카무라 유코)이 윤희에게 보낸 편지를 읽고, 편지 내용을 숨긴 채 엄마에게 일본 오타루로 여행을 떠날 것을 제안한다. 그곳에서 윤희는 오랜 시간 마음 한쪽에 자리하던 첫사랑 쥰을 마주한다.

영화의 배경지인 일본 홋카이도의 오타루시는 영화 <러브레터>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윤희와 마찬가지로 한 통의 편지로 인해 히로코(나카야마 미호)는 오타루로 여행을 떠난다. 다만 <러브레터>가 비교적 다양한 장소를 배경지로 활용하며 과거와 현재의 시간대를 넘나드는 반면, <윤희에게>는 새봄과 윤희가 일본으로 여행을 떠난 현시점에서 오타루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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쥰과 윤희가 재회하게 되는 장소 오타루 운하. 운하를 따라 세워진 창고 건물과 산책로에 세워진 가스등의 불빛이 로맨틱한 느낌을 준다.
영화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장소는 오타루 운하다. 오타루 운하의 다리에서 쥰과 윤희가 마침내 마주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크게 감정을 드러내거나 구태여 무언가를 설명하려는 대신, 눈빛으로 그간의 그리움을 전한다. 그렇게 쥰을 만난 뒤로 윤희는 과거의 굴레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오타루의 겨울은 사람의 키 높이만큼 눈이 내리고 길에 열선이 깔려있을 만큼 춥고 차갑다. 하지만 윤희와 쥰의 만남을 보다 보면 눈이 소복하게 쌓이는 오타루의 겨울이 보다 따뜻하게 와닿는다.
현실과 과거를 넘나드는 파리의 매력,
<미드나잇 인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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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인 파리>는 100여 년의 시간차를 오가며 파리의 매력을 극대화한다. 소설가 길(오웬 윌슨)은 애인 이네즈(레이철 매캐덤스)와 함께 파리로 여행을 왔다. 에펠탑의 야경과 센강, 베르사유궁전, 오랑주리 박물관, 노트르담대성당의 풍경을 바라보며 길은 감탄을 금치 못한다. 더불어 그는 자신이 문화예술의 황금기이던 1920년대 파리에 살았다면 더 행복했을 거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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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과 이네즈가 친구들과 함께 미술관을 방문해 로댕의 작품에 대해 감상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나온다. 로댕미술관에서 촬영한 이 장면은 깔끔하고 세련된 비롱 저택과 정원이 영화를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그때 에튀엔 뒤몽 성당에서 만난 자동차 한 대가 거짓말처럼 그를 1920년대로 데려다준다. 그곳에서 길은 피카소, 살바도르 달리, 어니스트 헤밍웨이, F. 스콧피츠제럴드 등 시대를 풍미한 여러 예술가를 만난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길이 이들과 다양한 담론을 펼치는 장면이 흥미롭게 그려진다. 자신이 사랑하는 도시에서 동경하는 작가들과 거리낌 없이 대화하는 것.

<미드나잇 인 파리>는 파리의 명소들을 빠짐없이 짚는 동시에 누구나 한 번쯤 꿈꿔봤을 길의 꿈을 낭만적으로 실현한다.
글. 조현나(<씨네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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