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엘로가 남긴 흔적을 찾으며 건축과 미술을 즐길 수 있는 여행지, 우르비노.
마르케Marche주는 놀고 먹는 데 일가견이 있는 이탈리아인이 사랑하는 로컬 휴양지다. 장화를 닮은 모양의 이탈리아 땅 허리께에 위치한 중부 도시로, 한국의 강원도에 종종 비견되곤 한다. 휴양지가 갖춰야 할 자원과 조건인 바다와 산, 미식을 두루 충족하기 때문이다. 마르케를 소개할 때 빠지지 않는 이름이 또 있다. 르네상스 시대의 3대 거장 중 한 명으로 유명한 라파엘로 산치오Raffaello Sanzio, 1483~1520와 최고의 희극 오페라로 손꼽히는 ‘세비야의 이발사’를 작곡한 로시니Gioacchino Rossini, 1792~1868가 그들. 라파엘로가 남긴 흔적을 좇아 건축과 미술을 즐기고 싶은 이들은 우르비노Urbino로, 그보다 좀 더 느슨한 여정을 즐기고 싶은 이들은 로시니의 도시 페사로Pesaro를 찾는다.
파라솔 행렬이 그림처럼 펼쳐진 페사로 코스트.
페사로가 로시니의 고향이라는 사실을 몰라도 이 도시에 발을 들이는 순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번화가 곳곳에서 도시의 랜드마크로 손꼽히는 로시니 극장Teatro Rossini을 비롯해 로시니 생가, 로시니가 남긴 유산으로 세운 로시니 음악원Conservatorio di Musica 등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매년 8월에 열리는 ‘로시니 오페라 페스티벌Rossini Opera Festival’ 기간엔 인구 10만의 이 작은 도시에 전 세계 오페라 팬들이 모여들어 도시 전체가 음악과 활기로 가득 찬다.
‘세비야의 이발사’의 작곡가 로시니의 고향, 페사로.
광장에서 종종 선보이는 음악원 학생들의 게릴라 버스킹으로 흥을 돋웠다면 이제 바다로 나갈 차례. 아드리아해에 면한 페사로엔 시선을 확 잡아끄는 캔디 컬러의 파라솔 행렬이 그림처럼 펼쳐진 ‘페사로 코스트Pesaro Coast’가 있다. 해가 뜨거울 땐 바다와 선베드를 오가며 물놀이와 태닝을, 해가 지면 해변을 따라 도열한 이탤리언 레스토랑에서 로컬 와인과 함께 혀와 위장에 축복을 퍼붓는 시간을 즐겨볼 것.
일정에 여유가 조금 있다면 2시간 거리에 위치한 이웃 도시 아스콜리피체노Ascoli Piceno에도 들러보자. 크기가 굵기로 유명한 아스콜리산 올리브의 속을 판 후 그 안에 소고기, 돼지고기, 닭가슴살, 프로슈토, 제철 채소와 토마토, 파슬리, 레몬 껍질, 육두구, 후추 등을 버무린 소로 꽉꽉 채운 후 바삭하게 튀겨낸 아스콜라나 올리브 튀김의 탄생지가 바로 아스콜리피체노다. 여기에 차갑게 칠링한 이탈리아 맥주 비라 모레티Birra Moretti 한 병을 곁들이며 시간을 마음껏 즐기다 보면 이탈리아 사람들의 인생관이 단박에 이해되는 순간을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