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AZINE / LIFESTYLE
2022. 08. 02
꿈의 휴양지로
지금 떠나요
여름 휴가지 버킷 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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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게 닫혔던 빗장이 풀리고, 상상만 해온 ‘휴양’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시절이 다시 돌아왔다. 이번 여름 휴가지 버킷 리스트에 올려야 할 꿈같은 휴양지 네 곳으로 떠나보자.
카리브해 낭만 여행, 푼타카나
해적과 보물선 주제의 영화에는 종종 ‘카리브해’가 나온다. 대서양과 멕시코만에 접한 해역. 구름 한 점 없는 밀키 블루빛 하늘을 거울처럼 담은 바다. 이곳에 닿는 방법으로 대개 멕시코의 칸쿤Cancun을 떠올리지만, 그보다 더 아름다운 곳이 있다. 더 깨끗하고, 덜 붐비며, 잊지 못할 휴양을 경험할 수 있는 곳, 바로 도미니카공화국의 푼타카나Punta Cana다. 우리에겐 다소 낯선 이름이지만 유럽과 북미에서는 꽤 유명한 곳으로, 이곳을 버킷 리스트에 담아두는 사람도 상당하다.

이곳에선 카리브해가 제공하는 낭만을 최대한 누리는 것이 의무이자 예의다. 올 인클루시브 리조트에서 할 일이란 느지막이 일어나 정오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코앞의 카리브 바다를 프라이빗 비치로 품은 해변에서 낮술과 낮잠, 독서로 시간을 보내는 일. 그 생활이 지루해지면 캡카나Cap Cana로 향하면 된다.

칠링한 샴페인으로 여행자를 환대하는 요트가 무료함을 달래준다. 선원들과 함께 메렝게Merengue, 라틴 댄스의 한 장르의 흥겨운 리듬에 몸을 맡기다 땀에 흠뻑 젖으면 수심이 허리쯤 되는 평화로운 바다에 뛰어들어 열기를 식히면 된다. 해가 지면 천연 석회 동굴 안에 들어선 클럽 ‘이매진Imagine’으로 향하자. 바차타Bachata와 메렝게(도미니카공화국의 전통 춤과 노래)로 단련된 중미 사람들과 함께 즐기는 밤의 낭만에 폭 빠지게 될 것이다.
이탈리아 예술 여행, 마르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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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엘로가 남긴 흔적을 찾으며 건축과 미술을 즐길 수 있는 여행지, 우르비노.
마르케Marche주는 놀고 먹는 데 일가견이 있는 이탈리아인이 사랑하는 로컬 휴양지다. 장화를 닮은 모양의 이탈리아 땅 허리께에 위치한 중부 도시로, 한국의 강원도에 종종 비견되곤 한다. 휴양지가 갖춰야 할 자원과 조건인 바다와 산, 미식을 두루 충족하기 때문이다. 마르케를 소개할 때 빠지지 않는 이름이 또 있다. 르네상스 시대의 3대 거장 중 한 명으로 유명한 라파엘로 산치오Raffaello Sanzio, 1483~1520와 최고의 희극 오페라로 손꼽히는 ‘세비야의 이발사’를 작곡한 로시니Gioacchino Rossini, 1792~1868가 그들. 라파엘로가 남긴 흔적을 좇아 건축과 미술을 즐기고 싶은 이들은 우르비노Urbino로, 그보다 좀 더 느슨한 여정을 즐기고 싶은 이들은 로시니의 도시 페사로Pesaro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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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솔 행렬이 그림처럼 펼쳐진 페사로 코스트.
페사로가 로시니의 고향이라는 사실을 몰라도 이 도시에 발을 들이는 순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번화가 곳곳에서 도시의 랜드마크로 손꼽히는 로시니 극장Teatro Rossini을 비롯해 로시니 생가, 로시니가 남긴 유산으로 세운 로시니 음악원Conservatorio di Musica 등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매년 8월에 열리는 ‘로시니 오페라 페스티벌Rossini Opera Festival’ 기간엔 인구 10만의 이 작은 도시에 전 세계 오페라 팬들이 모여들어 도시 전체가 음악과 활기로 가득 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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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비야의 이발사’의 작곡가 로시니의 고향, 페사로.
광장에서 종종 선보이는 음악원 학생들의 게릴라 버스킹으로 흥을 돋웠다면 이제 바다로 나갈 차례. 아드리아해에 면한 페사로엔 시선을 확 잡아끄는 캔디 컬러의 파라솔 행렬이 그림처럼 펼쳐진 ‘페사로 코스트Pesaro Coast’가 있다. 해가 뜨거울 땐 바다와 선베드를 오가며 물놀이와 태닝을, 해가 지면 해변을 따라 도열한 이탤리언 레스토랑에서 로컬 와인과 함께 혀와 위장에 축복을 퍼붓는 시간을 즐겨볼 것.

일정에 여유가 조금 있다면 2시간 거리에 위치한 이웃 도시 아스콜리피체노Ascoli Piceno에도 들러보자. 크기가 굵기로 유명한 아스콜리산 올리브의 속을 판 후 그 안에 소고기, 돼지고기, 닭가슴살, 프로슈토, 제철 채소와 토마토, 파슬리, 레몬 껍질, 육두구, 후추 등을 버무린 소로 꽉꽉 채운 후 바삭하게 튀겨낸 아스콜라나 올리브 튀김의 탄생지가 바로 아스콜리피체노다. 여기에 차갑게 칠링한 이탈리아 맥주 비라 모레티Birra Moretti 한 병을 곁들이며 시간을 마음껏 즐기다 보면 이탈리아 사람들의 인생관이 단박에 이해되는 순간을 만난다.
미국 대자연 여행, 요세미티 국립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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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년 전 빙하가 만든 돔 형태의 기암과 그 앞에 차양처럼 드리운 나무들을 감상하며 수영을 즐길 수 있다.
요세미티 국립공원Yosemite National Park은 고요한 쉼을 갈망하는 이를 조용히 품는다. 198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곳에 들어서면 ‘머더 네이처Mother Nature’, 즉 ‘만물이 소생하는 웅장한 대자연’이라는 수식어가 단번에 이해되면서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울창하게 치솟은 자이언트 세쿼이아 나무 군락, 거대한 폭포들과 날카로운 협곡, 드넓은 초원과 고산지대, 그 안에서 야생을 지키며 사는 동물들이 만들어내는 풍요로운 장면은 요세미티만의 매력이다.

이곳의 랜드마크는 빙하가 깎여 빚어낸 거대한 화강암 하프돔Half Dome과 엘 캐피탄El Capitan, 북미에서 가장 큰 요세미티 폭포Yosemite Falls 등이 모인 요세미티 밸리Yosemite Vally다. 관광객은 대개 하루 혹은 이틀쯤 시간을 내 밸리를 탐험하고, 그보다 휴식이 더 간절한 이들은 타이오가 로드Tioga Road로 향한다. 국립공원의 동서를 관통하는 이 도로에 해발고도 2,484m 높이에 위치한 테나야 호수Tenaya Lake가 있기 때문이다. ‘쉼’과 ‘멍’이 필요한 사람 중 하나였던 나 역시 요세미티의 하이라이트로 향하는 일정은 뒤로 미루고, 테나야 호수를 먼저 찾았다. 호수를 두르는 나무 사이를 비집고 안으로 들어서면 ‘빙하가 녹아 만들어진’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맑고 투명한 물이 시야를 채운다.

한여름엔 물속에 들어가 수영을 즐길 수도 있다. 수영복을 미처 챙기지 못한 이들은 호숫가의 잘 달궈진 모래사장에 누워 그늘과 햇빛을 골고루 만끽한다. 카야킹, 낚시, 캠핑 같은 액티비티는 물론 엉덩이가 푹 잠기는 캠핑 의자에 파묻혀 수만 년 전 빙하가 만든 돔 형태의 기암과 그 앞에 차양처럼 드리운 나무들의 형세를 감상하는 것도 호수에서 누릴 수 있는 호사다.
호주 서핑 여행, 본다이 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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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시드니 본다이 비치에 위치한 아이스버그 수영장. 바다와 바로 맞닿아 있어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이상적 라이프스타일을 실현할 수 있는 도시, 그리고 한 번쯤 살아보고 싶은 도시를 꼽을 때 시드니는 빠지지 않는 이름이다.

‘시드니에서 살아보기’의 로망을 가장 부추기는 건 뭐니 뭐니 해도 본다이 비치Bondi Beach다. 시내에서 대중교통으로 30분 정도 달리면 닿는 이 해변에선 지루한 일상도 순식간에 설렘 가득한 바캉스 무드가 된다. 그 바이브를 만드는 일등 공신은 근사한 자태로 파도 위를 누비는 서퍼들. 흔히 호주의 골드코스트Gold Coast를 서핑 메카로 꼽지만, 본다이 역시 결 좋은 파도가 넘친다. 본다이가 호주의 원주민 애버리지니Aborigine족의 언어로 ‘바위에 부서지는 파도’라는 뜻이라는 것을 알면 이곳이 서핑 여행지로 손색없는 데스티네이션이라는 사실이 쉽게 와닿는다. 시원하게 펼쳐진 모래사장에서 일광욕과 해수욕을 즐긴 후 본다이 버블Bondi Bubble로 향한다. 카페, 레스토랑과 디자이너 숍이 몰린 캠벨 퍼레이드Campbell Parade를 일컫는 애칭이다.

로컬들의 사랑방 ‘스피도스 카페’에서 맛도 모양도 아름다운 팬케이크에 호주식 커피 롱블랙 한 잔으로 허기를 채우고, 감각있는 부티크 숍에서 쇼핑을 즐기다 보면 “인생이란 원래 촌전척택寸田尺宅, 한 치의 논밭과 한 자의 집터라는 뜻으로 얼마 안 되는 땅을 이름” 같은 한탄이 절로 쏙 들어간다. 시드니의 바다를 좀 더 깊이 즐기고 싶다면 본다이 비치의 산책로를 따라 40분 정도 걸어가면 닿는 브론테 비치Bronte Beach도 여정에 넣자. 거친 파도 위에서 돌고래와 함께 서핑을 즐기는 서퍼들을 만나거나, 잔잔한 물살 위에서 편안하게 수영할 수 있는 록 풀Rock Pool, 그리고 호주식 바비큐를 즐길 수 있는 피크닉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면 호주식 라이프스타일에 한층 더 다가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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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 #여행 #라이프
글. 류진(여행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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