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구글은 여전히 스마트 글라스와 AR 기술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애플의 관심은 남달라서 애플의 CEO 팀 쿡Tim Cook은 공개적인 자리에서 여러 차례 AR 기술을 찬양 수준으로 언급했다. 실제로 애플과 구글은 2017년에 에이알키트ARkit와 에이알코어ARCore라는 개발자용 도구를 출시한 이후 프로젝트를 중단하지 않고 계속 개선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에선 머리에 쓰는 AR 기기 홀로렌즈HoloLens를 내놨다. 구글 글라스처럼 안경 형태는 아니지만, 마치 홀로그래피Holography, 3차원 형상 이미지를 보는 것처럼 현실에 컴퓨터그래픽을 입혀서 볼 수 있다. 구글 글라스보다 큰 만큼 성능도 더 뛰어나다. 이후 홀로렌즈2(2019)를 공개했고, 이는 주로 산업용으로 쓰이고 있다. 군사용 기기를 만들던 뷰직스Vuzix나 일본 엡손Epson에서도 산업용 스마트 글라스를 제작했다.
프레임에 마이크와 스피커 기능을 더한 아마존의 ‘에코 프레임’.
그렇다면 일반 소비자를 위한 스마트 글라스는 없을까? 여럿 나와 있긴 하다. 구글 글라스나 MS 홀로렌즈와 달리 소비자가 필요한 일부 기능만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아마존Amazon에서 만드는 에코 프레임Echo Frames이나 미국의 음향 기기 회사 보스Bose에서 만드는 보스 프레임Bose Frame은 AR 기능이 아예 없다. 뿔테 프레임에 달린 스피커를 통해 혼자 간편하게 음악을 들을 수 있고, 마이크를 이용해 전화 통화를 하는 안경이다.
스마트폰과 연결해 AR 게임 등을 즐길 수 있는 엔리얼의 ‘엔리얼 라이트’.
중국 기업 엔리얼Nreal에서 만든 엔리얼 라이트Nreal Light, 엔리얼 에어Nreal Air는 스마트폰과 연결해 사용하는 스마트 글라스다. 자체 개발한 AR 게임 등을 즐길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게임 화면이나 동영상을 마치 대형 TV를 보듯 간편하게 보는 쪽에 초점을 맞췄다. 프랑스 기업 코스모 커넥티드Cosmo Connected에서 개발한 코스모 비전Cosmo Vision은 자전거나 오토바이 운전자를 위한 스마트 글라스다. 안경을 끼면 내비게이션이 표시되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지 않고도 길을 알 수 있다.
자전거나 오토바이 운전자를 위한 코스모 커넥티드의 ‘코스모 비전’. 안경 렌즈에 내비게이션 지도가 펼쳐진다.
애플, 구글, 삼성전자 등 글로벌 기업도 스마트 글라스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은 없지만 안경형 디스플레이보다는 머리에 쓰는 VR 스타일에 더 가까울 거라는 게 업계의 추측이다. VR 헤드셋에 카메라를 달고, 카메라에 찍히는 영상을 헤드셋 디스플레이에 투영해 마치 현실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것을 패스 스루Pass Through AR이나 혼합 현실Mixed Reality, MR이라고 부른다. 2023년 등장할 것으로 예상하는 애플 AR 글라스는 우선 이런 방식으로 먼저 선보일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