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중국은 미국과 경제전쟁을 하면서 겁 없이 미국을 추월한다고 떠들다가 코가 깨졌다. 예를 들면 2025년까지 중국의 기술력을 업그레이드시키겠다는 ‘중국제조 2025’를 떠들다가 미중의 무역전쟁에서 미국에 좋은 시빗거리를 제공했다. 그래서 중국은 2018년 미중 경제전쟁 이후 모든 경제정책에서 구체적인 수치나 목표는 언급하지 않는다. 대신 모호하고 추상적인 중국식 표현으로 속내와 야망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번 당대회에서 시진핑이 1시간 40분간 읽은 72페이지 분량의 보고서에는 ‘중국식 현대화’란 용어가 새롭게 등장했다. ‘중국식 현대화’는 시진핑 3기 정부의 핵심 어젠다다. 일반적으로 현대화는 서방의 근대화, 공업화를 가리키는 말이지만 이번에 중국은 미국을 추월하는 야망을 ‘중국식 현대화’라는 모호한 단어로 포장해 서방세계를 호도하고 있다.
보고서에 나오는 ‘중국식 현대화’란 세계 2대 경제권으로 부상한 중국이 세계 1위를 차지하겠다는 야망의 표현이다. 미국을 베껴서 2위까지는 왔지만 1위를 뛰어넘으려면 1위의 제도와 시스템 기술을 베껴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이젠 1위와는 다른 제도, 시스템, 기술로 미국을 뛰어넘겠다는 것이다.
보고서에 나오는 ‘중국식 현대화’란
세계 2대 경제권으로 부상한 중국이
세계 1위를 하겠다는 야망의 표현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과의 충돌, 무역전쟁, 기술전쟁, 금융전쟁 같은 경제전쟁은 불가피하고 여차하면 무력 충돌도 피할 수 없다는 두려움과 경각심이 중국에 있다. 중국은 이런 속내의 표현으로 ‘국가안전’을 이번 당대회 문건에서 가장 많이 반복했다. 미국과의 전쟁에서 국가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무엇인지도 실토했다.
당대회 문건에서는 안전에 반드시 필요한 분야를 식량, 에너지, 주요 산업의 공급망 안전이라고 명확하게 적시했다. 배고픈 군대는 싸울 의지가 없고, 에너지는 현대 산업의 생명수이다. 중국은 콩 소비의 90%, 석유 소비의 72%를 수입에 의존한다. 산업의 쌀로 불리는 첨단 반도체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은 2020년에 절대빈곤을 없앤 소강사회를 달성하고 나서 2035년까지 다 같이 잘 살자는 ‘공동부유론’을 새로운 국정 어젠다로 부각시켰다. 4,200만 명을 아사시킨 사회주의 대약진운동을 교훈으로 1978년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도입한 이래 44년 만에 미국 GDP의 81%에 달하는 거대 경제대국으로 부상했지만 상위 1%의 소득이 하위 50%의 소득보다 큰, 심각한 소득 불평등도 함께 따라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류역사상 14억이 모두 같이 잘산 적도 없었을 뿐 아니라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다. 그런데도 중국이 이런 목표를 내세운 것은 그저 정치적 어젠다일 뿐이다. 중국의 공동부유는 알리바바, 텐센트의 오너 같은 부자들의 돈을 14억의 인민에게 나누어 준다는 것이 아니다. 중국의 1위 부자는 세계 글로벌 500대 부자 순위 16위에 들어갈 정도이지만 상위 10대 부자의 재산을 모두 털어 14억 인민에게 나누어 주면 1인당 29만 5천 원씩 돌아갈 뿐이다.
한국은 주식 투자의 관점에서 중국의 공동부유론을 본다. 그래서 알리바바, 텐센트 같은 플랫폼기업이 반독점법과 데이터보안법에 걸려 주가가 50~90% 하락하는 바람에 중국이 황금알을 낳는 닭의 배를 가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들 플랫폼기업의 매출액은 중국 GDP의 5%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리고 반독점법으로 알리바바, 텐센트를 제재하면 1위 기업의 점유율이 2위, 3위 기업으로 옮겨갈 뿐, 인터넷 시장이 개방되지 않은 중국에서는 국부의 유출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중국 당국이 마음대로 제재하는 것이다.
중국의 공동부유론의 목표는 과도한 부의 불균형을 조정하기는 하지만 부자를 털어 가난한 사람에게 나누어 주는 것이 아니다. 1인당 소득 1만 2천 달러인 나라에서 나누면 더 가난해질 뿐이다. 중국의 공동부유론의 목표는 2035년까지 1인당 소득을 현재의 2배로 올리는 것이다. 이는 향후 15년간 연평균 4.8%의 성장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데이터 독점과 시장 독점을 통해 과도한 부를 축적하는 산업, 예를 들면 인터넷, 부동산, 사교육기업을 제재하는 대신 고임금을 창출하는 첨단기술산업, 부의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한 농촌진흥산업, 국가안전과 관련되는 산업, 신에너지와 환경산업은 적극 육성한다는 것이 공동부유론의 진짜 내용이다. 그러나 한국은 미국과 홍콩에 상장된 플랫폼기업에 주로 투자하다 보니까 정부 제재로 큰 투자손실을 입어 중국의 공동부유론이 기업을 죽이고 시장을 국유체제로 돌리는 것으로 오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