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이나 스마트폰, 메모장 무엇이든 기록하는 방법 자체에 제한을 두지 않는 것이 좋다. 다만 노트북에서 빠른 속도로 타이핑하는 건 생각을 쏟아내는 것에 가까워 깊이 생각하면서 기록하기가 쉽지 않다. 앞서 말했듯 머릿속에서 기억나는 것을 끄집어내어 각인시키기 위해선 온전히 체화된 것을 천천히 정리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선뜻 기록해보는 게 쉽지 않다면 일상의 모든 순간을 한 줄로 요약해보자. 아침에 창문을 열고 마신 공기, 길에서 마주친 풍경, 버스에서 만난 사람, 내가 느낀 감정 등. 다만 모든 일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그대로 나열해 적을 필요는 없다. 기록은 속기사처럼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적는 것과는 다르다. 기록은 간단한 키워드 요약이 필수다. 요약은 기억을 압축하고, 새롭게 창조하는 일이다.
가령 아침 출근길에서 나뭇잎이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것을 보았다고 해보자. 그 순간 나는 ‘나뭇잎이 말하고 있는 것’ 같다고 느꼈다.
그 경험을 ‘나뭇잎과의 대화’라고 요약하는 것이다. 이 짧은 한마디에는 내가 나뭇잎을 본 순간의 느낌과 감정 등 공감각적 이미지가 모두 들어 있다. 그 경험을 최대한 짧은 말로 압축해 새롭게 창조한 것이다.
이렇게 순간의 생각을 한 줄로 요약해보면 하루 일과가 적게는 15개, 많게는 30개 정도 될 것이다. 한 줄을 쓰는 데 걸리는 시간은 20초 남짓, 하루 10분이면 일상을 한 줄 기록으로 남길 수 있다. 기록이 습관화되면 시간을 얼마 들이지 않고도 그 순간의 감각과 내용을 언제든 현재로 응축할 수 있다.
기록이 유용해지려면 키워드 중심으로 요약하는 것이 좋다. 필자가 작성한 월간 다이어리 기록의 일부분
시간을 ‘단위’로 요약하는 것도 아주 유용한 기억의 방법이다. 하루, 일주일, 한 달, 1년을 요약하는 것이다. 이때 시간 순서대로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중요한 항목순으로 정리하는 것이 좋다. 만약 오랜 과거라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면 영역으로 나눠보자. 일, 관계, 공부와 성장, 가족, 휴식과 놀이 등으로 분류해서 한 달 혹은 1년간 중요했던 일들을 떠올리고 요약하기를 추천한다. 삶을 요약해보면 내가 무엇을 선호하는지, 어떤 것을 더 잘하고 어느 부분에서 성취감과 만족감을 느끼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은 나 자신을 깊이 알게 하는 중요한 자산이 된다. 하루, 일주일, 한 달, 1년을 살아가며 중요한 일을 어떻게 배치할지 더 잘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살아가는 모든 순간이 학습이라 할 수 있는데, 애써 노력하지 않고 기록만으로 잠재성을 키워가는 것이다. 잠재성이 높을수록 끄집어낼 수 있는 것이 많아지고, 그런 과정에서 생각력이 강화되는 건 당연한 이치다.
시간을 ‘단위’로 요약하는 것도 아주 유용한 기억의 방법이다.
하루, 일주일, 한 달, 1년을 요약하는 것이다. 이때 시간 순서대로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중요한 항목순으로 정리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