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NSION
2024. 07. 03
치매로 고통받는 노인,
집에서 스마트워치로 ‘음악치료’ 받는다
Global Senior Story ① 미국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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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보다 앞서 고령화 문제를 고민해온 선진국들의 시니어들은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정책적, 문화적, 관계적 뒷받침을 통해 시니어들의 행복을 추구하고, 더 나은 삶을 고민하는 선진국들의 모습들을 살펴봤다.

Story 1. 미국: 치매로 고통받는 노인, 집에서 스마트워치로 ‘음악치료’ 받는다
Story 2. 독일: 은퇴 후 떠날 여행지 고를 때 따져봐야 할 세 가지
Story 3. 일본: 할머니·할아버지, J리그 서포터가 되다
Story 4. 호주: 은퇴자 70% 자가 거주 희망하나, 실제 만족도는 실버타운이 높아

- 본 콘텐츠는 시리즈로 연재됩니다.
음악과 인간의 관계는 고대 시대부터 존재해 왔다. 대부분의 사람은 음악과 긍정적인 관계를 갖고 있고, 음악은 우리에게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음악적 지각은 뇌 전체에 저장되고 처리되기 때문에 음악은 뇌 조직의 수용적·표현적인 면 등 모든 영역을 활성화시킨다.

음악의 힘은 단기 기억보다는 장기 기억에 더욱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한다. 연구에 따르면 음악은 기억력 기능을 극대화하고 질병에 걸렸을 때 흔히 발생할 수 있는 행동 문제 등도 개선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사람을 돕는 데 사용된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환자들에게 노래를 들려줄 경우, 몸의 움직임이 거의 없는 말기 환자들이 몸을 움직이거나 평소 이름이나 단어들을 잊어버리는 심각한 인지장애를 보이는 환자들 사이에서 기억력을 더듬어 노래 가사를 따라 부르는 사례를 통해 음악의 효과를 입증해 나가고 있다. 음악은 치매 환자들 중 언어적 의사소통이 어려워지는 실어증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을 준다고 한다.
깊은 역사 지닌 음악치료, 요양원에서 꽃피워
음악치료의 역사는 2000년 넘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건강과 행동에 미치는 음악의 효과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이 이미 증명했고, 20세기 들어서 전문적인 치료로 발전하게 됐다. 제1·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신체적·정서적 트라우마를 겪었던 수천 명의 퇴역 군인을 위해 전문 음악인이 병원을 방문해 음악치료를 했다는 기록도 있다.

미국에서 2018년에 실시한 인력 분석에 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음악 치료사 수가 가장 많은 곳은 요양원 등 노인시설이었다고 한다.
특히 음악치료가 치매와 같은 질병에 걸린 노인들에게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이 분야 연구와 혁신은 계속되고 있다. 단순히 음악인들이 노래를 부르는 것도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됐지만, 요양원을 찾아 환자들과 대면해야 하기 때문에 사전에 음악인들에게 교육을 시켜 주는 것이 중요한 항목이 됐다. 더불어 전문적인음악치료사 양성이 시작됐다.

세계 최초의 음악치료 학위 프로그램은 1944년 미시간주립대학교에서 탄생했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음악치료로 학사 또는 석사학위를 딸 수 있는데, 전국 75개 대학에서 이러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음악치료는 보통 요양시설에서 그룹으로 실시된다. 음악치료사의 치료 방법이나 환자의 상황에 따라 음악치료 방법은 다르겠지만, 주로 훈련받은 음악치료사가 활기차고 빠른 음악을 통해 환자들의 인지력·주의력을 향상시키고, 행진곡 등과 같이 리듬과 비트감이 있는 음악을 통해 몸을 움직이도록 만든다.

환자가 좋아하는 음악을 통해 환자와 음악 사이에 정서적으로 연결한 다음 환자의 기분이 향상될 수 있도록, 다시 말해 감동을 주거나 행복한 기억들을 끄집어 내며 음악치료의 효과를 극대화시킨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과거 음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환자들이 보다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노년병 전문의 스캇 카이저Scott Kaiser, MD는 음악치료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음악치료는 사람들이 때때로 노래를 통해 자신을 더욱 잘 표현한다는 점을 포착합니다. 음악치료를 꾸준히 받은 환자는 노래하는 동안 더 많은 신경 경로를 활용하게 되고, 궁극적으로 일상적인 언어 능력이 향상될 수 있습니다. 이는 마치 운전 중 주요 고속도로가 완전히 폐쇄됐을 경우, 다른 경로로 전환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정상적인 교통 흐름이 이루어지는 것과 같습니다.”

카이저 박사는 결과적으로 음악적인 지각이나 음악과 관련된 감정, 기억은 다른 형태의 기억과 인지기능이 사라진 후에도 오랫동안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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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치료는 보통 요양시설에서 그룹으로 실시된다.
음악치료사의 치료 방법이나 환자의 상황에 따라 음악치료 방법은 다르겠지만,
주로 훈련받은 음악치료사가 활기차고 빠른 음악을 통해
환자들의 인지력·주의력을 향상시키고,
행진곡 등과 같이 리듬과 비트감이 있는 음악을 통해 몸을 움직이도록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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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적인 음악치료 위해 고려할 것들
미국의 질병통제센터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CDC에 따르면 미국 성인 500만 명이 알츠하이머병을 포함한 치매를 앓고 있다. 치매 환자 500만 명 중 80%는 혼자 또는 지역사회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고 있으며, 20%는 요양시설에 거주하고 있다. 미국 내 치매 환자들을 돌보는 요양시설에서 음악치료 현장을 보는 것은 매우 흔하다. 하지만 집에서 지내는 환자들을 보면 가족 간병인이 최선을 다해 돌본다 해도 제한적인 서비스 이용 등의 이유로 일상생활에서 초조함, 방황, 반복적인 질문, 우울증 및 수면장애를 겪고 있는 경우가 흔하다.

치매 환자는 친숙하고 즐거운 음악을 찾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가능하다면 환자가 음악을 선택하게 하는 것이 이상적일 것이다. 요즈음 인터넷 혹은 라디오에서 음악을 듣다 보면 중간에 광고가 나오기도 하는데, 이는 환자들에게 혼란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광고가 없는 음악을선택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조용한 음악은 차분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며, 누군가의 어린 시절에 들었던 빠른 속도의 노래는 정신을 고양시키고 행복한 추억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조용한 음악도 좋지만 치매 환자의 건강을 위해 움직임(박수치기, 춤추기)을 장려할 수 있는 음악이 효과적이라고 한다. 함께 음악을 들을 때는 환자의 감각이 과부화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창문과 문을 닫고 텔레비전 등을 꺼서 부수적인 소음을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음악 볼륨이 환자에게 너무 작지도, 크지도 않은지 확인해야 한다.
집에서 스마트워치로 작동하는 음악치료 애플리케이션
집에서 돌보고 있는 모든 치매 환자의 가족이 음악치료사를 고용하기는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그렇다고 집에서 단순히 음악만 틀 경우, 환자에게 직접적인 영향은 주지 않은 채 분위기 조성에만 그칠 수 있다.

필자는 음악치료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가능하게 하는 연구에 참여했다. 이 애플리케이션은 치매 환자의 불안감을 완화하거나 인지적 또는 신체적 활동을 자극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개발되고 있다. 특히 사용자가 집에서 생활하며 스마트워치로도 작동이 가능한데, 스마트워치에서만 노래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 스피커에 연동해 들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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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워치로 이용할 수 있는 음악치료 애플리케이션 예시 이미지.
심전도, 심박수, 산소포화도 등을 체크할 수 있다. ©이경원
이 애플리케이션은 스마트워치를 통해 치매 환자의 움직임과 맥박을 감지해 불안한 감정 혹은 몸 상태 등을 꾸준히 추적한다. 환자의 움직임이 급격히 그리고 장기간 감소될 경우, 해당 데이터는 음악 재생과 연동돼 미리 업로드된 음악을 자동으로 재생시킨다. 이러한 기능은 치매의 신경·정신적 증상을 완화시키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도입한 것이다. 환자가 사전에 익숙한 음악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지속적으로 선호도나 요구와 관련된 데이터를 축적해 궁극적으로는 집에서도 음악치료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음악치료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연구의 최종 목표다.

보통 음악치료사는 환자의 신체적·정서적·인지적·사회적 요구를 포함하는 건강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도구로, 음악을 사용하도록 교육을 받는다. 치료 계획을 개발하기 위해 참가자의 병력, 개인 기록, 선호도 등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 위한 평가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가족 간병인은 인증된 음악치료사가 아닐 수도 있지만, 현재 연구개발 중인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가족 간병인들이 보다 나은 음악치료를 중재할 수 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글. 이경원 텍사스주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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