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NSION
2024. 04. 03
세계 5위로 평가받는 호주의 연금제도,
시니어들은 어떻게 노후 준비를 할까?
Global Senior Story ① 호주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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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보다 앞서 고령화 문제를 고민해온 선진국들의 시니어들은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정책적, 문화적, 관계적 뒷받침을 통해 시니어들의 행복을 추구하고, 더 나은 삶을 고민하는 선진국들의 모습들을 살펴봤다.

Story 1. 호주: 세계 5위로 평가받는 호주의 연금제도, 시니어들은 어떻게 노후 준비를 할까?
Story 2. 독일: 독일 요양소에선 반려동물이 노인 치료하고 돌본다.
Story 3. 미국: 황혼기 사랑의 여정 그린 ‘리얼리티 쇼’ 전 세대 시청자가 열광하다.
Story 4. 일본: 빈집 주차장 대여 서비스서 고령자 해법 찾는다.


- 본 콘텐츠는 시리즈로 연재됩니다.
당신이 꿈꾸는 은퇴생활은 어떤 모습인가? 어떤 이는 크루즈를 타고 세계여행을 떠나거나 캠핑카를 이용해 전국 일주를 하는 은퇴생활을 꿈꾼다. 매일 애완견과 함께 바닷가를 거닐며 가족과 소중한 시간을 보내는 평범하고 안정적인 풍경을 바라기도 한다. 이는 한국 은퇴자뿐 아니라, 호주의 은퇴자들이 그리는 노후의 일상이기도 하다.

호주의 경우 2023년 기준 여성의 기대수명은 89세, 남성은 86세다. 평균 은퇴 나이가 60대 중반이기 때문에 이는 대략적으로 인생의 4분의 1을 은퇴생활로 보내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2050년경 여성은 93세, 남성은 91세까지 기대수명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은퇴생활은 더욱 길고 중요한 기간이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호주 역시 빠른 고령화 추세가 나타나면서, 은퇴 준비가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더욱이 은퇴생활은 ‘더 이상 일을 하지 않는 노후’라는 단순한 의미를 넘어 다양한 경험과 활동을 추구해야 하는 중요한 삶의 단계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최근 글로벌 컨설팅 회사 머서Mercer그룹에서 발표한 보고서(Mercer CFA Institute Global Pension Index 2023)에 따르면 호주는 47개국 중 5번째(한국 42위)로 우수한 연금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그럼에도 호주 은퇴자들 역시 ‘나의 노후자금이 충분한가?’를 걱정하며 노후 대비에 큰 관심을 갖는다. 그렇다면 호주의 은퇴자들은 경제적 관점에서 어떤 식으로 노후 준비를 할까.

은퇴자들의 수입원은 크게 3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은퇴 전까지 일하는 동안 고용주가 적립해주는 퇴직연금 혹은 슈퍼연금Super-annuation, 정부에서 개인의 자산 상황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노령연금, 개개인의 자산 또는 노동에 의한 수입 등이다.
30년 동안 정비된 ‘슈퍼연금’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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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의 한 시니어 커플이 하이킹을 준비하고 있다. 호주는 제도적 뒷받침을 통해 시니어들이 비교적 높은 삶의 질을 유지하고 있다.
슈퍼 애뉴에이션으로 잘 알려진 호주의 슈퍼연금(퇴직연금)은 근로자의 퇴직연금 가입과 고용주(기업)의 기여금납부를 의무화한 DC 형태의 기금형 제도다. 슈퍼연금은 기업 규모에 상관없이 월 450호주달러 이하 소득을 얻는 근로자, 18세 미만 비정규 근로자, 65세 이상 근로자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의무 가입해야 한다. 기업(고용주)은 근로자 급여의 10% 선을 고용연금에 의무 납입해야 하며, 근로자들은 직접 자금을 투자하거나, 투자할 상품을 지정하지 않을 경우 자동적으로 투자되는 디폴트옵션 제도를 통해 자금을 운용한다.

특히 지난 2013년부터 새로운 디폴트옵션 제도인 ‘마이 슈퍼My super’가 시행되었는데, 하나의 기금에 하나의 디폴트옵션만 설정할 수 있도록 기금간 경쟁구도를 강화했다. 그 결과 슈퍼연금은 원리금 보장형보다는 실적 배당형 상품을 중심으로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다른 국가들에 비해 수익률도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실제 슈퍼연금 내 투자 펀드(슈퍼펀드)들의 경우 2023년 6월 기준, 총 운용 규모가 3조5,000억 호주달러(약 860조 원)에 달한다.

정부 주도의 노령연금이 은퇴자에게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한다면 고용연금은 일을 하는 동안 자연스레 축적돼 근로자로 하여금 은퇴 후 경제적 독립을 준비할 수 있게 한다. 슈퍼연금 저축액이 은퇴자금의 평균 60%를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슈퍼연금 제도는 호주인들의 노후 대비에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호주의 퇴직연금 제도는 1992년부터 시작돼 현재의 모습을 갖추었다. 30년 이상의 세월을 거치면서 월 급여의 3%였던 의무 납입률이 2023년에는 11%로 늘어났고, 2025년까지 12%로 늘어날 예정이다. 퇴직연금 납입액은 고용주의 의무납입액 외에도 개인의 선택으로 연 2만 7,500호주달러(약 2,300만 원)까지 추가로 납입할 수 있고, 추가 납입액의 일정 부분은 세금혜택이 주어진다.

정부 규제 아래에서 운용되지만 여러 연금 사업자가 경쟁하는 구조인 만큼 개개인의 투자 성향, 재정 목표와 나이에 맞춰 다양한 상품이 제공된다. 슈퍼연금 펀드는 만 60세 이후 개시할 수 있으며, 은퇴 여부에 따라 개시시기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이는 개인의 라이프스타일과 은퇴 계획에 맞게 조절할 수 있는 편의성을 제공한다. 최근 호주국세청Australian Tax Office 발표에 따르면 평균 60~64세의 고용연금 저축액은 남성 기준 21만 호주달러 (약 2억 원), 여성 기준 16만 호주달러(약 1억4,000만 원)라고 한다.
국민의 소득·자산 수준 따라 차등 지급되는 노령연금
노령연금은 은퇴인구의 약 65%가 차등 적용받고 있는 만큼, 호주 노령인구의 상당수가 노령연금에 의존하고 있다. 현재 호주의 노령연금 수령 연령은 만 67세(1957년생부터)이며 출생연도가 1957년 이전인 경우 수령 시기는 1~2년정도 앞당겨진다.

노령연금은 정부가 노후의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하기 위해 마련한 제도이기 때문에 거주 조건, 자산, 수입 테스트 등을 거쳐 부부 기준 최대
월 3,000 호주달러(약 250만 원)까지 수령 가능하다.
총 자산액이 부부 기준 93만 5,000호주달러(약 8억5,000만 원·자가 제외, 고용연금 저축액 포함) 미만인 경우까지 노령연금 수령이 가능하다. 수령액은 개인의 상황에 따라 차등 적용된다.

호주 은퇴자의 수입원은 개인의 자산에 의존한 투자수입과 노동임금이다. 호주의 만 65세 노령인구 고용률은 점차 증가세에 있다. OECD에서 2021년 발표한 만 65세 이상 고용률 자료를 보면, 호주는 그 비율이 14.7%에 이른다. 1999년 약 5.8%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수치이며 길어지는 은퇴 후 기간을 생각할 때 노령인구 고용률은 점차 더 높아질 전망이다. 노동수입 외에도 한국과 비슷하게 각자의 재산 상황에 따라 부동산 수입, 배당주나 각종 펀드 등에 의한 투자수익으로 노후생활을 이어가기도 한다.
호주의 라이프스타일별 필요 은퇴자금
호주에서 편안한 노후를 보내려면 노후자금은 얼마나 필요할까. 호주연금공단ASFA에서 발표한 자료를 살펴보면 필요 은퇴자금은 원하는 라이프스타일, 개개인의 상황(부양가족 수, 자가 소유 여부, 저축액 등), 소비습관 등에 따라 다양하게 결정된다. 호주연금공단은 크게 은퇴생활의 모습을 ▲부유한Affluent ▲편안한Comfortable ▲절제된Modest 등 3단계로 분류한다.

주택 관련 대출 없이 자가주택을 소유한다는 가정 아래 부부 기준 ‘편안한’ 생활에는 1년에 7만 호주달러, ‘절제된’ 생활에는 4만5000 호주달러가 필요하다고 한다. ‘부유한’ 삶은 연간 15만~20만 호주달러 정도로 초호화 수준의 삶을 누린다.

노후생활에서 경제적인 안정만큼 중요한 것이 건강에 대한 적극적인 관리이다. 호주 역시 심혈관계 질환과 함께 최근에는 치매 발병률이 증가하고 있어, 이로 인한 경제적·심리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호주는 선진국형 메디케어MediCare, 의료보험와 에이지케어Aged Care, 노인복지 서비스를 통해 노령인구가 건강 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호주의 에이지케어 시스템은 추가보조금을 통해 병원 이동이나 쇼핑을 위한 택시 서비스, 동행 서비스, 집 청소, 통역 서비스 등 실질적인
편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호주는 노령 시기에 건강에 대한 부담을 최소화하고 편안한 노후 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을 통해 노령인구는 경제적·건강적 측면에서 안정적인 노후를 계획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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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글. 최동희 호주 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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