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ISORY / Weekly 법률 ISSUE
2024. 11. 19
은희경 작가의 장편 소설 <새의 선물>은 열두 살 소녀 진희가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도 어딘가로 떠나자 진희는 ‘감나무집’이라고 불리는 외할머니댁에서 지내게 됩니다. 소설에서 외할머니는 진희를 책임감과 사랑으로 기르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에서 부양 문제는 여러 윤리적인 딜레마와 법적 분쟁을 낳기도 합니다.
이번 시간에 살펴볼 주제는 바로 ‘부양’인데요. 부모와 자녀 간 부양부터 부부 간 부양 등 다양한 부양의무와 부양료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부모가 미성년 자녀를 양육, 보호해야 하는 의무는 당연한 것이어서(「민법」 913조), 자녀가 성년이 되기 전까지 부모는 부양의무가 있습니다. 자녀양육의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녀의 출생과 동시에 발생하는 것이므로, 미성년 자녀에 대한 부모의 부양의무는 동거유무나 과거, 현재, 장래 등 시점 구분 없이 부과됩니다.
만약 이혼 등의 사유로 부모 중 한 명이 홀로 자녀를 양육해온 경우, 기존에는 과거의 부양료를 상대방 배우자에게 청구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판례가 변경돼 현재 및 미래 양육비 분담은 물론이고 과거의 것이라도 그 상환을 청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대법원 1994. 5. 13 자92스32 전원합의체 결정).
다만 기억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에게 성년이 된 자녀의 과거 부양료를 청구하는 경우, 자녀가 성년이 된 날로부터 10년 이내에 청구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판례 Ⅰ. 이혼한 부부 사이에서 어느 일방이 과거 미성년 자녀를 양육하면서 생긴 비용의 상환을 청구하는 경우,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의 소멸시효가 진행되는지 및 그 기산점
[대법원 2024. 7. 18. 자 2018스724 전원합의체 결정]
이혼한 부부 사이에서 어느 일방이 과거에 미성년 자녀를 양육하면서 생긴 비용의 상환을 상대방에게 청구하는 경우, 자녀의 복리를 위해 실현되어야 하는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의 성질상 그 권리의 소멸시효는 자녀가 미성년이어서 양육의무가 계속되는 동안에는 진행하지 않고 자녀가 성년이 되어 양육의무가 종료된 때부터 진행한다고 보아야 한다.
여기서 잠깐, 성년이 된 자녀에 대해서도 부모가 부양해야 할 의무가 있을까요?
판례에 따르면 성년 자녀에 대해 부모가 부담하는 부양의무는 2차적 부양의무(「민법」 975조)입니다. 따라서 성년 자녀가 생활비를 자력으로 충당할 수 없는 곤궁한 상태에 한하여, 그 부모가 부양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생활부조로서 생활필요비에 해당하는 부양료를 청구할 수 있을 뿐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예컨대 기본적 생활비를 넘어서는 유학비용 상당의 부양료는 부모에게 청구할 수 없습니다.
우리 「민법」은 기타 친족 간의 부양의무에 대해서 아래와 같이 규정합니다.
「민법」
제974조(부양의무) 다음 각 호의 친족은 서로 부양의무가 있다.
1. 직계혈족 및 배우자간
2. 삭제
3. 기타 친족간(생계를 같이 하는 경우에 한한다.)
제975조(부양의무와 생활능력) 부양의 의무는 부양을 받을 자가 자기의 자력 또는 근로에 의하여 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하여 이를 이행할 책임이 있다.
며느리와 시부모, 사위와 장인·장모, 계부와 처의 자녀, 계모와 부(夫)의 자녀 등은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 관계, 즉 2차적인 부양의무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피부양자에게 자력이 없고 부양자에게 능력이 있는 경우에만 발생하는 의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은퇴 후 연로하신 부모님을 자녀 내외가 부양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직계혈족(아들이나 딸)의 사망으로 시부모와 며느리, 장인·장모와 사위 관계만이 남게 된 경우가 문제가 되곤 합니다. 생존한 배우자가 재혼을 하기 전까진 이 관계는 인척관계로서(「민법」 777조, 775조 2항) “친족”에 해당되기 때문에, 배우자의 사망으로 실질적인 친족관계가 소원해지더라도 부양의무를 다하여야 하는지가 문제가 되는 것이죠.
우리 법원은 부모의 직계혈족인 부부 한 쪽이 사망한 경우에는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 사이가 아니라 “기타 친족” 관계에 해당(「민법」 974조 3호)하므로, 생계를 함께 하는 경우에만 사망한 배우자의 부모에 대해 2차적 부양의무를 부담하는 것이라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13. 8. 30 자 2013스96 결정). 다시 말해, 사망한 배우자의 부모님에 대해선 생계를 함께하지 않는 한, 2차적 부양의무를 부담하지 않고 본인 딸이나 아들이 사망한 뒤 사위나 며느리에게 부양료를 청구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홀로 부담한 부양료, 다른 가족에게 청구할 수 있나요?
같은 순위의 부양의무를 지는 사람이 여러 명인 경우에는 당사자간 협의로 순서나 그 정도, 방법을 정할 수 있습니다(「민법」 976조, 977조).
만약 협의가 어려운 경우 가정법원에 이를 정해달라 요청할 수도 있습니다.
연로한 부모님에 대한 부양의무를 자녀 여러 명이 함께 부담해야 하는 상황을 가정해보겠습니다. 이때 만약 한 명의 자녀가 부양료를 전부 부담해 왔다면, 이미 지출한 과거의 부양료에 대해서도 다른 자녀들이 분담하였을 범위 내에서 구상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1994. 6. 2 자 93스11 결정).
부양의무가 없는 제3자가 본인이 부양의무자가 아님을 알고서도 피부양자를 부양한 경우에도, 본래의 부양의무자에 대해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생계를 같이하지 않는 조카가 자녀가 있는 이모와 사이가 각별하여 이모의 생계를 부양한 경우, 이모의 자녀들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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