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ESTMENT / The Sage Investor
2022. 05. 10
“젊은이가 많은 나라에
투자하라!”
The Sage Inves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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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과 전쟁. 2차대전 이후엔 경제 분석가나 펀드 매니저, 개인 투자자 등이 사실상 잊고 지냈던 ‘극한 상황’이다. 경제 위기는 ‘경제적 생명’을 위태롭게 하지만 극한 상황은 ‘생물학적인 생명’을 위협한다. 이런 극한 상황은 앞으로도 일어날까.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 “2030 극한 경제 시나리오”를 쓴 리처드 데이비스 영국 런던정경대(LSE)·브리스톨대 교수(경제학)를 줌(Zoom)으로 인터뷰했다. 그는 고령화·디지털화·양극화가 인간의 삶을 뒤흔들 트렌드라고 생각했다.

데이비스 교수는 상아탑 연구실에서 계량경제학 프로그램을 돌리지 않았다. 일본과 남미, 아프리카 등 극한 상황을 찾아가 진단하고 해결의 단서를 찾아냈다. 영국인 특유의 경험주의 정신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계량경제학은 요즘 이코노미스트에겐 아주 기본적인 분석 수단이다. 달리 말하면, 이코노미스트는 예외적인 사례보다 평균이나 트렌드에 집중하곤 한다.
기자의 말이 맞다. 그것도 100% 맞는 지적이다. 1960~7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시기에 시작된 데이터 혁명 이후 이코노미스트는 데이터를 엄격하게 비교·분석하기 시작했다. 이후 (이코노미스트가 의지한) 철학에 따라 경제 분석가는 기자가 말한 대로 노멀, 평균적인 사례, 대표적인 소비자나 대표적인 가계 등을 주시했다. 극단적인 사례는 예외적인 것으로 치부했다.
듣기로는 역작인 “2030년 극한 경제 시나리오”를 쓰면서 분석방법을 자연과학에서 빌렸다는데, 맞나.
그렇다. 고(故) 올리버 색스가 발표한 유명한 사례다. 색스는 철도에서 일하다 폭발사고를 당해 쇠붙이가 눈을 뚫고 들어가 뇌를 분리한 환자 사례를 보고했다. 놀랍게도 그 환자의 사례를 통해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알게 됐다. 이런 연구 방법은 교량 붕괴나 폭발 사고와 같은,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된 사건에도 적용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고전파 경제학자도 사용했던 방법이다. 어떤 것에 실제로 깊이 파고드는 연구를 통해, 무엇이 일어났고 왜 발생했는지를 분석하고 이해했다.
왜 극한 경제 사례를 들여다봤을까? 극한 경제를 분석해 대답을 제시하고 해결하고 싶은 과제가 있을 듯한데.
우선적으로 내가 주장하는 문제가 지금, 2030년대, 2040년대 그리고 내 일평생 동안에 모든 국가들이 맞닥뜨리게 될 거대한 과제들임을 분명히 하고 싶었다. 내가 책에서 제시한 핵심 과제는 로봇 기술의 등장, 자동화다. 예를 들면, 자동화가 일자리에 어떤 의미일까? 임금과 불평등, 고령화엔 어떤 의미일까? 이 물음이 책에서 다루는 주제다. 어떤 트렌드나 문제점을 찾고 이를 극한으로 끌고 가는 것인데, 이번엔 극단적인 고령화를 꼽은 것이다. 실제 일본에 갔다. 바로 아키타현이다. 일본 현 가운데 노령 인구가 가장 많은 곳이다. 그곳에 직접 가 노인들을 인터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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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달리 말하면 저출산은 일본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경제위기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문제다. 일본의 극한 경제, 즉 아키타현에서 어떤 해결책을 찾아냈는가.
우선 저출산에 대한 우려가 좀 있다. 사람들이 아이를 낳으려 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정부가 이 현상을 바꿀 수 있고 (그 결과) 사람들이 아이를 갖기 시작할 것으로 보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옳은 생각이 아니다. 저출산 문제는 지극히 개인적인 선택이지만, 경제적 파장이 있다. 그래서 관리하는 길을 찾을 수 있을 뿐이다. 문제가 발생하고 이를 해결해야 할 때, 특히 어떤 재앙 상황에서 사람들은 서로 거래(교환)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내가 일본에서 많은 시간을 들여 학생부터 20~30대를 인터뷰했는데, 놀라웠던 것 중 하나는 젊은층이 노인층을 돕기 위해 새로운 기업, 새로운 기술을 통해 그들의 문제를 해결해내는 그 수준이었다. 예를 들어 65세 이상 고객만을 위한 새로운 형태의 부동산 중개업체를 창업하기도 했고, 심지어 거의 휘두르지 않아도 되는 새로운 유형의 골프 클럽을 개발하기도 했다. 노인 공동체는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필요로 할 것이고, 이런 제품 등을 내놓을 수 있는 젊은이들에게 (노령화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로봇의 등장이 임금과 불평등, 노령화에 어떤 의미일까?’라는 문제를 제기했다. 일본 아키타현에서 찾아낸 답은 무엇인가.
전통적인 학설은 로봇이 일자리를 앗아간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터무니없다. 일본 인구는 정점을 지나 감소하고 있다. 더 많은 일손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특히 돌봄 일자리 등이 늘어날 수 있다. 나는 노인들이 게임을 하고 놀이를 하는, 또 서서히 총기를 잃어가는 노인들이 지내는 돌봄 하우스를 방문해 며칠 동안 지냈다. 게임에서 반응형 로봇까지 기술적인 솔루션이 있는데 미래에는 한 직원이 이러한 기술을 활용해 더욱더 많은 노인을 케어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이는 경제학의 기술적인 용어로 표현하면, 내 노동의 가치가 커지는 ‘노동 증대형’ 기술이라고 보면 된다.
“2030 극한 경제 시나리오”에서 영국 조선업의 고향인 글래스고의 흥망이라는 흥미로운 스토리를 읽었다. 한국 조선업이 요즘 해외 경쟁자, 예를 들면 중국의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데, 글래스고 사례가 통찰력을 줄 수 있을 듯하다.
1900년 글래스고는 어떤 의미에서 실리콘밸리였다. 당신은 글로벌화란 말을 들어왔고 우리가 세계화됐다는 것도 알고 있을 것이다. 1800년대에서 1910년 사이에 1차 글로벌화가 있었는데, 이는 글래스고 때문이었다. 원자재부터 완성품까지 실어나를 수 있는 거대한 배를 글래스고가 건조했기 때문이다. 그 바람에 글래스고는 엄청나게 잘 사는 곳이 됐다. 그러나 비용이 낮은 외국이 갑자기 기술을 개발하고 선박을 짓기 시작하면서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글래스고 리더들은 조선업을 진화시키고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계획을 마련해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당시 영국 전체가 그렇게 하지 않았고, 특히 글래스고에서 그런 계획이 마련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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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당시 영국은 효과적인 전략을 마련하지 못했을까?
승자의 저주였다. 또 자유방임 교리 때문이었다. 한 가지, 특히 한국과 관련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한국은 아주 훌륭한 산업 전략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을 갖고 있었다. 기술 수준이 낮은 단계에서 첨단 제조업으로 가치사슬을 올라가면서 고도화하고 혁신하는 속도 등이 세계 최고는 아닐지라도 아주 효과적이었다. 이런 경험이 조선이나 반도체 산업 등을 위한 좋은 계획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앞서 노령화 문제에서 정부가 변화를 일으킬 수 없다고 말했는데, 이제는 (한국)정부의 역할을 높이 평가했다. 적어도 내게는 모순적으로 들린다.
나는 큰 정부뿐 아니라 자유방임 교리에 대해서도 환상을 갖고 있지 않다. 자유방임과 큰 정부 사이에 중용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사실 기업과 정부의 관계는 근본적으로 적대적이다. 하지만 책에서 내가 길게 이야기한 대목은 에스토니아 사례다. 에스토니아는 지금 많은 나라의 정부가 따르기 위해 찾고 있는 사례다. 에스토니아 정부는 X로드라 불리는 망 건설에 예산을 투입했다. X로드는 신경 시스템과 닮았다. 인간으로 본다면 척추와 같은 것이다. (기업 등이) 탈중앙화한 방식으로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는 길이다. 블록체인과 닮았다. 거래를 관리하고 보호할 뿐만 아니라 거래를 아주 효율적이고 빠르게 한다.
내가 보기에 이제 투자자가 어느 나라에 주목해야 하는지 물어볼 때가 됐다.
브라질과 러시아, 인도, 중국을 뜻하는 브릭스는 내 좋은 친구인 짐 오닐이 골드만 삭스 회장이었던 시절에 만들었다. 이들 나라가 아주 익사이팅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페루와 인도네시아, 나이지리아, 케냐 등을 꼽고 싶다. 전반적으로 젊은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들 나라의 젊은 인구는 새로운 기술을 아주 빨리 채택한다. 이 나라들은 불평등에만 주의한다면 투자하기에 좋은 나라들이다. 극심한 불평등은 칠레의 사례처럼 대중으로 하여금 분노를 표출하고 폭동을 일으키도록 하기 시작했다.
출처.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글. 강남규 글로벌머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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