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ESTMENT / The Sage Investor
2024. 07. 10
왜 일론 머스크는
베이징을 방문했나?
The Sage Inves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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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5일에 폐막한 ‘2024 베이징 모터쇼’第18 届北京国際汽車展示会의 주인공은 중국의 전기차, 그리고 모터쇼에 참가하지 않았음에도 깜짝 방문한 일론 머스크였다.
자동차 관계자 사이에서 요즘 국제 모터쇼는 두 곳으로 압축된다. 매년 번갈아 개최하는 ‘봄의 베이징 상하이’와 ‘겨울의 광저우’다.
지난해 중국은 전 세계 신차 판매의 약 40%, 3천만 대 이상을 팔았다. ‘세계 최대 자동차 강국’으로 우뚝 선 중국의 모터쇼에 관심이 몰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최근 국제 모터쇼는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신차가 몇 대나 전시되는가’가 흥행의 기준이 되고 있는데, 이번 베이징 모터쇼에는 무려 117대의 신차가 등장했다. 세계 자동차 기업들이 얼마나 베이징 모터쇼를 중요하게 여기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자동차 기업으로 변신한 샤오미의 등장
모터쇼의 하이라이트는 첫날인 4월 25일, 샤오미Xiaomi의 창업자이자 CEO인 레이쥔Lei Jun의 등장이었다. 샤오미는 2010년 중국의 스티브 잡스라는 별명을 가진 레이쥔이 10여 명의 동료와 함께 창업한 IT기업으로, 2011년 저가의 휴대전화를 출시하면서 사업을 시작했다.
‘싸니까 별로다’에서 ‘싸지만 그럭저럭 괜찮다’로, 그리고 ‘싸지만 좋다’로 이미지를 업그레이드하며 2018년 7월 홍콩 증권거래소에 상장한 후 급성장했다. 지난해 샤오미 매출액은 2,710억 위안, 순이익은 193억 위안에 이른다. 주품목은 매출의 58%를 차지하는 스마트폰이다. 샤오미의 스마트폰 세계 출하 대수는 1억 4,590만 대로, 점유율 3위(12.5%)를 기록하고 있다. 1위는 애플의 2억 3,460만 대(20.1%), 2위는 삼성의 2억 2,660만 대(19.4%)이다.

그런 샤오미가 2021년 9월, 샤오미 자동차를 설립하면서 자동차 업계에 도전장을 냈다. CEO는 레이쥔이 맡았다. 그리고 올해 3월 28일
첫 번째 신차 ‘SU7’을 선보였다.
베이징 모터쇼에 연두색의 폴로 셔츠를 입고 등장한 레이쥔은 SU7의 옆에 서서 말했다.

“(3월 28일부터) 4월 24일까지 SU7은 7만 5,723대가 팔렸다. 4월 21일 투자자들의 질문에 답한 뒤 불과 4일 동안에 5천 대 이상 더 팔린 것이다. 지난 4일간 테슬라가 모든 신차의 가격을 1만 4천 위안 내리는 등 여러가지 일이 있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이 SU7을 구매하고 있다.”

연설을 마친 레이쥔은 미디어 관계자와 함께 경쟁사 부스를 돌아봤다. 먼저 그는 세계 최대의 EV 제조업체가 된 BYD의 CEO
왕촨푸Wang Chuanfu를 만났다. BYD의 협력사에서 경쟁자가 된 레이쥔은 해명하듯이 말했다.
“BYD는 여전히 샤오미 휴대 전화의 중요한 파트너다. 현재의 샤오미 자동차에게도 마찬가지다.”
BYD는 원래 휴대전화 배터리 제조업체였다. 지금도 EV용 전지에서는 세계 2위의 생산량을 자랑하고 있기 때문에 ‘파트너 관계’에 있다는 의미다.

이후 레이쥔은 니오NIO의 CEO 리빈, 샤오펑 자동차XPENG의 CEO 허샤오펑He Xiaopeng, 리샹 자동차LI의 CEO 리샹Li Xiang과 만나 짧은 담소를 나눴다. 리샹은 이날 이후 자신의 SNS에서 자사가 힘들었을 때 도와준 답례로 레이쥔에게 리샹의 자동차 한 대를 선물하겠다고 밝히며 이런 말을 남겼다.

“레이쥔이 자동차 업계에 도전하겠다며 내게 조언을 구했을 때 나는 ‘자신의 힘을 100% 쏟아 뛰어들어야 한다. 남을 시켜서는 안 된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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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 방중’은 무엇을 의미할까?
중국의 관제 미디어는 최근 시진핑 주석 등이 주장하는
‘중국 시장은 세계에 개방되어 있다’라는 점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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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일론 머스크는 누가 될까
이번 베이징 모터쇼 현장에서 요즘의 중국 EV 기업가가 가진 생각을 짐작할 수 있었다. 하나는 ‘자동차는 큰 스마트폰이다’라고 인식하고 있는 점이다. 한 예로, 샤오미의 레이쥔이 하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스마트폰 업계에서 세계 3위까지 올라섰으니, 자동차 업계에서도 이 같은 성과를 이뤄낼 수 있다’는 태도가 엿보인다. 또 다른 예는 이제 중국의 젊은 EV CEO에게 경쟁자는 테슬라뿐이라는 포부가 보인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3월, BYD의 ‘친 PLUS’가 중국 시장의 신차 판매량에서 5만 394대를 기록하며 테슬라의 ‘Model Y’(4만 7,917대)를 제쳤다. 중국 언론은 ‘테슬라 왕국의 와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테슬라도 위기를 인식하고 있다. 이를 여실히 보여준 것이 4월 28일과 29일 일론 머스크가 갑자기 인도 방문을 취소하고 베이징을 방문한 사실이다. 전시 부스 조차 설치하지 않은 머스크가 베이징 모터쇼를 방문한 사실은 세간에 큰 화제를 모았다. 44시간밖에 되지 않는 체류기간 동안 그는 리창Liquiang 총리를 비롯해 외교부, 상무부, 중국무역촉진회 간부들과 회담하는 시간을 가졌다.

‘머스크 방중’은 무엇을 의미할까? 중국의 관제 미디어는 최근 시진핑 주석 등이 주장하는 ‘중국 시장은 세계에 개방되어 있다’라는 점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아울러 서방이 주장하는 ‘불경기인 중국이 값싼 EV를 덤핑 수출하고 있다’는 비판을 머스크가 부인했다고도 강조했다.

‘자동차는 국가다’라는 말은 비단 한국이나 일본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GDP의 3할을 차지하던 부동산업이 붕괴되고 있는 중국도 ‘EV는 국가다’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 점을 재인식할 수 있었던 베이징 모터쇼였다.
곤도 다이스케
일본의 저명 출판사인 고단샤에서 발간하는 정치주간지 “주간 현대” 총괄 부편집장이다. 한국어ㆍ중국어ㆍ프랑스어ㆍ영어에 능통한 아시아 전문가로 국내에서 “어쩜, 이렇게 다를까”, “굿모닝! 동아시아”등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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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글. 곤도 다이스케 | 사진.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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