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소비시장 성장의 주축이 되는 첫 번째 장기 메가 트렌드는 단연 디지털화이다. 인도는 모디 정부의 ‘디지털 인디아’Digital India 정책하에 이머징 국가에서 찾아볼 수 없는 빠른 디지털화를 이루어냈다. 먼저 인도 정부는 2016년에 모바일 결제 앱 범용 결제 인터페이스인 UPIUnified Payments Interface를 표준화하는 데 성공하였다. 이용자(소비자, 판매자)가 UPI 사용 관련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모바일 결제 서비스는 현재 인도 전역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며, 2023년 기준 약 56%의 거래가 UPI 모바일 결제(P2M,소비자-판매자 거래 기준)로 이뤄졌다.
또한 인도 1위의 이동통신기업인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가 주도한 모바일 데이터 혁명도 소비의 디지털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2016년 당시 인도 이동통신업은 10여 개 기업이 난립하며 가격 경쟁이 치열했던 시장이었고,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는 이 상황을 틈타 자본력을 바탕으로 4G 서비스에 대규모 투자를 집행했다. 릴라이언스는 3개월간 음성통화 요금을 받지 않는 등 공격적인 ‘공짜 마케팅’으로 서비스 시작 1년 만에 1.2억 명 가입자를 확보해 현재 이동통신 가입자 수 1위 업체로 부상하였다. 이에 따라 인도의 휴대전화 가입자 수는 2023년 기준으로 약 11.6억 명으로 증가하였으며, 이는 인도 전체 인구의 81% 수준이다.
길거리 소매점에서도 이제 디지털 결제가 대세가 되었다.
① 본격적 성장 국면에 진입한 이커머스
인도의 디지털 경제화가 소비재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이커머스와 핀테크Fintech로 세분화해 볼 수 있다. 먼저 인도 이커머스 시장은 정부의 인터넷 및 인도 전자상거래 시장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 및 이에 따른 급격한 모바일 인터넷 사용자 증가와 디지털 결제 시스템의 확산으로 지난 5년간 연평균 37% 성장하면서 인도 유통 시장에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 폭발적인 이커머스 수요에 인도 주요 이커머스 기업(플립카트, 아마존 인디아,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도 공격적인 투자로 대응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인도 이커머스 시장은 2025년까지 연평균 14% 성장하여 전체 유통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까지 상승할 것이다.
이커머스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물류창고 및 관련 인프라 구축이 필요한데, 인도는 전통적으로 하드웨어 인프라 구축에 느린 모습을 보여왔다. 그래서 인프라 구축이 이커머스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인도의 이커머스 시장 성장이 느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인도 민간 기업이 주도하는 인프라 투자는 정부의 인프라 투자 속도와는 비견될 수 없을 만큼 빠르고 시의적절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급증하고 있는 인도 이커머스 수요에 맞게 인도 민간 기업들은 빠르게 물류 및 배송 인프라를 구축할 것이고, 전체 인도 이커머스의 시장 침투율은 빠르게 상승할 것이다. 현재 인도 온라인 유통 시장은 미국 대형 유통기업 월마트가 80.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플립카트, 미국 아마존의 자회사인 아마존 인디아, 인도 자본으로 구성된 릴라이언스 지오마트JioMart와 같은 종합온라인 쇼핑 채널Horizontals을 중심으로 성장 중이다.
이들의 배송 소요 시간을 살펴보면 아마존 인디아 및 플립 카트 기준으로, 직매 제품의 경우 뭄바이, 델리와 같은 1선 도시에서는 당일 혹은 익일 배송이 가능하다. 판매자가 별도로 있는 오픈 마켓 제품의 경우 배송 기간은 지역에 따라 다른데, 평균적으로 1선 도시는 주문 후 배송까지 걸리는 시간이 대략 2~5일, 2~3선 도시의 경우 7일 정도까지 소요된다. 여기에 나이카Nykaa, 화장품 전문 온라인 쇼핑몰, 어번 래더Urban Ladder, 인도 최대 온라인 가구 스토어 등 특정 카테고리 온라인 쇼핑 채널(Verticals)까지 존재한다. 디지털 구매는 향후 인도 소비의 기본값이 될 전망이다.
② 본격적으로 수익을 내기 시작한 핀테크
이커머스 시장 못지않게 인도 정부의 강력한 디지털 금융정책과 디지털에 익숙한 젊은 인구층의 급성장으로 인도 핀테크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인도 핀테크 시장은 1) 디지털 결제, 2) 디지털 대출, 3) 디지털 보험, 4) 네오뱅크Neobank, 온라인 전문 은행, 5) 디지털 자산관리 및 6) 핀테크 SAASSoftware-as-a-Service,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등 6개 세부 영역으로 나눌 수 있다. 2030년까지 인도 핀테크 산업에서 디지털 대출, 핀테크 SAAS 및 디지털 자산 관리 시장이 다른 세부 시장 대비 빠르게 성장할 것이다.
인도 대도시에서는 현금 결제만으로는 일상 생활이 불편할 정도로 디지털 결제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대부분의 과일 노점상, 마살라 차이(홍차에 우유를 넣는 밀크티에 향신료를 가미한 인도식 차) 가판대, 길거리 세탁소 계산대에는 QR결제코드가 설치되어 있다. 인도 디지털 결제 시장은 지난 5년간 연평균 39%(결제 금액 기준)로 고성장하고 있다. 디지털 결제 시장은 결제 수단에 따라 신용카드, 체크카드, 디지털 월렛, UPI(P2M, 구매자-판매자간 거래)로 나눠지는데, UPI 결제(과거 5년 평균 248% 성장)는 인도 디지털 결제 시장의 주요 성장 동력이 되고 있다. UPI 결제 시장이 체크카드 결제 시장을 지속적으로 잠식하고, 2026년까지 3년간 연평균 32% 성장하여 인도 전체 디지털 결제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9%까지 상승할 것이다.
인도 디지털 결제 금액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UPI(56%)를 기준으로 점유율을 살펴보면, 비상장 기업인 폰페Phonepe가 47%의 점유율로 1위를, 구글페이Google Pay와 페이티엠이 각각 36%, 14%의 점유율로 2위, 3위를 차지하고 있다(FY24년 상반기 결제 건수 기준). 상위 3사의 합산 점유율은 FY21년 92%에서 FY24년 상반기 96%까지 증가하면서, 디지털 결제 슈퍼앱의 시장 지배력은 강화되고 있다.
디지털화는 이커머스E-commerce, 핀테크Fintech 등의 새로운 소비 인프라를 인도 소비자들에게 제공해 줄 뿐만 아니라 소셜 미디어(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의 급속한 확산으로 이어져 소비자들의 소비 성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산업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 전후로 인도 모바일 사용자들의 소셜 미디어 사용 시간이 두 배 이상 증가하였으며, 이에 따라 페이스북 및 인스타그램 등 소셜 미디어의 유저 수는 2023년 12월 기준 4.8억명으로, 인도 전체 모바일 데이터 사용자의 56%까지 상승하였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개인정보 보호 강화로 인해 기업들의 퍼포먼스 마케팅이 어려워지면서 인도 역시 소셜 미디어를 통한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화장품, 여행 등 럭셔리 라이프스타일 관련 경기 소비재 제품 및 서비스 마케팅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인도 경기 소비재 시장의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소셜 미디어 보급의 빠른 확산은 특히 농촌 젊은 소비자들의 소비 욕구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과거 모바일 디지털 기기가 보급되기 이전에는 농촌의 젊은 소비자들이 도시 소비자들의 구체적인 소비 성향/패턴/유행을 접하는 방식이 TV, 잡지 등의 대중매체로 제한적이었던 반면, 최근 모바일 디지털 기기 보급의 확대로 도시 소비자들의 구체적인 유행 및 럭셔리 소비 흐름 등을 접할 수 있는 경로가 다각화됨에 따라 농촌 소비자들의 소비 욕구가 도시 젊은 소비자들의 수준으로 점차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