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ESTMENT / The Sage Investor
2024. 12. 04
기린 vs 아사히
일본 양대 맥주회사의 경영전략
일본 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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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맥주 시장이 축소되고 있는 가운데 시장의 양대 라이벌인 기린과 아사히는 어떤 타개책을 준비하고 있는가?
지난 7월 도쿄에서는 최고기온 35도를 넘는 폭염이 연일 계속됐다. 평균기온이 1도 오를 때마다 판매수량이 80만 병 늘어난다는 일본 맥주 업체들에게는 천재일우의 기회였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각 회사는 치열한 싸움을 벌였다.

기린은 17년 만에 스탠다드 맥주 ‘기린 맥주 하레카제’晴れ風, 맑은바람를 4월에 발매, 불과 3개월 만에 연간 판매목표의 70%에 해당하는
300만 케이스(1케이스는 700ml 12개)를 팔았다. 이에 따라 연간 판매 목표를 430만 케이스에서 550만 케이스로 올렸다. 한편 아사히 맥주는 6월 11일부터 레몬 슬라이스가 떠오르는 세계 최초의 RTDReady to Drink, 소주 하이볼이나 병입 칵테일 등를 발매했는데, 이 또한 매진이 속출했다.

일본 맥주시장은 아사히맥주, 기린맥주, 산토리, 삿포로맥주 등 4개 업체의 과점 상태로 그중 아사히와 기린, 2개 업체가 전체의 7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살리기 위해 아사히와 기린은 어떤 전략을 준비하고 있는가?
축소가 계속되는 일본 맥주 시장
우선 그 전에 일본 맥주시장의 변천에 대해 알아보자. 일본에서 맥주 제조가 시작된 것은 1869년이다. 처음에는 외국인이 시작한 것이었지만 1876년에 삿포로맥주, 1885년에 기린맥주, 1889년에 아사히맥주가 탄생했으며, 그 후 메이지시대부터 태평양전쟁 후까지 맥주 회사의 통합·재편이 진행되었다.

1963년에는 위스키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산토리가 맥주 시장에 참가해, 현재의 대기업 4사에 의한 과점 체제가 구축되었다. 1970년대까지는 본고장 독일의 맛을 재현한 라거 맥주를 판매하던 기린 맥주가 일본 시장의 60%를 지배하는 압도적인 존재로서 업계 선두에 군림했다.

그러나 1987년에 당시 업계 3위였던 아사히맥주가 산뜻하고 칼칼한 느낌이 나는 맥주 ‘슈퍼드라이’를 출시하면서 폭발적인 히트를 쳤다.
그 덕에 아사히맥주는 기린을 제치고 업계 1위 자리에 올랐다. 이후 아사히맥주와 기린맥주가 엎치락뒤치락 치열한 선두 다툼을 거듭했고, 2022년에 아사히맥주가 3년 만에 정상을 탈환하여 현재도 그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맥주업계를 둘러싼 환경은 결코 녹록지 않다. 맥주와 발포주(맥주 풍미의 발포 알코올 음료)의 주류 과세 수량의 추이에 의하면, 맥주 소비는 2009년에는 299.6만㎘였던 것이 2020년에는 179.3만㎘까지 감소했다. 발포주도 2009년 114.1만㎘였던 것이 2020년에는 60.1만㎘까지 감소했다.
일본 맥주시장은 인구 감소와 소비자 기호 다양화, 라이프스타일 변화, 절약 지향에 따라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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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맥주시장은
아사히맥주, 기린맥주, 산토리, 삿포로맥주 등
4개 업체의 과점상태로
그중 아사히와 기린 2개 업체가 전체의 70%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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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활로 찾는 아사히
반면 세계 맥주 시장은 1990년부터 30년 사이에 2배 이상 성장했다. 세계 맥주시장 규모는 약 8,213억 달러2023년에서 2032년까지
1조 1,674억 달러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런 가운데 아사히는 해외 맥주시장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특히 유럽이나 아시아 시장에서의 판로 확대에 힘쓰고 있다. 유럽 시장에서는 이미 자리잡고 있는 맥주 브랜드를 인수하여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고 아시아에서는 성장 가능성이 있는 시장에 적극적으로 투자하여,
지역 특유의 소비자 요구에 맞춘 제품 개발로 차별화를 도모하고 있다.

나아가 신흥시장 진출도 글로벌 전략의 한 축이 되고 있다. 경제 성장에 따라 급성장하는 중산층을 타깃으로 지역에 뿌리를 둔 제품 개발과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 또 효율적인 시장 개발을 위해 현지 기업과의 파트너십이나 합작사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런 노력은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2023년도의 결산에서는 수익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거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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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히를 일본 맥주 시장 톱으로 밀어올린 공전의 히트작, 슈퍼 드라이.
제약사업에 진출한 기린
기린 역시 해외 맥주업체 인수에 공을 들이고 있다. 1998년 4월에는 뉴질랜드의 맥주 메이커인 라이언 네이선Lion Nathan에 자본 참가,
2002년 2월에는 전통 있는 미국 버번 위스키 브랜드인 포 로즈Four Roses를 인수했으며, 같은 해 3월에는 필리핀 맥주인 산 미구엘San Miguel에 자본을 투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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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린은 80년대까지는 압도적인 선두업체였으나 이후 아사히에 추월을 허용하면서 업계 수위 자리를 놓고 경쟁을 이어오고 있다.
2 기린이 인수한 미국의 버번위스키 브랜드인 포 로즈.
하지만 기린의 사업전략에서 보이는 가장 큰 특징은 다각화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는다는 점이다. 기린이 첫 ‘장기 비전’을 내놓은 것은 1981년. “기호, 건강, 문화 관련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고, 맥주를 중심으로 소비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풍요하고 여유 있는 생활) 기여하는 기업 = 라이프 스타일 기업”이라고 하는 목표를 내걸고 경영을 다각화하기 시작했다. 맥주 사업에 의존해 온 지금까지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다 다양한 방향을 바꾸어 지속적인 성장을 노리겠다는 의미다.

이 장기 비전에 따라서, 기린은 발효나 배양에서 축적한 생명과학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신규 사업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중장기적으로 시장의 성장을 전망할 수 있는 의약품 개발 등 라이프 사이언스 분야에 진출한 것이다. 기린의 의약사업을 크게 도약시키는 계기가 된 것은 1984년 당시 벤처기업이었던 미국 제약기업 암젠Amgen과의 제휴다. 암젠의 뛰어난 연구 개발력과 기린의 생산 기술력에 의해서 적혈구의 생산을 촉진하는 조혈 인자의 하나인 ‘에리스로포이에틴’EPO의 대량생산에 성공했으며, 1990년에는 빈혈 치료 등에 사용되는 의약품 ‘에스포’의 판매를 개시했다.

2007년에는 순수 지주회사제를 도입하여 기린홀딩스를 발족시키고, 약품 메이커인 쿄와발효공업과 기린 파마를 통합해 쿄와발효기린協和発酵キリン, 현 쿄와기린을 만들어 기린홀딩스 산하에 두었다. 이전 쿄와발효공업의 바이오 사업은 분사되어 쿄와발효바이오로서 기린의 의약품 원재료, 각종 아미노산, 건강 식품을 담당하는 회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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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의 사업전략에서 보이는 가장 큰 특징은
다각화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는다는 점이다.
특히 바이오 테크놀로지를 적극활용하여
의약품 개발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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쿄와기린은 신약 개발에 힘써 혈소판조혈자극인자제제/트롬보포이에틴수용체 작동약 ‘로미플레이트®피하주사 250μg 조제용’2011년, 성인 T세포 백혈병 림프종ATL 치료제 ‘포텔리지오®수액 20mg’2012년, 신규 파킨슨병 치료제 ‘노울리아스트®정 20mg’2013년, 지속형 G-CSF제제 ‘지라스타®피하주사 3.6mg’2014년 등을 차례로 발매했다.

올해 들어서도 투석 중인 만성콩팥병 환자의 고인혈증 개선에 효과가 있는 의약품 ‘포제벨’ 개발에 성공하여 제품을 출시했다.
기린은 2027년을 목표로 하는 장기 경영구상에서 앞으로 헬스 사이언스에까지 영역을 확대하며, 창업 이래의 핵심 기술인 발효 & 바이오 테크놀로지를 더욱 연마해, 기린 그룹의 차세대 기둥으로 육성해 간다고 포부를 밝혔다.
마츠자키 다카시(松崎隆司)
경제 저널리스트. 기업경영이나 M&A, 고용,사업승계, 비즈니스모델, 경제사건 등을 취재. 현재 니케이비즈니스, 이코노미스트, 프레지던트 등의 경제지나 종합지, 산케이비즈니스아이, 일간 겐다이 등에 기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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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마츠자키 다카시
사진.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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