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NSION
2021. 03. 15
언제 주식을 사고,
비중을 줄여야 할까?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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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투자를 하며 3가지를 깨달았다. 하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투자의 적기였다는 깨달음이고, 다른 하나는 기회는 또 온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투자는 마음이 편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새겼다. 고백하자면 지난 코로나19 사태가 매입 시점과 판단, 비중이란 투자의 기초를 다시 다듬는 기회를 줬다. 그리고 투자의 기초 되새김은 바쁜 직장 생활 중에도 상대적으로 편안한 투자를 할 수 있게 하는 수단이 돼 주고 있다.

먼저 매입 시점부터 얘기해 보자. 향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지금보다 더 좋아질 것 같아 삼성전자 주식을 사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언제 사야 할까? 사실 원론적으로 가장 좋은 시점은 월가의 성인(聖人) 존 템플턴의 말처럼 비관론이 가득할 때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비관론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가 매수의 최적기이며, 낙관론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가 매도의 최적기다.”
당연한 얘기지만 주식시장은 완전 경매시장이기 때문에 입찰자가 적을수록 싸게 살 수 있다. 매도자가 많아야 가격이 하락하고, 그래야 싸게 매입할 수 있는 것이다. 비관론이 가득한 시기란 언제인가? 우리는 경험을 통해 체득했다. 2001년 9·11테러, 2008년 금융위기,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등 비관론이 가득한 시장을 바라봤다. 그리고 시장은 언제나 뛰어올랐다.

이때 뱃심 좋게 살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전설적인 성공담이 시장에서는 회자되지만 필자는 아직까지 이런 시점에 풀 베팅(full betting)해서 대박을 낸 사람을 많이 만나보지 못했다. 그럼 언제 사야한 다는 말인가? 필자의 생각과 필자가 만난 고수들의 생각을 합쳐 말하자면(물론 다른 생각을 가지신 분들도 있지만) ‘사고 싶을 때 사면 된다’.
낙담에 매수 말고, 놓쳤다면 다음 기회 노려야
이상적인 매입 시점은 말 그대로 이상이다. 현실에선 결코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일부 투자자들은 평소 매입 리스트를 만들어 놓고 시장에 접근한다. 템플턴은 평소 매입 리스트와 목표 매수 단가를 적어 놓고, 그 시점이 오면 사들이는 방식을 취했다. 어려움은 있다. 템플턴은 “다른 이들이 낙담해 매도할 때 매수하고, 다른 이들이 탐욕스럽게 매수할 때 매도하기 위해서는 불굴의 의지가 필요하다”고 고백했다.

기업 분석이 가능하고 인내심이 있는 투자자라면 템플턴 방식을 벤치마킹하면 좋다. 그렇지 않다면 일단 일정 금액만큼 사 놓고 기업을 지켜보는 방법을 추천하고 싶다. 이때 투자 금액 전체를 베팅해서는 안 된다. 회사의 실적은 좋은데 더 빠진다면, 그때마다 주식 보유량을 늘려나간다. 오르면 가만히 있으면 된다. 돈을 벌었으니 고민할 이유가 없다.

이때 모든 인간들은 유혹에 빠진다. ‘에이, 더 투자했어야 하는데…’, ‘내가 만약 1000만원이 아니라 1억원을 넣었다면 보자…’.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 유혹은 무섭다. 추가로 투자해서 잘 되면 두 배로 행복하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세 배로 불행해진다. 세기의 천재이자 물리학의 아버지 아이작 뉴턴은 이 유혹에 이끌려 전 재산을 날렸다.

조금 사 놓고 시작하는 방법이 왜 좋을까. 추가 매수의 여지는 기업에 대해 더 공부하는 계기가 된다. 판돈을 걸면 공부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설사 비싼 가격에 샀더라도 소액이 들어갔으니 기다릴 수도 있다. 가격은 언젠가 반드시(?) 떨어진다. 간단한 기준을 설정해 놓는 것도 좋은데, 예를 들어 10% 이상 하락할 때만 매수하는 식이다. 한 번에 사서 한 번에 대박을 노린다는 생각만 버리면, 소량을 매입해 놓고 관찰 추적하면서 투자하는 방법은 매우 실용적인 접근법이다.

그렇다면 좋은 기회를 놓쳤을 때의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여기가 두 번째 깨달음이다. 사실 지금까지 필자가 ‘좋은 투자기회’를 한 번도 놓치지 않았다면, 필자는 이미 큰 부자가 됐을 것이다. 물론 필자 외 상당수 사람들도 자신이 놓친 투자기회를 합할 경우 만만찮은 자산을 일궜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가지 않는 한 지나간 좋은 기회는 다시 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속이 쓰리고 돈을 번 인간들에 대해 시기심이 치밀지만 어쩔 수 없다.

위로가 되는 점은 다행히 좋은 기회는 또 찾아온다는 것이다. 내 인생에 지금 보다 좋은 기회는 없을 것처럼 보이지만 세월이 흘러 다시 돌아보면, 그렇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 이 여성(혹은 남성)이 아니면 당장 죽을 것 같았던 사람도 다른 배우자를 만나 행복하게 잘 사는 것과 같은 이치다.

좋은 기회를 놓쳤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주가는 지금 날아가고 있는데, 따라가야 할까. 한 주식 고수에게 이 질문을 던졌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투자에서 의외로 필요한 마음가짐 중 하나가 ‘얘는 나랑 인연이 아닌가 봐’라는 거예요. 좋은 투자 기회를 놓치면 속이 쓰리죠. 게다가 다른 사람들은 돈을 많이 벌고. 그럴 땐 이렇게 생각합니다. 에이, 얘는 나랑 인연이 아니네.” 꼭 한 여성(남성)하고만 연애하란 법이 어디 있단 말인가(양다리는 안 되지만).

이제 마지막이다. 주식 비중은 어떻게 가져가야 할까. 원론적으로는 전체 자산에서 주식 비중을 논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지나치게 부동산 편중이 심한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부동산 비중을 줄이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전체 자산을 기준으로 보든 자신의 금융자산 중 주식 비중만 보든 그것은 투자자 스스로 판단할 일이다. 필자처럼 금융자산 중 거의 90% 가까이 주식 비중을 가져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반대로 30% 미만으로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게 중에는 마이너스 통장을 활용해서 주식투자를 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건 자신이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비중을 결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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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보단 적정 비중 유지하며 시장 대응해야
컵에 자신에게 맞는 물의 양을 넣는다고 가정해 보자. 물의 양을 주식 비중이라고 생각하자. 물의 양은 주가의 변화에 따라 오르내린다. 만일 지나치게 물의 양이 줄어들면 더 물을 붓고, 반대의 상황이 펼쳐지면 물을 따라내면 된다. 하지만 항상 컵에 일정량의 물은 채워 넣는다. 이 말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주식을 전부 다 팔고 나가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 머무르면서 너무 크게 비중이 바뀌는 타이밍이 오면, 물의 양의 조절하는 것처럼 주식 비중을 조절하자는 것이다.

이런 접근법이 실용적인 것은 시장 상황을 보고 사후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데 있다. 투자는 미래와 관계된 행위이지만 현실적으로 미래를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항상 시장에 머물러 있으면서 이미 연출된 상황을 보고 대응하는 것은 어느 정도 가능하다. 앞서 비유한 컵에 들어 있는 물의 양처럼 너무 급격하게 줄어들면 더 넣어주고, 물에 컵이 넘칠 거 같으면 일정 부분 매도하는 것으로 대응하는 것은 미래를 예측하지 않고도 시장에 대응할 수 있는 실용적인 방법이다.
출처.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이코노미스트
글.이상건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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