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NSION
2024. 07. 10
은퇴 후 떠날 여행지를 고를 때
따져봐야 할 세 가지
Global Senior Story ② 독일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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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보다 앞서 고령화 문제를 고민해온 선진국들의 시니어들은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정책적, 문화적, 관계적 뒷받침을 통해 시니어들의 행복을 추구하고, 더 나은 삶을 고민하는 선진국들의 모습들을 살펴봤다.

Story 1. 미국: 치매로 고통받는 노인, 집에서 스마트워치로 ‘음악치료’ 받는다
Story 2. 독일: 은퇴 후 떠날 여행지 고를 때 따져봐야 할 세 가지
Story 3. 일본: 할머니·할아버지, J리그 서포터가 되다
Story 4. 호주: 은퇴자 70% 자가 거주 희망하나, 실제 만족도는 실버타운이 높아

- 본 콘텐츠는 시리즈로 연재됩니다.
독일의 한 민간단체에서 7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삶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Malterser, 2024년 1~2월)가 흥미롭다.
독일 노인들은 은퇴 후에 어떤 일을 하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낼까. 은퇴 후에 어떤 일을 가장 하고 싶어 할까.

응답자의 31%가 은퇴 후에 여행하고 싶다는 응답을 내놓았다. 여행에 대한 선호는 85세 이상부터는 낮아지지만, 그럼에도 19% 이상은 여전히 여행을 가장 우선으로 꼽았다. 그런데 응답자의 절반 가까운 48%가 혼자 사는 노인이다. 대개 혼자 사는 노인들은 여행을 떠나는 일을 두려워하기 마련인데, 이는 놀라운 결과다. 그렇지만 독일 노인들의 여행 스타일을 고려해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유럽의 노인들도 가족 단위로 여행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자식들이 부모를 모시고 가는 효도여행은 흔하지 않다. 개인주의적 사고가 널리 퍼져 있는 유럽에서 노인들은 대부분 자신의 파트너 또는 친구와 여행하거나 또는 혼자 떠난다. 평소 여행을 대하는 방식이 우리와는 많이 다르다고 하겠다.
혼자 여행 즐기는 유럽 노인들
독일은 여행사와 문화시설, 그 밖의 여러 단체에서 혼자 거주하는 노인들을 위한 여행상품이나 여가활동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지원하는 곳이 많다. 사회 제반의 복지 환경이 안정적으로 돼 있어서 가능한 일이다. 더불어 노인들을 대하는 일반인들의 시각 차이가 노인이 홀로 여행하는 문화가 자리 잡은 데 큰 몫을 한다. 여가활동이나 여행을 노인 혼자하는 취미활동으로 보는 시각이 어색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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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여 고즈넉한 분위기를 풍기는 하르츠의 한 민가. ©Stefan Kuhn, CC0, via Wikimedia Commons
2. 독일 은퇴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거주지 바이에른주의 뮌헨.
도시별 그룹 여행 티켓 선호
독일 노인들은 관공서와 은행, 기업에서 상품으로 제공하는 ‘룬드움-조글로스-파켓Rundum-Sorglos-Paket’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석해 보면 ‘걱정 없이 어디든 다닐 수 있는 패키지’ 정도로 풀어 쓸 수 있다. 영어식으로는 ‘올 어라운드 케어프리 패키지all-around carefree package’ 정도로 이해된다. 독일은 회사나 기업들의 여행 상품이 특히 잘 발달돼 있는데,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상품들이 꽤 인기기 있다. ‘룬드움’ 패키지는 여행에 직접 연관된부분 뿐만 아니라 어디론가 떠나 있는 동안 부동산이나 가계 수입을 보호하는 목적으로 많이 활용하고 있기도 하다.

‘룬드룸’ 패키지를 이용하면 숙박과 교통시설 활용이 용이할 뿐만 아니라 각 도시에서 진행되고 있는 유익한 관광 상품에 대한 정보를 함께 얻을 수 있다. 그룹 여행을 선호하는 노인들의 경우 방문하려는 여행지와 연결돼 있는 이 패키지를 잘 활용하면 이득을 얻을 수도 있다. 상품에 따라서는 노인들의 보호와 요양을 돕는 봉사자를 따로 연결시켜주는 프로그램도 있기 때문이다.
여행지 환경과 조건 꼼꼼히 따져봐야
노인들은 여행지에 대한 선택이 까다롭다. 혼자든 또는 그룹이든 여행에서 노인들은 여행지의 환경과 기후 조건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여행 전문가들은 노인들의 여행에 대해 여행지의 환경과 날씨를 신중하게 따져 볼 것을 권유한다. 조심해야 할 것은 다음과 같다.

첫째, 사람들이 선호하지 않는 외진 곳은 피한다. 도시를 여행하더라도 도시 기반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 여행지를 선택한다. 특히 도로가 험하지 않고 크고 작은 산책로가 잘 갖춰져 있는 도시를 고르는 것이 좋다.

둘째, 교통 시설이 잘 발달돼 있고 도시에서 소개하는 크고 작은 문화행사가 많은 곳을 찾는다. 노인일수록 몸을 많이 움직이는 활동보다는 도시 내의 문화 체험을 이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셋째, 호텔을 비롯한 숙박업소를 고를 때 신중해야 한다. 잦은 휴업을 하거나 외진 곳의 숙박업소는 피한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경우 숙박업소에서 도난 사건이 잦으며, 노인 여행객들은 특히 범죄의 타깃이 돼 자주 피해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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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가 1100m에 달하는 암벽지대로 유명한 작센의 스위스.
가장 편리한 여행지 뮌헨
독일 남부 바이에른주에 위치한 뮌헨은 물가가 높기로 유명하지만 은퇴한 여행객들에게 인기 있는 도시로 꼽힌다. 그 이유는 물가가 높은 만큼 도시의 제반 환경과 이용 시설이 잘 발달돼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은퇴 후 해외로 이주하는 인구가 많았다. 2021년 통계 조사에 따르면 은퇴 후 독일인들은 가까운 오스트리아에 2만7000명, 스위스에 2만6000명, 미국에 2만3000명, 이탈리아에 2만2000명 정도가 새로운 거주지를 마련해 살고 있다. 독일 은퇴자들 가운데 독일보다는 기후가 온화하고 도시가 발달된 지역을 선호하기도 하고, 직업 때문에 독일에 거주하다가 은퇴 후에 자국으로 돌아가는 수도 적지 않다.

하지만 근래에 해외로 거주지를 옮기는 은퇴자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들은 멀리 외국으로 이사하기보다 독일 내에서 살기 좋은 도시를 선택하고 있다. 뮌헨은 은퇴자들에게 살기 좋은 도시이자 여행하기 편한 대표적인 도시로 선호되고 있다. 뮌헨은 독일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 중 하나인데, 다양한 쇼핑과 문화시설이 잘 마련돼 있다.

한편, 독일에는 뮌헨 같은 유명한 도시 외에도 은퇴자들이 여유롭게 노년을 즐길 수 있는 자연 친화적인 여행지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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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가장 깨끗한 호수로 꼽히는 테게른제 호수. ©Stefan Kuhn, CC0, via Wikimedia Commons
은퇴자들이 선호하는 여행지 8곳
‘시니어 리포트 평가 2020Der Wertfaktor Senioren Report 2020’은 시니어들의 취미나 활동 경향을 조사했는데, 독일 시니어들이 가장 선호하는 여행지로 총 여덟군데를 꼽았다.

그 8곳의 여행지는 바로 울창한 숲과 고성으로 유명한 하르츠Harz, 수상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메클렌부르크의 호숫가Mecklenburgische Seenplatte와 테게른데 호수Tegernsee, 스위스처럼 아름다운 곳이라는 뜻에서 이름 붙여진 작센의 스위스Sachsische Schweiz, 체리케이크로 유명한 슈바르츠발트Schwarzwald, 주변 해안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록된 동프리슬란트Ostfriesland, 로컬 치즈공장이 유명한 자우어란트Sauerland, 백악암이 명물로 꼽히는 뤼겐Lugen이다.

이 8곳의 여행지는 공통적으로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호수, 해안가 또는 산악지대, 울창한 숲으로 유명해 은퇴 후 휴식을 취하는 데 안성맞춤이다. 일부 지역은 특정 계절에 방문을 추천하지만 대부분 4계절 모두 여행 가도 좋은 지역이다.

또, 모두 스포츠를 즐기기 좋은 지역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숲이나 산악 지대가 있다면 하이킹, 호수 지대나 해안이 근처에 있다면 수영이나 요트 타기 등 수상 스포츠를 즐기기에 좋으며, 그 외에도 골프, 자전거 타기 등 다양한 스포츠 활동을 할 수 있다.

메클렌부르크의 호숫가, 슈바르츠발트, 자우어란트는 지역 특색이 담긴 맛있는 음식과 음료를 제공하는 레스토랑과 카페가 많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하르츠와 동프리슬란트, 뤼겐 등은 고성古城, 구도시 등 역사적인 건축물 체험을 할 수 있다
글. 김수민 독일 베를린대학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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