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NSION
2023. 07. 26
미리 준비 못하면 불행해지는 4가지
돈, 건강, 관계, 일
퇴직 전 준비하지 못해 후회하는 것들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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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으면 좋았겠다 싶은 뼈아픈 후회 가운데 하나가 바로 노후 준비다. 아직 손쓸 여지가 있을 때 시작해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미래의 내 삶을 볼 수 있다면 노후 준비를 서두를 수 있지 않을까? 실제 은퇴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퇴직 후 어떤 점이 가장 어려웠고, 어떻게 겪어냈는지,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지 귀 기울여 들어본다.

Part 1. Regret
1. 은퇴자 400명 서베이 “개인연금 관리하고 투자 좀 신경 쓸 걸…”
2. 선배들의 오답노트 은퇴자들의 실제 사례로 알아본 미리 준비 못하면 불행해지는 4가지
3. 일본 은퇴자들은 무엇을 후회하나, 일본 고령자들이 후회하는 1순위

Part 2. Advice
4. 후회없는 노후 위한 준비, 돈: 돈 걱정 없는 노후 위해 필요한 9가지 체크포인트
5. 후회없는 노후 위한 준비, 일: 50대 기술직 도전! 퇴직 5년 전부터 나는 이렇게 준비했다
6. 후회없는 노후 위한 준비, 가족: 은퇴 부부는 무엇으로 사는가
7. 후회없는 노후 위한 준비, 마음건강: 노후의 마음 건강을 위해 지켜야 할 8계명


- 본 콘텐츠는 시리즈로 연재됩니다.
미국 코넬대학교 칼 필레머 교수의 인간생태학 연구는 고령화 시대를 사는 현대인에게 많은 시사점을 안긴다. 필레머 교수는 코넬대의 ‘인류 유산 프로젝트(Cornell Legacy Project)’를 통해 5년에 걸쳐 각계각층의 70대 이상 시니어 1000명 이상을 만났다. 인생의 쓴맛과 단맛을 모두 경험한 그들의 생생한 목소리야말로 우리 세대가 물려받아야 할, 빛나는 정신적 유산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필레머 교수는 자신의 삶을 통해 깨달음을 얻은 ‘인생의 현자(賢者)’들과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된다면>이라는 책을 출간했고, 이 책은 고령화 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안겼다.

현재 100세경영연구원의 대표인 나 역시도 오랜 기간 같은 주제를 고민해 왔고, 은퇴 설계 강의를 통해 적지 않은 은퇴자를 만나왔다. 그 과정에서 은퇴자들의 경험만큼 실제적인 조언이 되는 것도 드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All Ready? 행복한 은퇴를 위한 모든 것>, <인생을 바꾼 100세 달력> 등의 책을 통해 은퇴자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세상에 소개하기도 했다. 물론 후회 없는 인생이 어디 있겠냐마는, 수많은 은퇴자를 만나보고 얻은 결론은 행복한 노후를 위해서는 일, 돈, 건강, 가족·인간관계가 고루 잘 준비돼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시간에는 그동안 만났던 은퇴자들 가운데 깊은 후회를 품고 있는, 혹 깊은 후회를 겪은 후 극복해낸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Case 1
“퇴직금 털어 자식들 교육비로 다 써버리는 게 아니었는데”
충남 소재 중소기업에서 감사를 맡고 있는 A씨는 주말부부 생활을 새로 시작한 지 3년째다. 주중에는 사내 기숙사에서 지내고, 한 달에 두 번 정도 주말에만 아내가 있는 경기도 집을 찾는다. “지방에 홀로 살다 보니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혼술도 잦아 건강이 과거만 못해졌어요. 자녀들 유학비 마련을 위해 서울 집을 팔고 경기도로 이사 갔는데, 기회비용을 고려하면 화병이 날 정도랍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자녀들에게 올인할 필요가 있었나 싶어요.”

A씨는 증권회사 임원 출신인데, 자녀 둘을 해외유학 보내느라 개인연금 가입은 꿈도 꾸지 못했고 퇴직금도 모두 찾아 쓴 탓에 노후가 막막하다. 감사 임기가 올해 끝날 예정이라 앞으로 기댈 곳은 경기도 집을 담보로 한 역모기지론과 국민 연금뿐이다.
Case 2
“그 사람 말만 믿고 덜컥 퇴직금을 올인하는 게 아니었는데”
은행 지점장을 지낸 B씨. 명예퇴직을 한 지 5년이 지난 그는 요즘 보험설계사로 활동한다. 문제는 보험설계사 일이 자신에게 전혀 맞지 않아 여간 고충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럼에도 그가 이 일을 놓지 못하는 것은 퇴직 전 저지른 뼈아픈 실수 때문이다. 노후를 준비한답시고 지인의 말만 듣고 섣불리 상가 투자에 나섰다가 실패한 탓이다. 퇴직금을 몽땅 찾아 임대수입을 기대하고 상가에 투자했으나, 아직도 임차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퇴직 이전에 모아 뒀던 돈으로 주식이나 펀드 등에 투자하려 했지만, 회사에서 오랜 기간 투자의 실전 혹은 현장보다는 관리자 역할에 충실했던 터라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장기투자 효과를 노리고 기꺼이 리스크를 지기에는 너무 위험한 시기이기도 했다. “성공적인 투자를 하려면 투자 공부를 별도로 꾸준히 해야 했어요. 은행 지점장 경력을 과대평가했던 것 같아요. 부동산이나 주식에 투자하려면 해당 분야의 재테크 서적을 적어도 다섯 권 이상은 읽고, 마음의 근력을 키워야 합니다. 은퇴 직후 시행착오를 통해 이제야 겨우 투자심리 게임에서 이길 수 있는 마음의 근력을 가진 것 같아요. 무엇보다 현역에 있을 때부터 오랜 기간 꾸준히 투자를 하면서 몸으로 익히는 게 중요합니다. 은퇴 후 갑자기 되는게 아니더라고요.”
Case 3
“재취업에 그렇게 좋은 조건만 따지는 게 아니었는데”
유통업체에서 홍보담당 임원을 지냈고, 인터넷신문사에서 부사장을 지낸 C씨는 요즘 별다른 경제활동을 하지 못한 채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다. “눈높이를 낮춰서 오래 일할 수 있는, 내 상황에 맞는 일자리를 구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하고 인터넷신문사로 재취업한 게 후회돼요. 홍보 업무를 하면서 워낙 시달렸기 때문에 을(乙)의 생활에서 탈피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월급도 나쁘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하는 일은 결국 대부분 광고나 협찬 유치였어요.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에 몸이 망가지는 것도 모른 채 일에만 매달렸어요. 홍보 업무 35년에 광고 영업까지 5년을 하다 보니 몸이 망가진 거죠. 결국 결혼생활도 평탄치 못해 이혼을 했고, 자식들과도 왕래 없이 살고 있어요. 인생을 헛살았다는 후회뿐입니다.”

C씨는 비교적 업무 환경이 괜찮겠다고 판단했던 벤처기업 홍보담당자로 재취업을 고려했었다. 그러나 월급이 생각보다 적었고, 신문사에서 일하면 ‘갑(甲) 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오판했다. 그는 대접받는 위치가 아니고 월급이 이전보다 낮아도, 노년에 보다 오랜 기간 다닐 수 있는 직장을 고려했어야 했다고 후회했다.
Case 4
“바쁘다고 친구들에게 그렇게 소홀히 하는 게 아니었는데”
무역 업무를 30년 넘게 한 D씨는 요즘 거의 매일 산을 찾는다. 그에겐 함께 놀 친구가 없다. 자연스럽게 혼자 할 수 있는 등산이 유일한 탈출구인 셈이다. “무역업 특성 때문에 해외체류 기간이 많았고, 바쁘다는 핑계로 친구들 모임에 참석하지 못했어요. 직장 때 만났던 사람들과는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멀어지더군요. 원만한 인간관계가 행복의 근원이라는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아요. 홀로 산행하는 것도 좋지만, 가끔씩 외로움을 달랠 수 있는 술친구가 사무치게 그립답니다.”
Case 5
“홧김에 그렇게 회사를 박차고 나오는 게 아니었는데”
공기업에서 부장으로 퇴직한 E씨는 한동안 “그때 참았어야 했는데”를 달고 살았다. E씨는 임원 승진을 앞두고 부당한 대우를 당해 회사를 박차고 나온 케이스였다. 퇴직 후 4년간이나 섭섭한 마음이 가시지 않았고 불쑥불쑥 서운한 감정과 후회의 마음이 뒤섞여 마음이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직장에서 가능한 한 오래 일하는 것이 최대의 노후 준비인 것을 그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얼마 전부터 마음을 다잡고 제2의 인생을 준비하기 위한 노력을 쏟고 있다. “퇴사하고 재취업 준비를 시작하기까지 많이 힘들었습니다. 차라리 임원 승진에 대한 아쉬움을 접고 직장에서 조금 더 버티면서 은퇴 준비를 했다면 이렇게까지 힘들진 않았을 거예요.” 그는 마음을 다잡은 이후 굴삭기 운전기능사 자격증을 따 요즘엔 건설 현장에서 맹활약 중이다. “직장에서 최대한 버티는 게 가장 좋은 노후대비라는 건 비단 돈 때문만은 아니에요. 재취업이나 창업을 생각한다면 은퇴하고 나서가 아니라 꼭 아직 사회에 몸담고 있을 때 준비를 시작하길 추천해요.”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고, 과거는 내가 통제하거나 조절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이미 지났다면 우선 “그랬어야 했는데”의 늪에서 빠져나오는 게 급선무다. 현재를 통제하고 그저 오늘을 충실하게 사는 게 또 다른 후회를 낳지 않는, 과거를 후회하는 이들을 위한 가장 현명한 처방전이 될 것이다. 아직 남은 시간이 길다.
출처.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글. 이제경 100세경영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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