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계별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활용법 STEP 1
먼저 자신이 가입한 퇴직급여 종류부터 확인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근로자가 한 직장에서 1년 이상 일하고 퇴직할 때 사용자로 하여금 퇴직급여를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퇴직급여 제도는 사용자가 퇴직급여 재원을 관리하는 방법에 따라 퇴직금과 퇴직연금으로 나뉜다. 퇴직금 제도를 선택한 회사는 퇴직급여 재원을 회사 내부에 보관한다. 이 경우 회사 재정에 문제가 생기면 근로자가 퇴직급여를 못 받을 수도 있다. 퇴직연금 제도를 선택한 회사는 퇴직급여 재원을 금융회사에 보관한다. 따라서 회사에 문제가 있더라도 근로자가 퇴직 급여를 수령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퇴직연금은 금융회사에 맡겨둔 퇴직급여 적립금을 누가 운용할 것인가에 따라 DB와 DC로 나뉜다. DB는 회사가 직접 적립금을 운용하고, 운용에 따른 손익도 전부 회사에 귀속된다. 근로자가 퇴직할 때 받는 퇴직급여는 운용 성과와 무관하게 정해진 방법에 따라 지급된다. DC 가입자들은 자기 퇴직계좌를 하나씩 가지고 있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1년 일하면 그해 급여의 12분의 1 이상을 해당 퇴직계좌에 이체해준다. 근로자는 자신의 퇴직계좌에 이체된 퇴직급여를 어떻게 운용할 것인지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운용 성과에 따라 퇴직급여가 달라진다.
DB와 DC 이외에 IRP(개인형퇴직연금)도 있다. IRP는 다시 기업형과 개인형으로 나뉜다. 기업형 IRP는 상시근로자가 10인 미만인 소규모 사업장이 퇴직연금규약을 작성하지 않고 간편하게 퇴직연금을 도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기업형 IRP는 사용자가 부담금을 납입하는 데 반해, 개인형 IRP는 가입자가 부담금을 납입한다. 세액공제 혜택을 받으면서 노후자금을 마련하거나, 퇴직급여를 이체하고 연금을 수령할 요량으로 가입한다. 기업형이 됐든 개인형이 됐든 IRP 적립금 운용은 가입자가 한다.
디폴트옵션은 가입자가 적립금 운용을 책임져야 하는 DC와 IRP 가입자에게 적용된다. DC와 IRP 가입자가 적립금을 제대로 운용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해당 적립금을 어떻게 운용할지 미리 정해두는 것이 디폴트옵션이다. 자신이 가입한 퇴직연금이 DB인지 DC인지, 어떤 금융회사에 DC와 IRP를 가입하고 있는지 모른다면, 금융감독원이 운용하는 통합연금포털(100lifeplan.fss.or.kr)을 방문해 ‘내연금조회’ 서비스에서 확인할 수 있다.
DC와 IRP 가입자는 현재 가입하고 있는 상품이 무엇인지 점검해야 한다. 앞서 통합연금포털에서 ‘내연금조회’ 서비스를 이용하면 계약 내용을 조회할 수 있다. 하지만 보유 상품 현황과 상품별 손익현황 등 다양한 정보를 실시간 조회하고 싶다면 가입 회사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된다.
가입 중인 금융상품을 파악할 때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DC와 IRP 가입자는 적립금과 부담금에 대한 운용 지시를 나눠서 할 수 있다. 적립금이 이미 계좌에 쌓여 있는 돈이라면, 부담금은 앞으로 계좌로 들어올 돈이라고 할 수 있다. 보통은 적립금과 부담금을 같은 상품에 운용하지만, 상황에 따라 다른 방법으로 운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에 빼놓지 말고 점검해야 한다.
DC와 IRP 가입자가 선택할 수 있는 금융상품이 무엇인지 미리 알아두면 도움이 된다. DC와 IRP에서는 은행정기예금, 보험사 확정금리보험(GIC), 증권사 ELB와 같은 원리금 보장상품부터 펀드, ETF, 리츠 등 실적배당상품까지 다양한 금융상품에 투자할 수 있다. 다만 레버리지 ETF와 인버스 ETF에는 투자할 수 없다. 하나의 상품을 골라 적립금을 전부 투자할 수도 있고, 여러 개의 상품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투자할 수도 있다.
다만 가입 회사에 따라 가입자에게 제공하는 금융상품이 다르기 때문에 이 점도 확인해 봐야 한다. 현재 가입 중인 금융회사가 제공하는 상품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IRP 가입자는 계좌이체 제도를 활용해 타 금융회사로 이전할 수 있다. DC도 회사에서 복수의 금융회사를 연금 사업자로 선정하고 있으면 변경할 수 있다.
디폴트옵션은 가입하고 있던 금융상품이 만기가 됐는데도 운용 지시를 하지 않았을 때 적용된다. 따라서 펀드처럼 만기가 없는 실적배당상품에는 디폴트옵션이 적용되지 않는다. 정기예금처럼 만기가 정해진 원리금보장상품이 디폴트옵션 적용 대상인 셈이다. 따라서 DC와 IRP 가입자가 원리금보장상품에 가입하고 있다면 만기부터 확인해야 한다. 만기가 도래했을 때, 별다른 약정이 없으면 적립금이 대기성자금으로 남아 낮은 수익률로 운용되기 때문이다.
디폴트옵션이 도입되기 이전에는 원리금보장상품에 만기자동재예치 약정이 되어있는 경우가 있었다. 이 같은 약정이 있으면 만기가 도래했을 때 적립금을 종전과 동일한 유형, 동일한 만기를 가진 원리금보장상품에 재예치한다. 이때 금리는 재예치 시점 금리를 적용한다. 오래전 금리가 높았을 때 원리금보장상품에 가입하고 여러 번 재예치 과정을 거쳤다면 처음 가입 당시보다 낮은 금리를 적용받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원리금보장상품에 가입하면서 포괄운용지시를 해둔 사람도 있다. 포괄운용지시를 해두면 원리금보장상품이 만기가 됐을 때 미리 정해둔 몇 개의 원리금보장상품 중에서 가장 금리가 높은 상품에 만기 금액을 재예치해준다. 하지만 디폴트옵션 도입과 함께 포괄운용지시도 전면 금지됐다. 이미 약정한 것도 2023년 7월 11일까지만 적용된다. 포괄운용지시 외의 다른 약정이 없는 한 원리금보장상품이 만기가 됐는데도 운용 지시를 하지 않으면 대기성자금으로 남아 낮은 금리로 운용되다가 6주 뒤에 디폴트옵션이 적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