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형 퇴직연금을 도입하고 임금피크제도 실시하는 사업장은 DC형 퇴직연금을 추가로 도입한 경우가 많다. 이들 회사는 근로자가 임금피크에 이르렀을 때 DB형에서 DC형으로 전환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임금이 피크에 이르렀을 때 퇴직급여를 정산해 DC형 퇴직연금계좌에 이체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임금피크 이후 급여가 감소하더라도 DC형 계좌에 이체한 금액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지 않았더라도 일부 회사에서는 DB형 퇴직연금과 DC형 퇴직연금을 함께 도입한 다음 근로자로 하여금 자신에게 맞는 제도를 선택하도록 하는 곳도 있다. 더불어 DB형 퇴직연금 가입자가 희망하면 DC형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렇다면 언제 DB형에서 DC형으로 전환해야 할까?

근로자 입장에서는 임금이 감소할 때뿐만 아니라 임금상승률이 둔화되는 경우에도 전환을 검토해봐야 한다. DC형으로 전환한 다음 퇴직연금을 직접 운용해 장래 임금상승률보다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면, DB형에 그대로 머물러 있을 때보다 퇴직급여를 더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DB형에서 DC형으로 전환하기로 했다면, 전환 시점에 퇴직급여가 얼마나 되는지 확인해봐야 한다. 이를 알려면 DB형 퇴직연금 퇴직급여 산정 방식을 알아야 한다. DB형 퇴직연금에 가입한 근로자는 퇴직할 때 해당 근로자의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에 계속근로기간을 곱해 산정한 금액을 퇴직급여로 지급받는다.

이때 평균임금은 퇴직 직전 3개월간의 총급여를 해당 기간의 총일수로 나눈 금액이다. DB형에서 DC형으로 전환할 때 DC형 퇴직계좌에 이체되는 퇴직급여도 같은 방식으로 산정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예를 하나 들어보자. 한 직장에서 20년 동안 일한 A씨가 올해 12월 31일 DB형에서 DC형으로 전환 한다고 하자. A씨가 10월 1일부터 12월 31일 사이에 받은 총급여는 1840만원이고, 해당 기간 동안 총일수는 92일이다. DB형에서 DC형으로 전환할 당시 A씨의 평균임금은 20만원 (=1840만원÷92일)이다. 30일분 평균임금은 600만원이고, 계속근로기간이 20년이므로 A씨의 DC형 퇴직연금계좌에는 1억2000만원이 이체된다.

DC형으로 전환한 다음부터 퇴직할 때까지 회사가 근로자의 퇴직계좌에 납입할 부담금이 얼마인지도 확인해봐야 한다. DC형 퇴직연금 가입자는 회사로부터 매년 해당 근로자의 임금총액의 12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금액을 부담금으로 퇴직계좌에 지급받는다. 따라서 임금피크 이후 근로자의 급여가 지속적으로 줄어들면 회사 부담금도 함께 줄어들게 된다. 따라서 DC형 퇴직연금 가입자는 회사 부담금이 얼마인지, 부담금을 언제 납입해주는지 꼼꼼히 확인해봐야 한다.

DB형 퇴직연금에서 DC형으로 이전할 것을 결정했다면 이전 가능한 시기를 확인해야 한다. 임금피크에 돌입하게 되면 그 전에 퇴직급여 담당부서에서 DC형 퇴직연금 전환에 대한 의사를 물을 것이다. 그때 담당자 안내에 따라 전환 신청을 하면 된다.

임금피크 등 특정 사유에 의해 이전하는 것이 아니라면, 회사에서 정한 시기에 이전을 신청해야 한다. 퇴직연금 이전 신청을 받는 주기는 반기당 1회, 연 1회 등 직장마다 다르다. 담당부서를 통해 미리 신청기간을 확인하고 관련 공지를 잘 살피는 것이 좋다.

DC형으로 전환할 때는 DC형 퇴직연금 적립금을 운용할 금융회사도 선택해야 한다. DC형 퇴직연금 사업자는 직장에서 계약한 금융회사 중에서만 선택할 수 있다. 직장에서 복수의 금융회사를 DC형 퇴직연금 사업자로 둔 경우 근로자는 그중에서 한 곳을 선택하면 된다. 이때 근로자가 원하는 투자상품을 갖추고 있는지, 투자 시스템은 편리한지 등을 따져 금융회사를 고르는 것이 좋다.

퇴직연금 사업자를 선택했으면 이번에는 금융상품을 선택할 차례다. DB형에서 DC형으로 전환할 때는 DC형 퇴직연금 계좌에 한꺼번에 목돈이 들어오기 때문에 신중하게 금융상품을 골라야 한다. DC형 전환 이후 퇴직할 때까지 회사가 이체해주는 부담금을 어디에 어떻게 투자할지도 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디폴트옵션 상품도 선택해야 한다. 이와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퇴직연금 이전의 순간 ① ‘DC형 퇴직연금 금융회사 변경의 순간’ 기사에서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